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의형제' + '베를린' + '세븐 데이즈' = '용의자'

2013. 12. 29. 19:01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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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의형제' - 남과 북에서 모두 마이너 인생에 처해버린 전직 국정원 요원과 첩보요원이 함께 의기투합(?)한다. 하지만 서로의 목적은 너무도 극명하게 대조적이고, 언제든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눌 수 있는 상황에서 위험한 동거가 시작된다. 하지만 둘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피를 나눈 형제보다도 더 진한 우정을 나누면서 서로의 한을 풀고 소원을 이루게 된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주택가를 휘젓는 카 체이스 씬은 대한민국 영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길 만한 명장면이었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아 보이던 주연배우 송강호와 강동원의 하모니가 마치 진짜 의형제의 우정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촘촘하게 짜여진 구성, 스릴 그리고 훈훈한 결말까지 '의형제'는 남북을 소재로 한 영화에 새로운 유형을 창출하였다.

 

영화 '베를린' - 대한민국과 더불어 유이한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중심 베를린에서 남과 북의 첩보요원들이 목숨을 건 사투를 펼친다. 광대한 스케일과 더불어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등의 올스타 캐스팅은 보는 눈과 듣는 귀를 즐겁게 해준다. 그리고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이 공들여 연출한 고통스러움이 절실히 배어나오는 육탄 액션씬은 영화의 스릴과 긴장을 살리는 일등공신 역할을 한다. 다소 복잡한 스토리가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지만 헐리웃 블록버스트 '본' 시리즈에 전혀 밀리지 않는 구성과 액션씬은 속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들게 만들었다.

 

영화 '세븐데이즈' - 승승장구하던 여자 변호사가 자신의 딸이 납치되고, 7일 내에 딸을 되찾기 위해서는 살인범을 빼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7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딸을 되찾기 위해 숨막히는 사투를 펼치는 여자 변호사의 긴박한 심정이 절묘하게 짜여진 편집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 과연 딸을 납치한 범인은 누구이며 왜 그랬을까. 영화가 진행될수록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고 스릴감은 심장을 점점 죄여온다. 당시 미국 드라마 열풍으로 인해 구성이나 일부 편집장면은 미드를 연상한다는 사소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촘촘하게 잘 짜여진 웰메이드 스릴러물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어낸 영화이다.

 

위에 언급한 세 편의 영화들은 기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설정, 구성, 액션 장면 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던 영화이다. 올 겨울 극장가에 영화 '변호인'과 더불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용의자'는 위의 세 편의 영화들의 엑기스들을 모아 더 큰 장점으로 승화시킨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 '용의자'의 매력 포인트를 살펴본다.

 

 

 

 

1. 마이너로 전락한 주인공의 절박한 상황

 

북한으로부터 버림받고 남한으로부터도 희생양의 타겟이 되어 쫓기는 처지에 놓이게 된 지동철(공유)의 동선을 따라 영화 스토리의 전개가 진행된다. 남과 북으로부터 각각 퇴물신세에 놓인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 영화 '의형제'와 유사한 구조라 할 수 있다. 영화 '베를린'과도 역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 퇴물 요원으로 전락한 남한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와 일명 '고스트'로 불리지만 북한 내 내부 권력암투로 인해 희생양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북한 특수 정예요원 표종성(하정우)이 치열한 추격전을 거듭하다가 서로에게 묘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힘을 모아 갈등을 풀어 나간다.

 

영화 '용의자'에서 지동철을 쫓는 일명 '사냥개'로 불리우는 남한의 특수요원 민세훈 대령(박희순) 또한 과거 홍콩 작전 투입 시 뼈아픈 실패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지동철과 맞닥뜨린 과거가 있다. 지동철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수사과정에서 미심쩍은 부분들을 발견하면서 스스로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양동작전을 구사하고, 결국 지동철과 묘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2. 한국 영화 교과서에 길이 남을 액션

 

영화 '용의자'의 최고의 selling point는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 퍼레이드이다. 영화 '아저씨'의 원빈 못지 않게 조각같은 몸을 일궈놓은 주인공 공유의 매력도 외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영화 '베를린'과 헐리웃 영화 본 시리즈를 연상하게 하는 타격액션도 카메라의 동선을 쫓아가느라 정신없을 만큼 현란하고 박력이 넘친다.

 

이 영화 액션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좁은 골목길을 들쑤시고 시내 복판을 가로질러 펼쳐지는 카 체이스 장면이다. 영화 '의형제'에서 선보인 동네 골목 체이스씬을 능가하는 고난도의 액션장면들이 펼쳐지는데 특히 경사도가 30도 가까이 되는 계단에서 차를 뒤로 후진시키는 고성능 액션장면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하드코어 액션의 절정이었다.

 

거대한 스케일이 동원되고 공들여 촬영한 흔적이 돋보이는 영화 '용의자'의 액션장면들은 영화 '세븐 데이즈'에서 다이내믹한 편집능력을 선보인 원신연 감독의 세심한 연출능력이 곁들여지면서 흥분강도를 드높여준다.

 

3. 개인의 욕망과 부성애에 초점

 

이 영화의 악역은 북한이 아닌 남한 내부의 적이다. 북한의 기밀 무기 제조기술을 무기 밀매조직에 팔아넘겨 막대한 부를 챙기려는 욕망에 눈이 먼 남한 정보국 요원 김석호(조성하)가 악의 축이라 할 수 있는데, 탈북한 특수부대 요원들을 끌어모아 그들의 가족의 신변을 미끼로 사실상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사조직을 결성한다.

 

김석호로 인해 직장을 잃고 암암리에 김석호에 관련된 정보들을 모으는 전직 기자 최경희(유다인)의 복수에 대한 욕구와 자신의 가족을 순식간에 모두 잃은 채 남한으로 망명하여 오로지 자신을 배신한 동료 요원 이광조(김성균)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지동철의 복수에 대한 강렬한 욕망은 영화가 전개될 수록 하나의 접점으로 모아지게 된다.

 

자신의 가족들을 몰살시킨 대상을 찾아나서는 아버지의 피끓는 부정은 원신연 감독의 전작 '세븐데이즈'에서 드러났던 유괴된 딸을 홀로 찾아나서는 억척스런 변호사 어머니(김윤진)의 한도 끝도 없는 모정에 비유될 수 있다.

 

영화 '용의자'는 내용 구성이 '베를린'에 비해 짜임새가 떨어지는 편이지만 묵직한 액션장면들은 역대 한국영화 중 단연 최고로 손꼽을만 하다. 헐리웃 영화 본 시리즈처럼 시리즈로 제작된다면 꽤 매력있는 프랜차이즈 시리즈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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