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세이커스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의 비결은

2014. 3. 9. 20:32Sports BB/배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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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7년이 걸렸다. 그 동안 리그에서 정규시즌 준우승 4회, 챔프전 준우승 1회 등 좀처럼 정상 문턱에서 고비를 넘어서지 못하던 LG 세이커스가 2013-2014 프로농구에서 마침내 정규리그 정상에 올라섰다. 정규리그 마지막 날 마지막 경기 그것도 홈 경기에서 창단 첫 우승을 확정지었기에 기쁨은 더욱 배가되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LG는 대형 신인 김종규를 드래프트에서 획득하면서 돌풍이 점쳐졌지만 정규리그 정상까지 오를 거라고 예상했던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팀 평균연령 28.4세로 젊고 패기 넘치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LG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조직력과 위기 대처능력이 진화하면서 팀 창단 이후 최다인 13연승을 거두면서 리그를 마무리하고 정상까지 올라섰다. 시즌 내내 3강을 형성하던 라이벌 SK, 모비스 등을 차례로 연파하면서 거둔 성과로 더욱 값지고 의미있는 우승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시즌 8위에 머물렀던 LG가 올 시즌 정상까지 치고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과감성과 치밀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지난 시즌 막판 신인 드래프트 상위권 순번을 확보하기 위해 추악한 순위 경쟁(상승이 아닌 하락을 위한)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LG는 당장의 성적이 아닌 미래를 내다 보았다. 그리고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특급 대형센터 김종규를 드래프트를 통해 확보하는데 성공하였다. 하위 4팀이 각각 25%의 확률을 쥐고 있었던만큼 김종규 확보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LG 구단은 미리 김종규를 위한 정규 시즌 유니폼을 제작하는 열의와 간절함을 보였다. 그 간절함 덕분이었는지 LG는 추첨에서 드래프트 1순위라는 쾌재를 부를 수 있었고, 주저 없이 1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대형센터 김종규를 지명하였다.

 

LG의 전력보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시즌 팀 전력의 80%이상을 차지하던 용병 로드 벤슨을 모비스에 넘겨 주고 당시 특급 신인가드였던 김시래를 얻게 된다. 김시래는 지난 시즌 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 결정전에서 주전 양동근 못지 않은 맹활약을 펼치며 팀 우승에 기여하였다. 하지만 김시래의 LG행은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이 끝날때까지 비밀에 부쳐졌다가 시즌이 종료되면서 발표되었다. LG의 전력보강을 위한 치밀한 정중동 행보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특급센터와 가드를 확보한 LG는 더 높은 곳을 오르기 위해 전력보강을 멈추지 않는다. 전자랜드 주전 포워드로 활약한 혼혈선수 문태종을 1년 계약에 6억 8천만원이라는 막대한 거액을 안기며 영입한다. 올해 40세가 된 문태종 영입을 두고 이미 전성기가 지난 선수에게 과도한 투자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LG 구단은 전혀 흔들림없이 주저하지 않고 과감하게 영입을 결정하였다. 문태종은 승부처마다 특유의 골 결정력을 선보이며 소속팀의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 만약 문태종이 한물간 선수라는 주위의 평가를 의식한 나머지 문태종 영입을 주저했다면 아마도 올 시즌 LG는 잘 나가다가도 결정적인 고비를 넘어서지 못하는 과거의 패턴을 반복했을 것이다.

 

센터, 가드, 포워드에서 확실한 자원을 확보한 LG는 정규시즌이 개막해서도 김종규를 철저하게 보호하였다. 아시아 선수권 대회, 농구대잔치 등 살인적인 스케줄에 체력이 고갈된 김종규를 무리하게 출전시키지 않고, 김진 감독과 강양택 코치가 밀착 관리하면서 개인 기량과 조직력 습득에 공을 들였다. 현역시절 뛰어난 가드와 포워드로 명성을 떨쳤던 김진 감독과 강양택 코치의 속성 과외는 김종규의 성실성과 적극적인 의지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낳았고, 결국 시즌이 거듭할수록 김종규는 진화를 거듭하게 된다.

 

역대 사례로 볼 때 특급센터의 중요성은 수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93 농구대잔치의 서장훈(연세대), 2002-2003 시즌의 김주성(원주 TG), 2008-2009 시즌의 하승진(KCC),  2011-2012 시즌의 오세근(인삼공사) 등 대한민국 농구 역사에 도장을 찍을 만한 특급센터의 등장은 그 팀의 운명을 바꿔놓음과 동시에 소속팀을 정상으로 끌어 올렸다.

 

김종규는 학습을 통해 진화를 거듭했고 이제 리그에서 가장 파워풀하고 다이내믹한 센터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김종규의 경기력은 포스트시즌에서도 거듭 진화될 것이 기대된다.

 

김종규와 더불어 LG 구단이 치밀한 전략을 통해 영입한 포인트 가드 김시래의 활약 또한 팀 우승에 결정적인 공헌요소라 할 수 있다. 신인 당시 챔피언 결정전까지 경험하며 경기를 보는 시야가 향상된 김시래는 문태종, 김종규 그리고 특급용병 제퍼슨 등 뛰어난 자원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LG의 공격력을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데 기여하였다.

 

또한 팀 전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용병 영입에 있어서도 LG는 제퍼슨과 메시라는 우직하고 기량이 걸출한 자원들을 확보하는데 성공하였고 팀 플레이와 가장 최적화된 시너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하였다. 역시 구단 프런트와 코칭 스태프의 치밀한 판단력이 조화를 이룬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LG는 김시래, 문태종, 김종규 등 주축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도 철저한 관리를 통해 성공했는데, 백업멤버인 유병훈, 조상열, 기승호, 김영환 등 다른 팀에 가면 충분히 주전을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 뿐만 아니라 주축 선수들의 체력 유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자원들을 과감한 투자와 치밀한 전략을 통해 보완하면서 팀 전력을 극대화시킨 LG 세이커스의 성공사례는 비단 프로농구 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나아가 기업경영에도 충분히 모범사례로 참조할 만하다. 만약 LG 코칭스태프나 프런트가 특급신인 김종규 영입에 도취된 나머지 시즌 초반부터 지쳐있던 김종규를 무리하게 출전시켰다면 팀의 조직력은 붕괴됨과 동시에 김종규의 성장도 더디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치밀한 계획, 그리고 필요할 때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LG는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모기업인 LG그룹의 스포츠 구단이 프로 스포츠 정규시즌에서 정상에 올라선 것은 1994년 LG 트윈스 이후 무려 20년만이다. 20년의 기간동안 재계 라이벌인 삼성은 프로야구, 프로배구 등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정상에 수차례 올라서는 기쁨을 맛보았다. 프로농구의 경우에도 최근에는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2000-2001시즌, 2005-2006시즌 두 차례 정상에 오르기도 하였다. 1990년대 초반 야구, 축구, 씨름 등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LG 그룹의 프로 스포츠는 기나긴 침체기를 겪어 왔는데, 지난 시즌 야구가 2002년 준우승 이후 11년 만에 부활에 성공하면서 가능성을 제시했고, 이번에는 농구가 창단 첫 정규시즌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맞이하였다.

 

모기업의 주력기업인 LG전자는 최근 핵심 시장이라 할 수 있는 휴대폰 시장에서 위로는 삼성과 애플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아래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급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 회사들의 추격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LG 세이커스의 성공의 핵심으로 작용했던 과감성과 치밀함을 벤치마킹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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