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베이, 이제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이별해야 할 때

2014. 9. 14. 00:00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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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 영화를 처음 보고 나서 극장문을 나설 때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아서 어찌할 바를 몰랐고 과연 헐리우드 특수효과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만화보다 더 만화같이 로봇을 연출한 탁월한 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영화는 다름 아닌 '트랜스포머'였다.

 

1993년 영화 '쥬라기공원'을 볼 당시 마치 우리 곁에 생생하게 숨쉬며 살아있는 것처럼 재현된 공룡의 모습을 보면서 경탄을 금치 못했는데, 2007년 '트랜스포머'는 우리가 사는 곳에서 실제 전투를 벌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된 변신 로봇의 스케일과 다이내믹함에 압도당할 수 밖에 없는 비쥬얼을 선사하였다.

 

비쥬얼로 관객을 압도한 '쥬라기공원'과 '트랜스포머' 시리즈에는 공통점이 있다. 1편에서 느껴졌던 비쥬얼의 존재감이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소모되고, 급기야는 지루함과 식상함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1편에서 이미 접한 압도적인 비쥬얼은 더 이상 후속편에서는 업그레이드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캐릭터나 스토리라인이 뒷받침되야 하는데 억지 춘향식의 끼워맞추기가 느껴지는 스토리는 영화에 녹아들지 못한다.

 

 

 

 

2007년 1편, 2009년 2편, 2011년 3편 등 홀수해마다 후속 시리즈를 내놓은 '트랜스포머'는 더 이상 후속작이 나올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3년 만에 4번째 시리즈를 선보였다. 3편에서 펼쳐진 시카고 대전투 이후가 배경인데 시카도 대전투의 책임을 물어 인간은 일부 오토봇을 제외한 모든 로봇들을 사실상 폐기 처분시켰다. 그러나 기계 발명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주인공 케이드 예거 (마크 월버그)에 의해 고물차로 버려져 있던 옵티머스 프라임이 우연히 깨어나게 되고, 이에 옵티머스 프라임을 노리던 악의 세력 (이번에는 인간과 악당 로봇들이 한 패가 된다.)들이 출동하면서 다시 한 번 지구촌(이번엔 상하이)은 로봇들의 대결투로 쑥대밭이 된다는 것이 대강의 스토리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지켰던 주연 배우 샤이아 라보프는 떠났고 (아쉽게도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 배우는 요즘 갖은 기행으로 구설수를 몰고 다닌다. 정말 트랜스포머 영화에서처럼 로봇의 비밀코드를 머릿 속에 모두 담아둬서 감당을 못하는 것마냥 말이다.) 빈 자리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 최근 급격히 선호하는 배우 마크 월버그가 대신하고 있다.

 

마크 월버그는 샤이아 라보프처럼 하이틴 역할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그의 딸(니콜라 펠츠)과 딸의 남자친구(잭 레이너)가 함께 지원사격을 나서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스토리는 영화 속에서 별다른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그저 구색을 맞추기 위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등장인물간의 갈등을 보여준다면서 벌이는 에피소드나 대화는 시간만 잡아먹는 것처럼 느껴진다.

 

결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게 되는 이유는 로봇들의 다이내믹한 액션과 스케일인데, 로봇들은 역시나 이전 시리즈에 비해 외양이 더욱 업그레이드 되었다. 액션도 더욱 과격해지고 과감해지고 스케일이 더욱 커졌다. 그런데 로봇들의 액션을 보면 볼 수록 경탄보다는 피로감이 몰려온다. 이미 3편의 시리즈를 통해 학습한 로봇들의 액션 공식에 따른 기시감이 영화 속으로 쉽사리 빠져들지 못하게 한다.

 

더욱 피곤한 것은 마이클 베이 감독이 늘 언제나 즐겨찾기로 사용하는 특유의 카메라 컷들이다. 비장감을 강조하기 위해 늘 차용하지만 이젠 지겹다 못해 지독한 피로가 밀려올 정도이다. 1996년 '더 록'에서 보여줬던 마이클 베이 감독의 걸출한 솜씨는 소진된 듯 싶다.

 

런닝타임이 무려 2시간 44분이나 된다. 지극히 단순한 스토리라인을 갖고 도대체 무얼 보여주기 위해 164분을 소비했는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제 마이클 베이의 재기발랄함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인지 물어보게 된다. 너무 과도한 테크닉을 소비하는 모습은 과도한 양의 햄버거가 제공되는 패스트푸드 점을 연상시킨다. 부디 마이클 베이 감독에게 간절히 바라고 싶다. 이젠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과감히 이별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이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2014)

Transformers: Age of Extinction 
6.6
감독
마이클 베이
출연
마크 월버그, 니콜라 펠츠, 잭 레이너, 스탠리 투치, 켈시 그래머
정보
SF | 미국 | 164 분 | 2014-06-25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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