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9. 18:32ㆍEntertainment BB/movie talk
우리가 아는 우주의 모습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직접 우주 탐사선을 타고 우주에 나갈 기회 자체가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몇 년전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이라며 국가의 대경사인 마냥 떠들석하게 홍보하던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은 정작 현재는 우주와 전혀 무관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우주의 세계는 지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하고 미지의 것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주는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남의 동네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래서 우주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스타워즈', '스타트렉' 등과 같은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를 통해 접한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의 잠재의식에 자리하고 있다.
광선총이 난무하는 우주 전쟁은 속된 말로 '구라'이다. 하지만 영화적인 흥미를 위해 영화 제작자들에 의해 창조된 우주에 관련된 '구라'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실'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 동안 우리가 영화 속에서 봤던 우주는 가공된 세계였다. 온갖 화장품이 덕지덕지 발라져 있던 우주의 가공된 모습은 이번에 새로 선보인 영화 '그래비티'를 통해 생얼에 가까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되었다.
휴스턴 관제센터와 우주에 나와 있는 탐사요원들과의 대화로 시작되는 영화 '그래비티'는 첫 오프닝 장면부터 지금까지 봐왔던 우주 영화들과는 차원이 다른 리얼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고요함과 긴장감이 교차되는 우주 정거장 사이로 비치는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은 마치 직접 우주 탐사 현장에 나와 있는 느낌을 선사한다.
영화 오프닝 장면부터 아이맥스 영화 티켓을 예매하지 않은 것이 후회될 만큼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우주의 신비스런 모습과 스케일은 압도적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등장인물이 단 두 명이다. (비록 두 명의 남녀 배우가 워낙에 존재감이 강한 조지 클루니와 산드라 불럭이라 다른 등장인물을 더 찾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된다.)
그리고 스토리도 정말 단순하다. 우주 망원경 정비 작업 도중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히게 되면서 생명에 위협을 맞이하게 되고 다시 지구로 귀환해야 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우주란 곳은 마음대로 숨쉴 수도 없고 생존할 수도 없는 미지와 공포의 세계이다. 슈퍼맨처럼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도 없고 '스타워즈'의 스카이 워커처럼 마음대로 우주 속을 휘젓고 다닐 수도 없다.
지구로 돌아오기 위한 작전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두 명의 주인공이 위기를 맞이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특히 자신의 자식이 4살 때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 지구상에서 정처없이 운전만 하던 스톤 박사(산드라 불럭)의 상처 극복과정이 이 영화를 관통하는 중심테마라 할 수 있다.
스톤 박사와 함께 우주를 탐사하는 매트(조지 클루니)는 특유의 낙천적인 사고방식과 위트로 스톤 박사에게 삶의 새로운 영감을 전달한다. 스톤 박사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딛고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우주 속에서 일깨우고 자신에게 상처를 안겨준 지구로 향하는 장면은 뭉클한 울림을 전달한다. 스톤 박사가 새롭게 지구에 발을 딛는 순간 아직도 우리에겐 삶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이 남아 있음을 전달하며 영화는 1시간 30분 동안의 우주 대장정을 마감한다.
단순한 스토리 구조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 '그래비티'는 여태껏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아이맥스 대화면에 대한 갈증을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달하는 새로운 형태의 수작이다. 단언컨대 올해 헐리웃 영화 중 최고의 발견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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