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박스오피스 히어로들이 함께 뭉치다. 영화 '이스케이프 플랜'

2014. 2. 1. 23:58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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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나 추석 연휴같은 민속 명절 동안에는 아무 생각없이 화끈하게 내지르는 액션영화 또는 액션 코믹영화가 보고 싶게 된다. 전통적으로 설이나 추석 시즌에는 머리를 복잡하게 사용하지 않고 화끈하게 즐길 수 있는 액션 또는 액션 코믹영화가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설 연휴 기간 동안에는 머리 속을 화끈하게 비워줄 수 있는 마땅한 액션영화가 눈에 뜨이지 않는다. 그나마 기대했던 '조선미녀삼총사'는 근래 개봉한 영화 중에 드물게 유례가 없는 악평 세례에 시달리고 있다.

 

오히려 오죽하면 이 영화에 그런 악평들이 쏟아지나 궁금해져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와이프가 새해부터 괜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차라리 그 시간에 책 한권을 더 읽으라고 만류하는 바람에 아직 '조선미녀삼총사' 관람 대열에 동참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왠지 화끈한 액션영화 없이 이 연휴를 보내기엔 허전한 마음을 채울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영화는 지난 해 연말에 개봉했으나 LTE 못지 않게 광속도로 극장에서 자취를 감춘 '이스케이프 플랜'이다. 이 영화의 출연진을 보면 이 영화가 극장에서 푸대접을 받고 간판을 내린 것에 대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1980년대 박스오피스를 호령했던 두 거인 실베스터 스탤론과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동시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초등학교 6학년이던 1987년 여름, 실베스터 스탤론과 아놀드 슈왈츠네거는 종로 3가 중심부를 장악하였다. 당시 서울 시내 최대 개봉관들이자 종로 3가 역을 중간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개의 대형상영관인 피카디리와 단성사에서 이 두 명의 헐리웃 달러메이커들이 주연한 영화가 나란히 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코브라'는 피카디리 극장에서 아놀드 슈왈츠네거 주연의 '프레데터'는 단성사에서 개봉하여 종로 3가의 그해 여름은 대단히 뜨거웠다.

 

비단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헐리웃에서도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실베스터 스탤론과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티켓파워는 가공할만했다. 만약 그 시기에 이 두 명의 거물급 스타가 한 영화에 선을 보였다면 아마도 2012년의 '어벤져스' 못지 않은 박스오피스 광풍을 일으켰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흘러도 너무 흘렀다. 두 거물급 스타들의 얼굴에 주름은 더 이상 화장술로도 감추기 힘들만큼 얼굴을 장악하고 있다. 그래도 영화 자체는 이 두 스타의 관록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표현법은 상투적이고 1980년대 액션영화를 보는 것 같은 투박함을 느끼게 하지만 영화 보는 내내 눈을 떼지 못하는 재미를 제공한다. 탈옥 전문가 레이 브레슬린(실베스터 스탤론)이 CIA로부터 역사상 가장 완벽하게 설계된 감옥에 들어가서 탈옥을 시도할 것을 제안받는 장면부터 영화의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되고, 역시나 그 감옥에 진입하기 직전 예기치 못한 음모에 휘말리면서 레이는 사면초가에 처한다. 그러나 감옥에서 알게 된 에밀 로트마이어(아놀드 슈왈츠네거)와 의기 투합하면서 탈옥 확률 0%의 벽을 깨기 위한 두 주인공의 '이스케이프 플랜'이 작동된다.

 

줄거리나 내용 전개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더라도 보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흥미있게 보게 된다. 모처럼 1980년대 람보나 코만도 류의 상투적인 액션의 느낌도 일부분 얻을 수 있고 머리 복잡하게 쓰지 않고 흥미진진한 액션영화를 명절 연휴기간 동안 누리고 싶은 분들께 이 영화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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