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LG트윈스의 2014시즌

2014. 11. 4. 08:22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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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시즌 11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며 '새로운 역사'를 창출했던 LG 트윈스의 2014시즌은 희망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힘겨운 승부가 속출하며 팀은 예상치도 못한 추락을 경험했다. 불과 1년 사이에 1승조차 제대로 거두기 어려운 팀으로 돌변했다. 팀이 최하위로 처진 4월 23일, 시즌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 그리고 팬들 모두가 상심할 수 밖에 없었다.

 

11년만에 암흑기를 벗어난 트윈스가 또 다른 암흑기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5월 13일 트윈스는 감독 대행체제로 한 시즌을 보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양상문 신임감독을 임명하였다. 팀은 여전히 최하위에 머무르던 상황. 양상문 감독은 차근차근 팀을 전진시킬 것이라는 입장과 더불어 승률이 5할에 오르기 전까지 홈런 세리모니에 나오지 않겠다는 이례적인 약속을 내놓았다.

 

한때 승패마진이 16까지 떨어진 트윈스의 상황을 감안할 때 양상문 감독의 이 같은 약속은 올 시즌내에 지켜지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트윈스는 묵묵한 전진을 계속했다. 2013년 당시 화려한 진격과는 성격이 달랐지만 차근차근 트윈스는 내실을 다져나갔다. 시즌 초반 부진을 면치 못하던 외국인 선발투수 리오단은 양상문 감독의 원터치 과외에 힘입어 적어도 잠실구장에서만큼은 위력을 발휘하며 팀에 보탬이 되기 시작했다.

 

트윈스 계투진의 가장 큰 취약점은 좌완 불펜이었다. 노장 류택현과 이상열에 의존해야 했던 트윈스의 좌완 불펜은 양상문 감독 취임 이후 신재웅이라는 새로운 좌완 불펜을 발굴하는 성과를 얻게 되었다. 선발요원으로 육성되던 신재웅은 불펜에 고정된 이후 150km의 강속구를 구사하는 파이어볼러로 변신하였다. 신재웅은 올 시즌 64이닝을 투구하여 8승 3패 8홀드 평균자책점 3.80의 성적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기록하였다. 신재웅과 더불어 올 시즌 군제대 후 합류한 윤지웅도 좌완 불펜요원으로서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되었다. 좌완 불펜요원의 세대교체는 양상문 감독 부임 이후 확실하게 진행되었고 성과를 거두었다.


시즌 도중에 팀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상문 감독은 치밀한 계획을 통해 승패 마진 -16에서 5할 승률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하였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기적의 밑바탕은 절대 무리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차분하게 조련한데 기인한다. 4위권 경쟁의 유력한 후보였던 자이언츠, 베어스, 와이번스 등이 추락을 거듭할 때도 양상문 감독은 꿋꿋하게 '정도'를 유지하였다. 이러한 정돈된 행보는 시즌 막판 와이번스가 4위권 추격에 급격한 불씨를 댕겼을 때도 흔들리지 않고 4위권 경쟁을 유지할 수 있던 밑거름으로 작용하였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양상문 감독은 정규시즌과 크게 차이점 없는 안정적인 팀 운용으로 정규시즌 3위의 돌풍을 일으킨 NC 다이노스를 제압하고 프로야구 역사상 4할대 승률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정규시즌 2위팀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트윈스는 2차전까지 1승 1패 동률을 기록하며 더 큰 돌풍을 기대하게 했지만, 아쉽게도 히어로즈의 화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하게 되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플레이오프 탈락으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정규시즌 2위로 마감하고도 플레이오프에서 시즌을 마감했던 것에 비해 올 시즌은 플레이오프가 마치 보너스 매치처럼 느껴질 만큼 트윈스의 다사다난했던 올 시즌은 나름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아쉬운 부분은 있다. 우선 외국인 용병 선발에서의 시행착오이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트윈스는 외국인 투수 2명 중 리오단 한 명 밖에 활용하지 못했다. 좌완 외국인 투수 티포드는 컨디션 난조로 엔트리 진입에 실패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벤 헤켄과 헨리 소사 막강 원투펀치로 시리즈를 지배했던 히어로즈에 비해 트윈스의 외국인 투수 전력은 너무도 허약했다. 지난 시즌에도 트윈스는 플레이오프에서 외국인 투수를 한 명(레다메스 리즈) 밖에 활용하지 못했다. 벤자민 주키치가 일찌감치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추가 외국인 선수 선발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은 결과는 쓰디쓴 패배로 돌아오고 말았다.


올 시즌 새로 보강하게 된 외국인 타자도 트윈스는 시즌 초반 조쉬 벨의 부진으로 심각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후속으로 영입한 스나이더도 정규시즌 내내 부진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잠재력이 폭발하면서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되었고, 내년 시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내년 시즌 보다 강력한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트윈스의 외국인 선수 보강은 신중하고 치밀하게 결정될 필요가 있다. 올 시즌 압도적인 전력을 보여주지 못한 두 외국인 투수 리오단과 티포드는 교체가 유력해 보인다.


이번 동계훈련은 양상문 감독이 본격적으로 팀을 조련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올 시즌 초반 큰 기대에도 불구하고 예상치도 못한 추락에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던 트윈스는 지속가능한 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내년 시즌 준비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플레이오프가 끝나자마자 팀과 함께 했던 김무관 타격코치와 김민호 수비코치가 각각 와이번스와 타이거즈로 이적하였다. 코칭스태프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올 시즌 초반 추락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2015시즌은 보다 더 안정된 전력으로 시즌을 맞이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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