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 21:54ㆍSports BB/배구라
정확히 일주일 전, 11월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은 라이벌 삼성화재에게 속된 말로 무참히 '발리고' 말았다. 공격과 수비에서 가릴 것 없이 뭐하나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치지도 못하다가 3-0의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현대캐피탈은 2라운드 첫 경기였던 우리카드와의 대결에서도 3-0 충격의 완패를 당하면서 우승 후보라는 예상이 무색한 행보를 펼쳤다.
이번 V리그 들어 팀이 가장 어려운 수렁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은 숙적 삼성화재와 또 다시 맞붙었다. 다만 대결장소가 홈 구장인 천안 유관순 체육관이라는 점이 지난 번 대결과의 차이점이었는데, 결국 홈구장 어드밴티지가 큰 장점으로 작용하였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V리그 2라운드 맞대결을 리뷰해본다.
1세트 부터 현대캐피탈은 레프트 고준용, 리베로 김강녕을 집중 공략한 서브 작전을 펼쳤다. 특히 경기 초반 윤봉우의 서브 에이스 2방이 경기 흐름을 현대캐피탈로 유리하게 가져오는 역할을 하였다. 삼성화재 고준용과 김강녕은 경기 초반 서브 리시브 범실에 부담을 느낀 듯 경기 내내 불안정한 서브 리시브로 세터 유광우의 토스워크를 들쭉날쭉하게 만들었다. 서브 리시브, 토스가 흔들리다 보니 제 아무리 어떤 어려운 공도 소화할 수 있는 레오라도 불안한 토스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삼성화재는 그나마 박철우가 분전을 펼쳤지만 결정적인 순간 블로킹에 걸리면서 레오의 빈틈을 메우기에는 2% 부족하였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주포 아가메즈가 완벽한 높이와 블로킹을 보고 때리는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팀 득점의 50% 이상을 책임진다. 또한 결점으로 지적받은 임동규, 송준호 레프트라인이 1차전 때보다 훨씬 안정감 넘치는 경기 운영을 보이면서 아가메즈를 지원하였다. 그리고 윤봉우와 최민호로 이루어진 센터라인이 막강 높이를 선보이면서 삼성화재 공격진을 위축시켰다.
그러나 1,2세트를 따냈지만 현대캐피탈은 권영민과 최태웅 등의 세터진이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였다. 특히 여유있는 점수로 리드를 잡으려는 순간마다 좀 더 달아날 수 있었지만 세터진의 좁은 시야와 기복이 심한 토스가 팀을 스스로 자멸 위기로 빠뜨렸다. 그럴때마다 김호철 감독은 권영민과 최태웅을 번갈아가며 기용하며 분위기 쇄신을 꾀하였다. 그러나 잦은 세터 교체는 주포 아가메즈를 혼란에 빠뜨렸다. 아가메즈는 경기 도중 세터들에게 토스에 대한 주문을 자주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들쭉날쑥한 토스가 세계적인 명 공격수 아가메즈의 공격 흐름에 도리어 악영향을 미치는 모습이었다. 특히나 어려운 공을 공격 처리하고 중앙선을 넘어가지 않기 위해 역동작을 취하는 아가메즈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상을 입지 않을까하는 아찔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1,2세트를 내리 따낸 현대캐피탈은 3세트에서 세터 권영민과 최태웅이 나란히 부진에 빠지면서 대혼란을 겪게 된다. 반면에 삼성화재는 고준영, 김강녕 대신 투입된 김정훈과 이강주가 팀에 활력을 불어 넣으면서 반격에 성공한다. 듀스 접전 끝에 3세트는 삼성화재가 따내면서 경기는 접전 양상에 접어든다.
자칫 분위기가 가라앉을 뻔 했던 현대캐피탈은 4세트 초반 7점차의 리드를 잡으면서 여유있게 경기를 마무리할 듯 보였다. 그러나 같은 시간 울산 문수 구장에서는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던 울산 현대가 경기 종료 몇 초를 남겨두고 포항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했고, 포항은 기적같은 K리그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기적의 1분 마법이 천안의 삼성화재에게도 똑같은 약발을 발휘한 듯 삼성화재는 집념의 추격을 펼치면서 14-13 역전에 성공한다. 7점차의 손쉬운 리드를 날려버린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에 대한 트라우마가 또 다시 되살아날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레프트 송준호가 연달아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팀을 구해냈다. 공격 뿐만 아니라 블로킹에서도 송준호는 상대 박철우의 공격을 3개나 막아내면서 높이에서도 우위를 점하는데 공헌하였다. 3세트에 이어 4세트에서도 양팀은 듀스에 돌입한다. 현대캐피탈은 이전 모습과는 달리 공에 대한 높은 집중력을 선보이면서 27-26으로 리드를 잡는데 성공한다.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삼성화재 레오의 공격은 라인을 벗어나는 아웃이 되면서 경기는 그대로 끝난 것처럼 보였다. 경기장은 홈팀의 승리를 자축하는 축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레오를 비롯한 삼성화재 선수들은 강하게 억울함을 표시하면서 심판 합의판정을 유도하였다.
삼성화재는 이미 비디오 판독을 사용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심판 합의판정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중계방송에 잡힌 느린 화면에 레오의 공격은 명백한 터치아웃임이 판명되었다. 그러나 심판들은 공격 아웃을 선언했고, 경기장의 스태프들은 이미 터뜨린 축포 흔적을 걷어갈 필요가 없었다.
만약 듀스 상황이 지속되었다면 듀스 승부에서 집중력이 뛰어나지 못했던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었다. 논란 끝에 경기는 종료되었고 현대캐피탈로선 더 개운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승부를 천신만고 끝에 마무리하였다.
1라운드의 패배를 설욕하는데 성공한 현대캐피탈은 레프트 송준호와 임동규가 1차전보다 훨씬 나아진 경기력을 선보인 덕본에 상대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권영민과 최태웅 두 명의 세터진을 언제까지 한꺼번에 고집할 것인지에 대해서 김호철 감독의 명확한 의사결정이 필요해 보인다.
두 명의 세터 모두 리그에서 일급기량을 과시하지만 잦은 세터 교체는 선수들에게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는 모습이다. 더군다나 김호철 감독은 경기 내내 세터들에게 상당히 잦은 주문을 하는데 오히려 세터들을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레프트 임동규는 경기 후반에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패기는 가득하지만 여전히 산만한 경기력을 해결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 주었다.
모처럼 숙적 삼성화재를 상대로 승점 3점을 획득한 현대캐피탈이 반등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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