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몰아붙이는 뚝심이 돋보이는 영화 '끝까지 간다'

2014. 9. 13. 09:47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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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간다 (2014)

A Hard Day 
8.6
감독
김성훈
출연
이선균, 조진웅, 신정근, 정만식, 신동미
정보
범죄, 액션 | 한국 | 111 분 | 2014-05-29
글쓴이 평점  

 

 

올해 본 영화 중 예고편을 봤을 때보다 영화를 보고난 후 영화에 대한 느낌이 훨씬 긍정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유일한 영화를 꼽는다면 영화 '끝까지 간다'라 할 수 있다. 솔직히 이 영화의 예고편을 처음 접했을 때는 별다른 기대감이 들지 않았다. 주연배우 라인업(이선균, 조진웅)의 무게감을 감안할 때 특급 스타들이 출연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와는 거리가 멀것같은 느낌, 그리고 스토리 라인도 별다른 참신함이 없어 보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극장에서 꼭 봐야겠다는 기대감이 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상당히 좋은 호평들이 이례적으로 쏟아졌다. 단지 영화 개봉을 앞둔 언론 플레이라는 의구심도 들었었다. 하지만 이런 의구심은 영화 개봉 후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개봉 이후 뚝심 있게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며 차곡차곡 관객을 모으는 흥행 추이가 결국 필자로 하여금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결심을 서게 만들었다.

 

이선균, 조진웅 모두 괜찮고 신뢰가 있는 배우들이지만 영화 전면에 나서기엔 (특히나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에) 다소 허전하지 않을까도 싶었지만 그런 생각은 정말 쓸데없는 기우였다. 워낙에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들인 덕분에 두 명의 주연배우 모두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주연배우 뿐만 아니라 조연배우 (신정근, 정만식 - 두 배우 모두 요즘 한국영화에서 조연의 '대세'로 통하고 있다.)들의 탄탄한 뒷받침도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통해 캐릭터의 특징을 강렬하게 추출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고건수 형사 (이선균)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해야 하지만 경찰 내부 감사로 인해 자산의 비리가 들통날 위기에 처한 긴박한 상황. 그 와중에 차로 사람을 치게 되면서 주인공은 이도 저도 못하는 설상가상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자신의 차 외에는 주변에 아무런 목격자가 없음을 확인한 고건수는 자신의 뺑소니를 감추기 위해 시체를 자신의 차에 싣고 병원으로 향한다.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마주치게 된 음주 단속반과의 에피소드는 융통성 없이 고지식한 음주 단속반 신입 경찰들과 능구렁이 왕고참 형사 고건수의 캐릭터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면서 포복절도를 자아내게 한다.

 

이처럼 단순히 캐릭터를 억지로 드러내려고 하지 않은 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캐릭터간의 극명한 대비효과를 통해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은 영화 '끝까지 간다'가 지닌 최고의 매력 포인트이다.

 

우여곡절 끝에 병원에 도착한 고건수는 기지를 발휘하여 자신의 차에 치인 시체를 자신의 어머니 관속에 함께 묻어두는 불손과 비범함을 드러낸다. 모든 사건이 깨끗하게 해결될 거라 생각하던 찰나, 아무도 모를 줄 알았던 자신의 뺑소니 사고를 목격한 신원 미상의 남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이 순간부터 영화는 또 다른 긴장과 갈등 국면에 접어든다.

 

도대체 이 신원 미상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궁금해하던 찰나 영화는 또 다른 반전을 제공한다. 고건수보다 더 광범위한 스케일로 범죄 이상의 비리를 저지르고 다니는 악질경찰 박창민(조진웅)이 다름 아닌 고건수의 뺑소니 사건의 목격자였다. 하지만 박창민에게 중요한 것은 고건수의 뺑소니 범죄가 아니었다. 다름 아닌 고건수의 차에 치인 이광민의 몸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이광민은 몸 속에 박창민의 지하사업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열쇠를 지니고 있었고, 박창민은 이광민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비리 경찰과 더 큰 비리 경찰의 숨막히는 갈등과 대결은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졸이는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 곳곳에 지극히도 비극적인 장면(고건수의 동료 형사가 압사당하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어이없는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것도 연출의 묘미이다.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면서 매번 자신의 이미지를 새롭게 일궈내는 조진웅은 이번에는 악질 형사역을 통해 살벌한 이미지를 제대로 풍기는데 성공한다. 조진웅의 팔색조같은 연기 소화능력의 끝은 어디인지가 궁금해질 정도이다. 이선균 역시 자신의 캐릭터에 걸맞는 배역을 맛깔나게 소화하면서 영화의 중심을 이끈다.

 

스토리 전개는 단순할 수도 있지만 영화 제목처럼 지속적으로 주인공을 끝까지 곤경으로 몰아 붙이고, 대비되는 캐릭터를 통해 갈등과 긴장감 그리고 유머를 전달하는 영화 '끝까지 간다'는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들 중 가장 신선한 발견으로 찬사받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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