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삶을 찾는 자가 결국 winner. 영화 '아메리칸 허슬'

2014. 3. 14. 02:07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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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사기꾼이 FBI가 주도하는 범죄 소탕작전에 투입되는 흥미로운 스토리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허세와 탐욕, 그리고 진실된 삶에 대한 갈증을 표현한 영화 '아메리칸 허슬'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썰을 풀어내는 타고난 능력을 선보인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제니퍼 로렌스, 제레미 러너 등의 보는 눈을 즐겁게 하는 올스타 캐스팅이 돋보인다.

 

단순히 포장만 화려한 것이 아니다. 헐리웃 특유의 과격한 액션과 허황된 스케일이 없이도 영화는 시종 일관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주인공들의 위태로운 거짓말이 마치 외줄타기처럼 펼쳐지고 FBI 수사관의 끝없는 욕심은 사건의 규모를 점점 확대시키면서 급기야는 건드려봤자 남을 것이 없는 악덕 마피아 일당까지 끌어들이게 된다.

 

희대의 사기꾼 커플로 활약하는 어빙(크리스찬 베일)과 시드니(에이미 아담스)는 승승장구 사기행각을 펼치다가 FBI 요원 리치 다마소(브래들리 쿠퍼)에 의해 희대의 범죄소탕 작전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투입된다. 그리고 범죄소탕 작전의 표적으로 지목된 정치인 카마소(제레미 러너)를 작전에 끌어들이기 위한 사기행각이 시작되면서 극의 긴장감은 밀도를 더해간다.

 

희대의 사기꾼 어빙이 유일하게 쩔쩔매는 존재인 그의 철없는 아내 로잘린(제니퍼 로렌스)의 거침없는 언변과 행보는 어빙의 속을 더욱 새카맣게 타들어가게 하고 급기야는 마피아를 상대로 거침없는 직설화법을 구사하다가 남편 어빙의 생사까지 위태롭게 만든다.

 

타고난 언변과 처세술로 사기의 정석을 펼치는 어빙, 말투까지 감쪽같이 속이며 영국인으로 변신하며 살아가는 멕시칸 혈통의 시드니, 주체할 수 없는 혈기로 수사의 범위를 거침없이 넓히는 리치 다마소, 오로지 자신의 시민들의 삶의 개선을 위해 검은 손과의 거래에도 주저하지 않는 신념의 정치인 카마소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인간군상 박람회를 보는 듯한 느낌을 얻게 된다.

 

어빙 역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은 과연 그가 '다크 나이트'의 브루스 웨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마치 일부러 찌운 뱃살이 분장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만큼 감쪽같이 대머리 사기꾼 어빙으로 몰입감을 던져준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최고의 발견을 꼽는다면 새로운 섹시함의 절정을 보여준 시드니 역의 에이미 아담스이다. '맨 오브 스틸'에선 거의 존재감을 던져주지 못한 그녀가 자신의 감추어진 끼를 마음껏 한풀이하듯 발산하는 모습에서 에이미 아담스라는 배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다혈질 FBI 요원 리치 다마소 역의 브래들리 쿠퍼의 광기어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내 자신이 불안함에 떨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섹시하지만 성격 장애가 심각한 로잘린 역의 제니퍼 로렌스를 보면 과연 그녀가 1990년생 배우인지 의심하게 만들 만큼 자신의 역할에 완벽히 녹아 들어있다. 제레미 러너는 늘 그렇듯이 화려한 캐스팅 틈바구니 속에서 꿋꿋하게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근래 개봉영화들 중 드물게 필요 이상의 액션이 없이도 영화가 이렇게 긴박하게 흘러갈 수 있다라는 것을 영화 '아메리칸 허슬'은 138분의 긴 상영시간 동안 확실하게 증명한다. 1970년대의 미국 풍경을 마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처럼 완벽하게 살려낸 고증과 음악은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잠깐 동안 등장하지만 로버트 드니로의 카리스마는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과연 진정한 내 자신을 드러내며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것이다. 자신의 사생활도 손쉽게 노출될 수 있는 요즘 세상에서 내 자신을 꾸미는 것은 당연지사가 되어 있다. 비록 사기는 치지 않더라도 우리 자신은 일상에서 의도하지 않는 구라를 남발하며 살아간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심지어는 가정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곤 과연 진정한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도 고민하게 된다.

 

진정한 삶을 찾는 자가 결국 인생의 winner라는 것을 영화 '아메리칸 허슬'이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 짜임새 있는 수작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고도 단 한개의 트로피도 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언제 개봉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을 만큼 시작부터 조용했고 슬그머니 개봉관에서 자취를 감췄다. 오스카 프리미엄이 사라진지 꽤나 오래되었지만 이런 웰메이드 영화가 대형 배급사들의 멀티 플렉스 상영관 확보공세 틈바구니 속에서 소리소문 없이 자취를 감춰야만 한다는 사실이 좀 씁쓸하다. 물론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흥행 대박을 쳤다고 반드시 국내에서 잘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흥행 대접을 받을 만한 영화가 그런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사라지는 작금의 개봉행태는 시정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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