2014. 10. 27. 06:50ㆍSports BB/야구라
2008시즌 미국 메이저리그 감독 출신의 제리 로이스터를 신임 감독으로 임명 후 이른바 화끈한 공격야구를 선보이며 잃었던 팬들을 순식간에 불러 모으고 프로야구 인기 최고 구단의 자존심을 회복한 롯데 자이언츠는 로이스터 감독 재임기간 동안 팀 창단 이후 최초로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하였다. 하지만 구단의 눈높이는 더 높은 곳에 있었고, 결국 준플레이오프 2연승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리버스 스윕을 당한 로이스터 감독은 2010시즌을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나게 된다.
이후 고려대 감독 출신의 양승호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한 자이언츠는 2011시즌 초반 숱한 시행착오와 로이스터 감독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팬들의 갈망이 겹치면서 양승호 감독은 사면초가 직전까지 몰리게 된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은 빠르게 시행착오들을 수습하고 팀을 추스린 뒤, 상승세를 이끌면서 창단 최초로 정규시즌 2위라는 위업(?)을 쌓게 된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가을 DNA가 투철한 SK 와이번스에게 접전 끝에 2승 3패로 아쉽게 물러나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게 된다.
그리고 이듬해 2012시즌에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를 제압하면서 1999시즌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는 기쁨을 얻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만난 와이번스에게 2승 1패의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내주게 된다. 시즌 내내 선수 기용을 둘러싸고 구단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던 양승호 감독은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지 못한 부분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게 된다.
이후 우승을 위해 자이언츠 구단이 선택한 카드는 넥센 히어로즈 감독을 역임한 김시진 감독이었다. 단 한 차례도 감독으로서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김시진 감독을 영입한 것을 두고 많은 의문점이 뒤따랐다. 김시진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투수력 강화를 대명제로 내걸고 강한 투수력이 뒷받침된 수비야구에 중점을 두겠다고 팀 운영방향을 밝혔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이 의도한 대로 투수력 강화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공격력은 2011시즌 이후 일본으로 진출한 이대호에 이어 2013시즌을 앞두고는 공격의 핵심전력인 홍성흔과 김주찬을 FA시장에서 붙잡지 못하면서 오히려 전력이 퇴보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자이언츠 특유의 화끈한 공격야구가 실종되면서 사직구장은 점점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시즌 연속 100만 관중 이상을 동원했던 자이언츠는 2013시즌 관중 수가 70만명대로 급감하게 된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서는 그나마 절치부심하여 FA가 된 강민호에게 무려 75억원을 안겨주며 붙잡고, 베어스의 거포 최준석을 FA로 영입하는 등 공격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최준석과 비슷한 유형의 거포 히메네스를 영입하여 자이언츠 타선은 나름 중량감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히메네스는 시즌 중반 무릎부상과 태업논란을 일으키며 시즌 초반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팀 전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였다. 그리고 기대를 모은 강민호는 몸값과는 거리가 한창 먼 성적으로 실망감만 안겨다 주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팀이 전체적으로 조직력이 헐거워지고 짜임새가 떨어진 모습을 보인 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김시진 감독은 시즌 중반 구단 수뇌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사실상 마음이 떠난 상태가 되었다. 김시진 감독같은 덕장이 버티기엔 프런트의 입김이 지나치게 강한 자이언츠 구단은 애초부터 궁합이 맞지 않는 곳이었다.
김시진 감독은 이미 팀을 떠났지만 자이언츠 구단의 후임감독 인선에 관해서는 좀처럼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프로야구 판을 화끈하게 달궈 놓은 모습에 비해 지금의 자이언츠는 팬들의 관심에서조차 상당히 밀려난 모습이다.
올 시즌 스토브리그 감독 인선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팬심이 이전에 비해 좀 더 적극적인 형태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팬들의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끼고 재계약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사퇴한 선동열 감독과 팬들의 적극적인 청원을 반영하여 김성근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한 한화 이글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2시즌 동안 홈관중의 급격한 감소를 경험했고, 지역 라이벌 구단 NC 다이노스가 창단 후 2년 만에 70승 고지에 오르고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키는 요인을 감안할 때 자이언츠 구단 입장에서도 후임 감독 선임에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흐트러진 팀을 추스릴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의 지도자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거론되는 후보군들을 추려보면 우선 공필성 코치의 내부승격 가능성이 가장 높게 거론되고 있다. 워낙에 구단 수뇌부와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오랜 기간 팀의 코치를 맡으면서 팀 내부사정에 밝은 공필성 코치는 구단 프런트 및 수뇌부 입장에서 볼 때 가장 무난한 카드이다. 하지만 문제는 팬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점과 과연 공필성 체제로 추락한 구단의 전력 및 흥행을 되살릴 수 있을 지에 대한 부분이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박정태 전 타격코치도 강력하게 거론되는 후보이다. 이미 현역시절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이끌었으며 상징적인 부산 프랜차이즈 출신이기 때문에 충분히 감독 후보로 거론될만하다. 하지만 공필성 코치와의 교통정리가 필요하고 지도자로서 충분히 검증되지 못한 부분도 걸림돌이다.
외부 인사로는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의 복귀도 예상되는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로이스터 체제에서의 한계를 충분히 경험한 구단 수뇌부가 또 다시 로이스터 카드를 들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롯데 구단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일본에 운영 중인 지바 롯데 마린스와 연계된 인사도 충분히 검토될 수 있다. 로이스터 감독 임명 당시에도 지바 롯데 마린스 감독을 역임한 발렌타인 전 감독의 추천을 통해 로이스터 감독이 한국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지바 롯데 마린스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이토 쓰토무 지바 롯데 감독도 충분히 검토될 수 있는 카드이다. 이토 감독은 이미 2012시즌 두산 베어스 수석코치를 역임했고 최재훈을 키워낸 것으로 육성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베어스 수석코치 시절에는 원활한 소통 부족으로 자신의 역량을 다 발휘하지 못한 채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워낙에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유하고 있어 감독으로 임명되면 좀 더 다른 유형의 성과를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 이전에도 자이언츠 감독 후보로 고려된 적이 있었던 김재박 전 LG 트윈스 감독, 형님 리더십으로 역량을 인정 받았던 김기태 전 LG 트윈스 감독도 고려될 수 있다. 팬들의 관심을 되돌리기 위한 롯데 자이언츠의 카드는 과연 무엇일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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