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하는 메시지는 좋았으나 표현이 아쉬웠던 영화 '역린'

2014. 5. 20. 00:00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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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 사극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새로운 주류로 자리잡은지 오래이고, 올해도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뿌리깊은 나무','공주의 남자', '광해' 등이 최근 많은 사랑을 받았던 팩션 사극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정조는 조선 시대의 역대 왕들 중에서 가장 많은 존경을 받음과 동시에 팩션사극의 단골 소재로 활용된다. 자신의 아버지(사도세자)의 비참했던 죽음 속에 겪었던 유년시절을 딛고 숱한 견제와 협박 속에서 자신의 소신을 잃지 않고 숱한 업적을 쌓았기에 그 어떤 왕보다도 드라마틱한 소재를 담고 있다.

 

이번에 선을 보인 영화 '역린'도 정조의 재임 초 벌어졌던 '정유역변'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는데, 왕의 암살을 둘러싸고 궁중의 안과 밖에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24시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의 시간은 24시간이지만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들이 곧잘 선보이면서 영화의 전개는 몇 년에 걸쳐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역대 조선시대 왕들 중 가장 몸매 좋은(?) 왕이라 호칭해도 모자람이 없는 현빈의 뒤태는 영화 초반 여성 관객들의 눈을 정화시킨다.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이라 여겨질수도 있지만 자신을 위협하는 무리들에 맞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자신을 수련해야 하는 정조의 절박함을 역설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정조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너무 많은 주변인물들이 등장하고 각각의 인물들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할애하다 보니 집중력이 다소 떨어진다. 영화를 보는 동안 최근에 개봉한 팩션 사극 영화 '광해'와 안방극장에서 선을 보였던 '뿌리깊은 나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일단 영화 '광해'에서도 광해군을 맡은 이병헌의 카리스마는 칼자루만 쥐어주면 금새 뛰어난 무예를 발휘할 것만 같은 카리스마를 풍긴다. 영화 '역린'의 정조(현빈)는 '광해'의 이병헌의 잠재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한 모습이다. 활이면 활, 검이면 검 못하는 무예가 없는 데다 왠만한 무사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강력한 몸매는 '에어포스 원'에서 일당백으로 테러리스트들을 때려 잡는 대통령(해리슨 포드)의 무공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또한 정조의 주변 인물들 중 그를 꿋꿋하게 지키며 정조와 우정을 듬뿍 쌓는 내시 상책(정재영)은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호위대장 무휼(조진웅)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무공을 과시하면서 왕의 암살을 지령받은 전문 킬러 살수(조정석)는 '뿌리깊은 나무'에서 외모와 인상만으로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를 이끌어낸 원나라 출신의 용병 무사 카르페이(김성현)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살수의 카리스마는 '뿌리깊은 나무'의 카르페이의 그것에는 아쉽게도 미치지 못한다. 워낙 조정석의 눈망울이 선하다보니 눈하나 까딱하지 않고 사람을 제거하는 킬러라고 인식하기에는 2% 부족하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은 (드라마 '다모','베토벤 바이러스','더 킹 투하츠' 연출) 조정석이라는 배우의 숨겨진 이미지를 끄집어 내는데 상당한 애착을 가진 듯 싶다. 2012년 조정석이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를 통해 코믹한 이미지로 주가를 올리고 있을 당시, 드라마 '더 킹 투하츠'에선 180도 다른 진지한 이미지의 꽃미남 외모로 변신시키는가 하면, 이번 영화에서는 이미 사극 '관상'에서 코믹한 이미지로 감초 역할을 했던 조정석을 무자비한 이미지의 냉철한 킬러로 변신시켰다.

 

그러나 조정석의 카리스마는 다소 아쉬웠다. 그리고 영화 종반부 상책과 조우하는 장면은 약간 민망할 정도로 작위적이었다. 영화의 전반적인 톤은 무겁다. 중간중간 코믹코드를 삽입하지만 그다지 와닿지 못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긴장감을 안겨주면서도 동시에 유머코드를 놓지 않았던 '광해'나 '관상'과는 사뭇 다른 전개이다.

 

24시간의 긴박함이 너무 많은 등장인물과 그 등장인물에 할애된 과거 회상신들로 인해 감소되고 있다. 차라리 정조의 내면적인 고뇌에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재규 감독은 '다모'에서 보여준 무협사극의 비중을 더 높이는데 할애한 듯 싶다. 지나치게 잔인한 액션장면들이 오히려 거슬리기도 하였다. 특출한 액션장면이 없어도 영화는 충분히 긴박감을 선사할 수 있음을 이미 영화 '광해'와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증명하였다. 그것은 바로 스토리의 힘이었다. 영화 '역린'은 충분히 긴박감을 선사할 수 있는 소재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열거법에 의존하다가 영화의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이 영화는 500만 관객을 넘어서기는 버거워 보인다. 좋은 메시지를 담고서도 관객들을 사롭잡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광해'와 한 번 비교해보길 바란다. 그 속에서 충분히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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