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3. 08:00ㆍEntertainment BB/movie talk
일본 괴수 애니메이션 '고질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한 장수 시리즈이다. 어릴적 고질라 시리즈의 에피소드를 다룬 손바닥만한 크기의 괴수 대백과사전은 당시 동네 친구들 사이에선 '머스트 해브 아이템' 중의 하나였다. 언제나 콘텐츠에 목말라하는 헐리우드가 이 매력적인 괴수 시리즈를 그냥 외면할리 없었다. 1998년 여름 'Size does matter' (결국 크기가 문제이다.) 라는 헤드카피를 앞세워 막대한 물량을 쏟아 부은 블록버스터 시리즈로 리메이크된 '고질라'는 개봉 직전만 하더라도 98년 여름을 휘어잡을 블록버스터로 손꼽혔었다.
1996년 '인디펜던스 데이'로 그 해 여름 박스오피스를 석권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직접 연출을 맡은 터라 기대감은 더욱 배가되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크기는 컸지만 그 외에는 볼거리가 없었던 요란하기만 했던 블록버스터 였음이 드러나고 말았다. 특히나 원작의 캐릭터하고는 거리가 먼, 오히려 쥬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공룡과 에일리언을 합쳐놓은 듯한 고질라의 외모는 원작에 대한 향수를 안고 있던 팬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북미 최종 흥행성적도 1억 3천만불대에 머무른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는 실패한 리메이크 영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다. 그 후 16년이 지난 2014년 '고질라' 시리즈가 새롭게 리메이크 되었다. 저예산 영화 '몬스터스'로 주목 받았던 영국 출신의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16년 전의 '고질라'와 가장 큰 차이점은 고질라를 다루는 방식이다. 16년 전의 고질라는 도시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악동의 이미지였다면 2014년 고질라는 인간의 과학적 욕심과 이기심에 의해 잉태된 괴수이지만 신비롭고 영험한 이미지를 지닌 전설적인 존재이다. 그리고 고질라를 좀 더 성스러운 이미지로 일구기 위해 고질라의 본산지인 일본 출신의 배우 와타나베 켄을 내세워 의도적으로 고질라의 성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고질라가 나오기까지 한 시간 가량을 기다려야 한다. 전반부에 영화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낳은 재앙을 강조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부는 솔직히 지루함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고질라가 등장하여 고질라 원작 시리즈에서 고질라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킹기도라를 연상시키는 익룡 괴수들과 도심에서 전투를 펼치는 장면은 나름 흥미진진하다.
특히 인간의 원자폭탄 공격을 받았던 고질라가 입에서 방사능을 내뿜는 설정은 나름 참신하다. 그리고 98년도의 고질라와는 달리 2014년도 고질라는 보다 원작에 가까운 형태로 재현되었다. 인간에 의해 방사능을 몸 속에 품고 살게 되었음에도 인간들을 위기에서 구원하는 고질라는 영웅 대접을 받으며 우렁차게 포효한다.
원작의 이미지를 최대한 보존하려고 노력한 2014년 고질라는 흥행에서도 성공하였다. 북미 흥행 수익 2억불을 넘어섰고, 해외에서도 3억불 이상을 벌어들였다. 16년전 고질라에 비해 2배 가까운 흥행 수익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국내에서 흥행성적은 개봉 첫 주 1위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저조했다. 국내 팬들의 시선에서는 그다지 새롭게 내세울만한 요소가 부족했던 점이 흥행을 가로막은 요인이 아닐까 싶다.
관람상영관 - 종로 롯데시네마 피카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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