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17. 00:25ㆍSports BB/배구라
2월 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펼쳐진 V리그 남자부 선두 삼성화재와 최하위 러시앤캐시의 경기에서 러시앤캐시는 초반 2세트를 모두 잡아내며 대어 사냥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리그 최강팀 삼성화재의 반격은 매서웠다. 3세트 종반까지 승부의 향방을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다. 노련한 삼성화재의 거센 반격 속에 러시앤캐시의 어린 선수들은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김세진 감독은 마지막 작전 타임을 불렀다.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은 어조로 김세진 감독은 명확한 메시지를 전했다. "목적서브 넣지마. 그냥 무조건 세게 넣어. 실패해도 좋아. 모든 건 내가 책임질테니 무조건 세게가!" 한 점이 아쉬운 접전 상황에서 김세진 감독은 리그 최강팀을 상대로 정공법을 선택했다.
과연 정공법이 어떻게 통할 지 관심이 모아졌는데, 불과 5분여만에 김세진 감독이 선택한 정공법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러시앤캐시는 토종 에이스 송명근이 막판 결정적인 공격 2점을 성공시키면서 최강 삼성화재를 3-0으로 셧아웃시키는 파란을 일으켰다. '파란'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실례라 느껴질 정도로 러시앤캐시의 플레이는 공,수에서 삼성화재를 압도하였다.
급조하다시피 창단하여 뛰어든 V리그에서 막내팀 러시앤캐시가 이 정도로 돌풍을 일으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였다. 한국전력의 전광인과 더불어 신인 최대어들로 꼽히는 경기대 3인방 (송명근, 송희채, 이민규) 을 영입하며 돌풍이 예상되었지만 리그 참여 첫 시즌부터 점점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러시앤캐시의 돌풍은 기존 팀들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초보 감독 김세진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초기에는 반신반의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지금은 아무도 김세진 감독의 역량을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팀을 빠른 시간에 강팀에 대적할만한 팀으로 일궈내고 있는 그의 리더십이 연구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제 후반기 순위 경쟁에서 가장 큰 변수는 러시앤캐시가 될 전망이다. 김세진 감독이 작전시간을 불러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릴 때마다 해설위원 김세진의 모습이 연상될만큼 명확하고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다. 또한 젊은 선수들이 쉽게 동요되지 않도록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배구의 기본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아끼지 않는다. 가령 서브리시브가 잘 되지 않을 경우엔 질타보단 서브 리시브는 가슴으로 받는 거라는 보다 명쾌한 메시지로 선수들의 분발을 유도한다.
시즌 초반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존재감이 없었던 용병 바로티는 이제 팀에 없어서는 안될 주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세진 감독의 지속적인 케어가 없었다면 바로티는 일찌감치 짐을 싸고 귀국했을 것이다. 러시앤캐시의 올 시즌 급성장이 가능했던 결정적인 원인은 조급함보다는 길게 보는 시야와 허심탄회함이라 할 수 있다. 김세진 감독은 인터뷰에서 늘 우리 팀은 누구랑 붙어도 지는 팀이다라는 전제를 깔면서 섣부른 욕심과 자만을 경계하고 있다. 선수들에게도 생각이 많아지는 것보다는 심플하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주문하는데, 바로 허심탄회한 마음가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대어 삼성화재를 잡고난 후 치른 다음 경기에서 러시앤캐시는 전반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플레이로 일관하다가 대한항공에 0-3 완패를 당하였다. 아직까지 기복이 심한 신생팀의 전형적인 특징을 드러내고 있지만 러시앤캐시는 이제 더 이상 V리그에서 상대방에게 승리 보증수표가 아니다. 오히려 순위 경쟁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비기를 지닌 팀으로 인식되는 중이다.
데뷔 첫 해부터 팀을 정상궤도로 끌어올리고 있는 김세진 감독의 허심탄회 리더십과 뛰어난 수비능력으로 현역시절 명성을 떨쳤던 석진욱 코치의 역량이 팀을 어떻게 진화시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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