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끓이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hard boiled) 더 이상의 새로움은 없었다. 영화 '표적'

2014. 5. 19. 00:00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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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정신없이 쫓기는 한 남자. 이미 큰 부상을 입은 채 사력을 다해 쫓아오는 의문의 사내들을 따돌린다. 힘겹게 다 따돌린 듯 싶더니 쫓기던 남자는 반대편에서 돌진해오는 차에 치이면서 응급실로 실려간다. (차에 치이는 장면에서 나오는 화면 구도는 늘 흔히 보던 장면이라 쉽사리 예상이 되었다. 하지만 늘 그런 장면은 보는 이들을 깜짝 놀래킨다.)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쫓기는 것일까. 그리고 그 남자의 응급진료를 맡았던 의사는 임신한 자신의 아내가 불의의 괴한에게 납치되고 그 괴한으로부터 의사는 입원한 남자를 빼내오지 않으면 아내의 운명이 위태로울 거라는 협박을 받는다. 영화 '표적'의 스토리는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원작으로 기반한 것이다.

 

 

 

 

유럽영화를 리메이크 하다보니 전반적인 화면의 톤이 마치 유럽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유럽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느낌을 풍긴다. 주인공 백여훈 역의 류승룡은 '트랜스포터' 시리즈로 액션 스타 반열에 오른 제이슨 스태덤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시종일관 무표정에 좀처럼 감정의 굴곡을 드러내지 않는 백여훈 캐릭터는 관객들의 감정이입의 틈을 좀처럼 내주지 않는다. 그래서 틱장애를 앓고 있는 그의 동생(진구)와의 형제애도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대신 중년의 나이가 무색한 강렬함을 발산하는 격투 장면은 카리스마를 강력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이미 '테이큰'에서 리암 니슨의 강력한 포스 넘치는 액션장면들을 이미 접한 관객들에게 더 이상의 새로움은 전달되지 않는 모양새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캐릭터들을 꼽는다면 송기철 반장역의 류준상과 남성 못지 않는 강인함과 동시에 묘한 섹시함을 풍기는 여형사 반장 정영주 역을 맡은 김성령이다. 영화의 반전은 송기철과 정영주 사이에서 펼쳐지는데 개인적으로 극 중에서 예상보다 일찍 하차한 정영주의 존재감이 아쉽게 느껴졌다. 반면에 혀짧은 소리를 내면서 어눌한 듯하지만 무시무시한 마성을 품고 있는 송기철 반장은 백여훈과 더불어 갈등의 중심축을 형성한다.

 

송기철과 백여훈의 대립구도가 영화를 지배하다 보니 백여훈과 함께 추격자 신세에 처한 이태준(이진욱)의 역할이 다소 존재감이 떨어져 보인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백여훈의 감정선을 따라간다. 백여훈의 감정이 폭발을 거듭할수록 영화의 파괴력은 점점 배가된다. 그러나 백여훈의 절실함에 더 깊이 몰입되지 못하고 그가 펼치는 액션이 점점 기계적으로 다가오는 점은 이 영화의 아쉬움이다.

 

악역의 배후도 예상보다 싱겁다. 양파 껍질을 벗길수록 숨겨져 있는 악의 무리들을 단계적으로 처단하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던 '테이큰'에 비해 악당 무리 규모는 소박하다. 하지만 류승룡의 카리스마는 여전히 살아 있다. 특유의 차가운 표정이 되살아나면서 냉혈한 액션을 거침없이 소화한다. 일단 관객들을 펄펄 끓어오르는 긴장선에 올라타게 했지만 더 이상의 신선함이나 새로움은 느껴지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영화 '표적'은 액션 영화에 목말라하던 관객들의 갈증만큼은 충분히 해소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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