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게임에서 위력을 발휘한 히어로즈. 의미 있는 한국시리즈 첫 승

2014. 11. 5. 07:13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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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제공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기업을 모기업으로 삼고 있는 팀(라이온즈)과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모기업에 의존하지 않은 채 순수하게 야구를 통해 독자적으로 수익모델을 삼고 있는 팀(히어로즈)간의 대결. 대한민국을 호령했던 거포 (이승엽)와 대한민국을 호령하고 있는 거포 (박병호)간의 맞대결. 현역 유격수 출신 감독간의 맞대결 (류중일 - 염경엽). 올 시즌 프로야구를 지배한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간의 맞대결 (밴덴헐크 - 밴헤켄). 리그에서 가장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을 보유한 팀간의 맞대결 (대구구장 - 목동구장). 


나란히 시즌 1,2위를 차지한 두 팀 간의 한국시리즈가 11월 4일 대구구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내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대구 시민구장의 1만석은 역시나 한국시리즈라는 큰 축제를 치르기엔 너무도 협소한 공간임을 올해도 어김없이 입증시킨 2014 한국시리즈는 올 시즌 가장 강력했던 외국인 투수간의 맞대결로 시작했다.


약속이나 한 듯 3회에 나란히 2점씩을 교환한 양팀은 강력한 선발투수들의 맞대결로 팽팽한 긴장감을 지속하였다. 양팀 모두 강력한 한 방을 보유한 타자들이 즐비했기에 승부가 종반에 접어들면서 과연 어느 팀이 한 방을 뽑아낼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결국 올 시즌 가장 화끈한 4번, 5번타자를 보유한 히어로즈가 승부의 추를 뒤흔들어 놓았다. 4번 박병호가 몸에 맞는 볼로 걸어나가고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물오른 화력을 뽐내고 있는 강정호가 라이온즈 구원투수 차우찬으로부터 결정적인 2점포를 뽑아냈다.

 

 

 


양팀의 화력, 그리고 대구구장이라는 환경을 감안할 때 2점차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점수였다. 하지만 히어로즈 구원투수 조상우의 공의 위력이 너무도 돋보였다. 보기에도 탐날만큼 묵직한 구위로 라이온즈 타자들을 압도한 조상우는 2이닝 동안 26개의 공을 던지면서 삼진을 3개나 뽑아냈다. 한국시리즈 무대에 처음 오른 프로 2년차 선수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상우는 마운드 위에서 평정심과 공의 위력을 마음껏 발휘하였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투수 엔트리를 10명만 활용하고 있다. 체력소모가 더욱 심해지는 단기전의 특성을 감안할 때 너무 선택의 폭을 좁게 가져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안길 수도 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어설픈 투수 기용보다는 확실한 카드로 치밀하게 준비된 일정 하에 영리한 투수 운용을 보여주고 있다. 염경엽 감독이 지난 시즌부터 팀에 부임한 이후 가장 먼저 시도한 방침은 전지훈련 때 사전에 선수들에게 정규시즌에서 담당할 역할을 미리 알려주고 그에 맞게 몸을 만들도록 이끄는 것이다.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도 염경엽 감독은 일찌감치 3선발 체제 (벤헤켄 - 소사 - 오재영)와 필승카드 3인방 (조상우 - 한현희 - 손승락)을 순서에 구애치 않고 상황에 맞게 탄력전으로 운용하겠다고 공표했다.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부여 받은 이들 핵심 투수들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정해진 포맷에 맞게 준비가 잘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염경엽 감독의 세심하고 치밀한 선수 기용과 동기부여가 돋보이는 한 판이었다. 물론 한국시리즈 1차전 결과만 두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도 라이온즈는 1,2차전을 연거푸 내주고 1승 3패로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승부를 뒤집는 저력을 보였다. 이미 숱한 한국시리즈 경험을 쌓은 라이온즈의 필살기는 경험에서 비롯된 '여유'이다.


일단 히어로즈는 창단 후 처음으로 맞이한 한국 시리즈 첫 경기의 첫 단추를 매우 만족스럽게 잘 꿰었다. 4승 중의 아직 1승에 불과함을 염경엽 감독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히어로즈 입장에선 마지막 4승을 거둘 때까지 결코 승부를 속단할 수 없다. 염경엽 감독의 인터뷰 소감처럼 매경기 승리를 위해 최적화된 전력을 선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라이온즈 입장에선 2011년부터 올 시즌까지 치러온 한국시리즈 중에서 가장 강력한 상대를 만났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맞상대인 와이번스는 한국시리즈 오르기 전 9경기를 치렀고, 2012년에도 역시 다시 만난 와이번스는 5경기를 치르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지난 시즌 맞상대인 두산 베어스는 9경기를 치른 상황이었다. 올 시즌 히어로즈는 플레이오프 4경기를 치르고 한국시리즈에 올라왔다. 경기감각 조율에 성공하도 체력 안배에도 성공한 히어로즈는 2011년부터 연거푸 우승을 거두었던 라이온즈에게 가장 버거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 극적인 뒤집기 우승 경험은 라이온즈가 보유한 큰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히어로즈는 지난 시즌 베어스와 달리 감독의 치밀한 전략에 의한 계산된 야구와 선이 굵은 야구를 동시에 구현하는 독특함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라이온즈의 경험이 히어로즈의 강력한 도전을 어느 정도 극복하는가가 올 시즌 한국시리즈의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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