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상한 그녀', 객석을 자유자재로 들었다 놓는 심은경은 요물!

2014. 1. 25. 09:28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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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영화가 설 특선 영화로 개봉한다고 했을 때,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소위 관객을 흡입할 수 있는 특급배우들이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막대한 돈을 투입한 특수효과나 액션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배급사의 막대한 영향력을 등에 업고 밀어붙이기로 흥행을 노리는 것일까? 하지만 요즘 관객들은 배급사의 막가파 물량공세에 현혹될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그럼 도대체 이 영화에 무슨 볼거리가 있는 것일까. 다름아닌 영화 '수상한 그녀'를 보러 가기 직전에 일어났던 궁금증이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영화를 처음부터 볼 의도는 없었다. 요즘 개봉해서 흥행 1위를 질주하고 있는 헐리웃 애니메이션을 보려고 했으나 마땅한 시간대가 없어서 결국 이 영화를 차선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차선책의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관람 목록에 우선 순위로 올려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다.

 

그렇다면 영화 '수상한 그녀'는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제목부터 수상한 이 영화의 매력을 살펴본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워킹타이틀'류의 가족 코미디에 김용화식 포복절도 웃음과 찡한 감동을 가미한 영화라 규정짓고 싶다. 시종 일관 객석을 들썩이게 만드는 코미디적 요소,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들, 그리고 눈물을 글썽이게 만드는 감동들이 적절하게 가미되어 있는데 비슷한 영화들을 꼽는다면 2006년 겨울 극장가를 들썩이게 했던 '미녀는 괴로워', 2008년 겨울 극장가를 석권했던 '과속 스캔들', 그리고 최근에 개봉한 워킹타이틀의 시간 여행 로맨틱 멜로 '어바웃 타임' 등이다.

 

국립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는 아들 반현철(성동일)이 자신의 유일한 낙이자 삶의 활력소의 원천이고, 7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쌩쌩함을 과시하고 걸쭉한 입담으로 며느리의 기를 제압하는 욕쟁이 할머니 오말순(나문희)은 자신으로 인해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며느리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결국 가족들(성동일, 김슬기, 진영)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억척스럽게 살았던 자신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던 이의 원망을 들으면서 오말순은 그 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구멍 뚫린 신발을 신고 다니면서도 시장에서 2만 9천원짜리 신발 하나 사는데에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아끼는 등, 자신의 삶을 포기한채 오로지 헌신에만 집중했던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가 오말순을 엄습한 것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발견한 사진관을 접한 오말순은 그나마 멀쩡할 때 자신의 영정사진을 남겨야겠다고 결심한다.

 

사진을 찍은 순간부터 이 영화의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 사진을 찍은 직후 자신의 본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젊었을 적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 오말순은 자신이 그토록 동경했던 오드리 헵번에 대한 오마주(?)로 자신의 이름을 오두리(심은경)로 바꾸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이 때부터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시작되는데, 본격적으로 배우의 개인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면들이 등장하게 된다. 영혼은 70대이지만 육체는 20대로 지내는 오두리역을 맡은 심은경은 2011년 영화 '써니'에 등장하는 패싸움 장면에서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는데, 이번 작품에선 아예 작정하고 관객들을 포복절도의 도가니로 몰아 넣는다.

 

'빗물', '나성에 가면' 등 노년 세대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추억의 가요들을 현대적인 편집에 맞춰 맛깔스러운 창법으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심은경의 놀라운 가창력도 이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이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엔 단순한 웃음코드만 가미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30대에 남편을 잃고 홀로 남아 버려진 야채들을 주워다 모아 먹으면서 억척스럽게 아들을 키운 어머니의 지극한 모성애가 가슴을 후벼판다. 생명이 위험한 순간에 여러 번 쳐했음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절대 놓지말고 붙들라고 해서 아들에게 '붙들이'라는 가슴 아픈 애칭을 붙여준 어머니의 모성애는 영화 막판 손자가 위험한 처한 순간에 자신이 모처럼 선택한 삶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에도 눈물겹게 다가온다.

 

하지만 영화는 지나치게 신파로 흘러가지 않고 감정의 흐름을 적절하게 조정한다. 1년 뒤 자신의 본모습으로 돌아온 오말순은 가족들과 그 어느 때보다 단란하고 화목한 시절을 보내게 되고, 자신을 70년 가까이 일편단심으로 흠모하는 박씨(박인환)와 오붓하게 보내는데, 우연히 사진관을 발견한 박씨가 영화 끝장면에서 변신한 채 나타나는 순간 객석은 여성관객들의 탄성으로 뒤덮이게 된다.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까지 누리면서 영화 '수상한 그녀'는 유쾌한 마무리로 관객들에게 흐뭇함을 선사한다.

 

영화 '수상한 그녀'는 다양하게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어 매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심은경의 놀라운 흡입력이 돋보인다. 매번 등장하는 작품마다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심은경은 이 영화의 최고의 발견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족들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포기하고 헌신적인 삶을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의 지극한 모성애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설 연휴동안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즐기기에 손색없는 영화 '수상한 그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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