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강동원, 그리고 윤종빈 감독 거기에 쟁쟁한 조연배우들...하지만 결과물은 좀 아쉬운 영화 '군도'

2014. 9. 16. 04:26Entertainment BB/movie talk

728x90
반응형

개인적으로 올 여름을 앞두고 개봉한 영화 중에 가장 기대를 걸었던 작품은 '군도'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 하정우가 주연을 맡는 것만으로도 일단 영화의 절반 이상의 보증수표로 자리하고 있고, 군에서 제대한 강동원이 악역으로 변신한 것도 새로운 관심거리였다. 또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기지 넘치는 연출력을 선보였던 윤종빈 감독이 연출한 영화라서 더더욱 기대감을 심어 주었다. 거기에 이성민, 조진웅, 마동석, 김성균, 이경영, 주진모 등 요즘 한국영화의 대세 조연배우들이 대거 등장하여 뒷받침한다는 점도 영화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는 요인이었다.

 

일단 오프닝 부분은 유쾌하고 신난다.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를 연상시키는 오프닝은 영화에 금새 몰입하게 만들고 기대감을 심어 준다. 영화 초반의 사소한 반전이 있다면 탐관오리들을 처벌하는 군도 도적단의 우두머리가 탈을 쓰고 등장하는 장면인데, 영화에 대한 별다른 사전정보 없이 영화를 본 필자는 당연히 탈을 쓴 두목이 이 영화의 주연인 하정우라고 생각했다. 목소리도 비슷해서 당연히 하정우라고 생각했는데, 탈을 벗는 순간 영화 속 군도의 두목역을 맡은 배우 이성민의 얼굴이 등장한다. (필자만 반전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으니 너무 반박하지는 마시길)

 

영화의 중심인물이 도치(하정우)는 단순 무식하고 정신연령이 낮은 캐릭터로 등장한다. 영화 '군도'는 도치의 관점으로 보면 철없고 무식하기 그지 없던 백정 도치의 성장기로도 볼 수 있다. 백성을 착취하는 악의 축 조윤으로 등장하는 강동원은 영화 '놈놈놈'에 등장했던 정우성처럼 최대한 매력 넘치게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강동원이 칼을 들고 무협액션을 펼치는 장면은 한폭의 수묵화에 담아낸 붓의 필력이 느껴지는 듯한 역동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이와는 대조적은 양손에 장도리를 쥐고 액션을 펼치는 도치의 거칠은 투박함은 극명한 대비감을 드러낸다.

 

이 영화의 조연배우들 중 가장 돋보였던 배우를 꼽는다면 군도 도적단의 두목 대호 역으로 등장하는 이성민과 군도 도적단의 유일한 홍일점으로 등장하는 마향 역의 윤지혜이다.

 

얼굴에서 이미 상당한 양의 체중감량 흔적이 엿보이는 이성민은 기존과는 다른 날카로운 이미지와 카리스마를 한껏 풍기면서 군도 도적단의 두목에 걸맞는 이미지를 전달한다. 또한 어디서 많이 본듯한 외모의 여배우 윤지혜는 영화가 끝난 후 검색을 통해 마치 오랜 기간 동안 잊혀졌던 옛 동창을 다시 만난 듯한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1998년 여름 극장가를 휩쓸었던 '여고괴담'에서 만년 2등에 머무는 까칠한 성격의 정숙역으로 등장했던 그녀가 다름 아닌 윤지혜였다. 당찬 홍일점 역할을 맛깔나게 소화하면서 그녀의 존재감을 다시 알리는데 성공하였다.

 

모든 밥상이 완벽하게 차려진듯 보였던 이 영화는 개봉 첫 주 예상대로 폭발적인 흥행세를 보였다. 하지만 예상 외로 흥행 뒷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아무리 '명량'이 개봉한 영향이라 할지라도 관객 감소세는 지나칠 정도로 바닥을 내달렸다. 최종 흥행성적은 500만도 채 넘기지 못하는 수치였다. 왜 그랬을까?

 

영화를 보기 전만 해도 로빈 후드 류의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활극을 기대했지만, 정작 영화 속에서 악랄한 악당 역할을 맡아야 할 강동원의 존재감은 단순한 악랄한 캐릭터로 선을 긋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카드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머릿 속에 시종 일관 맴돌았던 영화는 2008년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었다.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 등 세 명의 걸출한 특급 배우들이 각각 영화 제목의 캐릭터를 맡았는데, 일단 스토리에서 뚜렷한 선악구분을 가를 필요 없이 각기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잘 보여주면 되는 구조였다.

 

그러나 '군도'는 처음부터 '착한 놈들 vs 나쁜 놈들'의 대결구도로 시작되는 영화였다. 그러나 나쁜 놈들의 우두머리 격인 조윤(강동원)을 마냥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 구조가 더 이상 관객들이 어디에 카타르시스를 풀어야 할 지 난감한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어찌 보면 요즘 시대적 배경과도 맞물려 있는 듯 보인다. 답답한 사건이 연속되면서 관객들은 보다 시원하게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소재를 원했을 것이다. 이런 시대적 컨텍스트에 '군도' 그리고 부제로 '민란의 시대'라는 제목의 영화는 현실 생활에서 탁 막힌 갈증을 풀어줄 소재로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이게 왠걸. 막상 영화를 접해 보니 나쁜 놈으로 감정이입해야 할 대상은 너무나 멋지다 못해 동정심마저 느껴지게 만드는 존재였다. 돌을 던지려다 결국 어디로 던져야 할 지 갈팡질팡 해야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차라리 조윤 뒤에 더 악한 스폰서 격의 악당 캐릭터를 심어 놨다면 '군도'의 카타르시스 효과는 한층 더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블록버스터 영화의 대세인 하정우의 캐릭터가 전작들과는 달리 다소 밋밋하게 설정된 것도 아쉬움이었다. 하정우의 카리스마를 극대화하려니 강동원이 너무 가라앉을 것 같은 우려가 아마도 제작진 사이에 팽배했을 것이다. 명확한 선악의 경계가 이루어져야 할 영화가 윤종빈 감독의 전작 '범죄와의 전쟁'처럼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구도로 이어지면서 영화를 보고난 후 기대했던 후련함이나 극적인 쾌감효과가 상대적으로 빈약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가장 큰 흥행 저조(?)의 원인이 아닐까 싶다.

 

하정우, 강동원 그리고 윤종빈 감독 여기에 내놓으라 하는 맛깔나는 조연들이 총출동했지만 결과물이 너무도 아쉬웠던 영화 '군도'를 보면서 떠올린 사자성어는 '과유불급'이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담는 것보다는 보다 간결한 묘사와 밀어붙임이 아쉽게 느껴지는 영화였다.

 

 


군도:민란의 시대 (2014)

KUNDO: Age of the Rampant 
6.7
감독
윤종빈
출연
하정우, 강동원, 이경영, 이성민, 조진웅
정보
액션 | 한국 | 137 분 | 2014-07-23
글쓴이 평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