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팬심을 받드는 한화 이글스, 반드시 잘되어야 한다.

2014. 10. 27. 06:02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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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감독 선임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 사상 유례가 없는 인터넷 청원운동이 펼쳐졌다. 그리고 지극히 열성적인 한 팬은 그 구단의 본사가 위치해 있는 사무실 앞에서 팬들이 원하는 감독 선임을 위한 1인 시위를 펼쳤다. 팬들의 간절한 바램은 마침내 구단 최고 경영권자의 마음을 움직였고, 2014년 10월 25일, 팬들의 간절한 바램은 기적처럼 현실로 이루어졌다. 2015시즌을 앞두고 '야신' 김성근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한 한화 이글스 구단의 이야기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 이글스는 무려 140억원을 들여 2루수 정근우와 외야수 이용규를 FA로 영입하며, 전력 상승에 대한 기대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고질적인 투수진의 불안과 수비력 불안을 노출하며 3시즌 연속 최하위의 불명예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홈구장인 대전구장은 2013년 386,893명보다 23% 가량 증가한 475,126명의 팬들이 찾아왔다. 팀이 늘 하위권을 맴돌아도 변함없는 성원을 아끼지 않는 이글스 팬들은 이른바 '보살'로 불리우고 있다. 


성적은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관중을 위한 이글스 구단의 노력은 지난 2012시즌부터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2012시즌을 앞두고 박찬호와 김태균을 영입하면서 스토브리그 최고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시설이 열악한 미니구장으로 통하던 대전구장은 꾸준한 리모델링을 통해 내야석 증축, 외야에 다양한 형태의 테마석 조성,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메이저리그 구장처럼 포수 뒤편을 관중석으로 개조하여 보다 더 흥미로운 관전환경을 제공하게 되었다.


2013시즌에는 해태 타이거즈 신화를 이끌었던 김응용 감독을 영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였고, 올 시즌을 앞두고서는 정근우, 이용규 등을 영입하고 고질적인 포수 불안 해결을 위해 와이번스의 베테랑 포수 조인성을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하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김응용 감독의 이글스는 하위권 탈출에 실패하였다.


그나마 이태양, 유창식, 송창현 등 젊은 투수들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또한 시즌 후반에는 윤규진, 안영명, 박정진 등으로 구성된 막강 계투진을 구축하며 뒷심을 강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이글스의 전력은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음을 절감한 올 시즌이었다.


올 시즌 종료 후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김응용 감독 후임으로 팬들은 지속적으로 김성근 감독 영입을 요구하였다. 사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이글스 구단 프런트는 내년 시즌을 앞두고 이정훈 2군 감독, 한용덕 단장 특보 등 이글스 프랜차이즈 출신의 지도자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보살'로 불리우는 평소의 이미지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이글스 팬들은 김성근 감독의 영입을 호소하였고, 결국 구단 최고 경영자인 김승연 회장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김성근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승부사이다. 1984년 OB 베어스를 시작으로 태평양 돌핀스, 삼성 라이온즈, 쌍방울 레이더스, LG 트윈스, SK 와이번스 감독을 거치면서 통산 1234승을 기록하였다. 이는 김응용 감독(1567승)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특히 태평양 돌핀스나 쌍방울 레이더스 등 만년 하위권에 머물던 팀들을 맡자마자 팀 창단 역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려놓는 지도력을 발휘하였다. 또한 2001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LG 트윈스를 이듬해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켜 감동의 한국시리즈 명승부를 일궈내는 지도력으로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2002시즌 직후 LG트윈스 감독직에서 물러난 김성근 감독은 이후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의 순회코치를 맡으면서 좀 더 독한 야구에 세밀함을 한층 강화하게 된다. 이후 2007년부터 SK 와이번스 감독을 맡은 김성근 감독은 '야신'의 제대로 된 진가를 드러내게 된다. SK 와이번스는 2007년, 2008년, 2010년 한국시리즈를 거머쥐면서 2000년대 후반 프로야구 최고의 강팀으로 군림하게 된다. 특별한 스타급 선수가 없이도 고른 전력 분포와 한템포 빠른 주루 플레이와 치밀하게 계산된 수비를 통해 공, 수 양면에서 상대팀을 숨 못 쉬게 만드는 집요한 야구는 한국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


와이번스 시절 김성근 감독의 조련을 통해 스타급 선수로 거듭난 정근우, 이진영, 김광현 등은 국제대회에서도 결정적인 순간 독한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대한민국의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에 큰 기여를 한다. 정대현은 김성근 감독의 조련을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등극하고 베이징 올림픽 마지막 순간 거침없는 배짱 투구로 대한민국 금메달에 큰 기여를 한다.


SK 와이번스의 돌풍은 국내 프로야구 패러다임에 큰 변혁을 일으켰고 김성근 감독은 응원팀에 상관없이 모든 야구팬들에게 인정받는 명장으로 거듭나게 된다. 2011시즌 도중에 구단과 재계약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다가 해임을 당하는 사건으로 팬심은 분노하게 되고, 이후 와이번스 야구의 집요함과 탁월함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그 색깔이 옅어지면서 추락을 거듭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2012시즌부터 국내 프로야구는 치솟는 인기와는 달리 전반적인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팬들의 김성근 감독을 향한 그리움은 점점 강도를 더하게 된다.


김성근 감독은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감독을 맡으면서 프로 진출이 좌절되었던 선수들을 재기 시키면서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그러나 고양 원더스 구단은 올해 9월 해체의 운명을 맞게 되면서 김성근 감독은 스토브리그 최고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주관이 뚜렷한 김성근 감독을 구단 프런트와 수뇌부들이 부담스러워하면서 김성근 감독은 좀처럼 새로운 기회를 얻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팀의 운명을 개척해야 함을 절박하게 인식한 한화 이글스 구단은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렸고, 팀의 터닝 포인트를 위해 김성근 감독과 손을 잡게 되었다.


현재 이글스 구단은 성장해줘야 할 선수들이 기대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선수 조련에 탁월한 일가견이 있는 김성근 감독의 지도를 거치면서 어떤 새로운 얼굴들이 전력의 주축으로 탄생하게 될지 기대가 모아진다. 진정으로 팬심을 받드는 모습을 보인 한화이글스. 4년에 걸쳐 지속되고 있는 반성과 개선의 움직임이 과연 2015년에 '야신'을 통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한화이글스가 잘 되어야 앞으로 프로야구의 각 구단들이 팬심을 인식하는 관점에 대변환이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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