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준플레이오프 - 우주의 기운은 포스트시즌 초년생 달에게 전해졌다.

2014. 10. 26. 20:45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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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과 양상문. 공교롭게도 이름이 '문'자로 끝나고, 공교롭게도 고려대 동문이다. (77학번 김경문 감독이 82학번 양상문 감독보다 5년 선배이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펼친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는 양팀 감독의 이름을 빗대 '달과 달의 맞대결'로 불리우기도 했다.

 

시즌 초반 최하위에서 허덕이면서 김기태 감독이 시즌 초반에 자진 사임하는 극도의 혼란을 겪었던 LG 트윈스는 양상문 감독 부임 이후 기적같은 행보를 보이면서 16년 만에 2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게 된다. 승패마진 -16에서 시작하여 5할 승률에 도달하는 저력을 보였던 LG 트윈스는 시즌 막판 3연패를 당하면서 5할 승률에 -2인 상태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창단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그리고 70승 도달이라는 각종 신기록을 수립한 NC 다이노스 또한 올 시즌 LG 트윈스 못지 않은 놀라운 행보를 보인 팀이다.

 

시즌 내내 우주의 기운을 받은 듯한 신바람을 선보였던 양팀의 준플레이오프 초반 2경기는 LG 트윈스의 일방적인 흐름 우위 속에 전개되었다. 우천으로 인해 이틀이나 연기된 채 거행된 2차전에서 트윈스는 9회초 대주자 문선재가 마치 1993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의 윤찬을 연상하게 하는 홀린 듯한 본헤드 주루 플레이를 선보이며 이닝을 종료시키는 듯 보였지만, 내야 플라이 타구를 다이노스 2루수 박민우가 포구에 실패하면서 졸지에 신들린 주루플레이로 둔갑하게 되었다. 1993년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당시 대주자 윤찬의 아웃카운트를 착각한 본헤드 주루플레이로 역전 찬스를 놓쳤던 (당시 삼성라이온즈 투수 류명선은 극도로 흔들리던 상황이었다.) LG트윈스는 21년만에 본헤드 주루플레이 트라우마를 떨칠 수 있었다.

 

'제2의 윤찬'이 될 뻔 했던 문선재에게 우주의 기운이 들어오면서 트윈스는 예상치도 못했던 쐐기점을 뽑고 2차전마저 가져올 수 있었다. 잠실로 이동하여 펼쳐진 3차전에서 우주의 기운은 NC 다이노스에게로 넘어오는 듯 보였다. 강력한 내,외야 수비와 포수 김태군의 기가 막힌 블로킹 수비에 힘입어 무려 3번이나 홈 보살을 일구어냈다. 3차전 최종 결과가 4-3 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LG 트윈스로서는 3번의 홈 횡사가 두고두고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LG 트윈스는 시즌 내내 자신들에게 강했던 상대 선발 찰리를 흔들어놓기 위해 기습 번트 작전을 감행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오히려 초반 2연전의 기세를 살려 정공대로 밀어 붙였다면 더 나은 결과를 얻어낼 수도 있었다. 2승 1패의 상황에서 10월 25일 잠실에서 펼쳐진 4차전에서 LG 트윈스는 2회말 무사 만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자신들에게 들어오는 우주의 기운을 스스로 밀쳐내는 듯 보였다.

 

그리고 3회말에서도 2사 1,2루의 찬스를 무산시키는 듯 보였지만 올 시즌 팀의 4번 타자로 우뚝 선 이병규가 싹쓸이 3루타를 작렬하면서 멀어지는 듯한 우주의 기운을 되돌리는데 성공하였다. 다이노스는 이번 시리즈 내내 가장 여유 있는 모습을 유지하던 이호준이 홀로 3타점을 기록하며 5-3까지 쫓아오게 된다. 그러나 7회말 LG 트윈스 공격에서 다이노스와 트윈스 사이에서 팽팽한 밀당을 지속하던 우주의 기운은 완벽히 트윈스로 넘어오게 되었다. 최고 시속 155km의 무시무시한 직구를 구사하는 원종현이 등판하자마자 트윈스 타선은 기다렸다는 듯 맹타를 휘둘러댔다. 3번 박용택, 4번 이병규, 5번 이진영이 연속 안타를 기록하면서 트윈스는 한 점 더 달아나는데 성공한다.

 

결국 원종현은 물러나고 이민호가 마운드에 오른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이민호 전에 없이 흔들렸고 결국 6번 스나이더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한다. 7번 타자 오지환은 전날 경기에서 결정적인 보내기 번트 실패를 기록하는 등 2번 타순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바람에 7번 타순으로 출전했다. 외야 플라이 하나만 보내줘도 다행이라 여기던 상황에서 오지환은 승부에 완벽히 쐐기를 박는 2타점 적시타를 작렬한다. 이 점수로 사실상 승부는 갈리게 되었다.

 

포스트시즌에서 패기 넘치는 호투를 펼치던 계투요원 원종현과 이민호가 무너지자 다이노스는 더 이상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7회말 공격에서 타자 일순하면서 대거 6점을 뽑아낸 트윈스는 결국 마무리 봉중근을 쉬게 하는 이득도 취하면서 11-3승리를 거두고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게 되었다.

 

역사상 4할대 승률팀이 준플레이오프에서 처음으로 3위팀을 상대로 거둔 시리즈로 기록에 남게 되었고, LG 트윈스는 팀 창단 이후 준플레이오프 위닝 시리즈 행진을 지속하게 되었다. (1993년, 1998년, 2002년, 2014년) 신생팀 사상 최단 기간에 시즌 70승을 기록하고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성공하며 돌풍을 일으킨 NC 다이노스는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팀 창단 이후 포스트시즌 첫 승리를 기록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정규시즌에 일군 성과만으로도 그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받을만 하다. 2013시즌 1군 무대에 참여할 당시만 하더라도 프로야구 전체 수준이 저하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불러 일으켰지만, 경기력에서 NC 다이노스는 김경문 감독 특유의 허슬야구로 상대팀의 귀감이 되고도 남을 만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마케팅과 구단 운영에서 다이노스는 전혀 신생팀 답지 않게 완숙한 역량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타 구단이 그들을 배워야 한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올해보다 내년, 내후년이 기대되는 모습을 선보인 NC 다이노스는 올 시즌 최고의 승자로 기억될만하다. 4할대 승률팀의 기적을 일궈낸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감독으로서 처음 맞이한 포스트시즌에서 치밀하게 준비된 모습을 선보이며 LG 트윈스 돌풍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게 만들고 있다. 짧은 시간에 팀 전력을 다지고 이젠 어느 팀도 상대하기 어려운 이미지로 일구고 있는 양상문 감독의 지도력은 올 시즌 최고 히트상품으로 거론될만하다.

 

달과 달의 맞대결에서 우주의 기운은 포스트시즌을 처음 맞이한 양상문 감독에게 전해졌다. 그러나 양팀 모두 최선의 준비로 최선을 다했다. 다만 누가 더 경직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보여주었느냐에서 승부가 갈렸다. 경험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준 2014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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