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배구] 그녀들은 우리를 저버리지 않았다.

2021. 7. 29. 23:31Sports BB/배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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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의 올림픽 메달획득은 어쩌면 이번 도쿄올림픽 이후 당분간은 마음을 비워야 할 과제일지도 모른다. 10년이 넘도록 대한민국의 간판으로 군림한 세계 정상급 공격수 김연경의 커리어에서 이번 도쿄올림픽이 마지막 올림픽이기 때문이다.

 

도미니카공화국 승리의 주역 박정아 (이미지 출처 - 뉴스1)

 

김연경만한 공격수를 발굴하려면 앞으로 10년 이상을 인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김연경이 지닌 기량과 팀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만큼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2012 런던올림픽 4강 이후 여자배구는 국제대회에서 선전을 거듭하며 저변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급기야는 V리그 여자부의 인기(평균관중, 시청률 등)가 남자부를 추월할만큼 여자배구는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V리그 지난 시즌 차세대 스타로 각광 받던 쌍둥이 자매 (이재영, 이다영)의 학폭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자배구의 인기에 큰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쌍둥이 자매가 공식적인 사과를 생략하고 조용히 코트 복귀를 추진하다가 팬들의 비난세례가 빗발치기도 했다. 그 와중에 대표팀은 핵심전력으로 활약하던 두 선수의 갑작스런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과도기를 겪어야 했다. 올림픽 직전에 펼쳐진 VNL (Volleyball National League)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팀웍을 다시 재정비하는 단계로 대회에 임했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경기력 저하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갔다.

 

그러나 대표팀은 오로지 도쿄올림픽 조별리그에 초점을 맞췄고, VNL이후 합숙훈련을 통해 조용히 팀 리빌딩을 진행했다. 브라질, 세르비아, 일본, 도미니카 공화국, 케냐 등과 A조에 속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8강 진출 마지노선인 조 4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일본, 도미니카 공화국, 케냐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도쿄올림픽 1차전에서 A조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여전히 VNL에서 보여준 우려를 재현하는 듯 싶었던 여자배구 대표팀은 케냐와의 경기를 통해서 경기력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8강 진출의 고비였던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대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승리를 따내면서 VNL에서의 패배를 깨끗이 설욕했다.

 

김연경은 리더로서 팀에 사기를 불어넣고 자신이 왜 세계 톱 클래스 공격수인지를 제대로 증명했다. 여기에 김연경을 지원 사격하는 양날개 김희진과 박정아가 제 기량을 발휘한 것이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IBK 기업은행에서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희진(IBK기업은행)과 박정아(도로공사)는 각기 뼈아픈 부침을 딛고 다시 완전체로 합쳐지면서 IBK 황금기를 주도했던 시절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김희진은 최근 2년 사이에 소속팀에서 주 포지션이었던 라이트 대신에 센터로 투입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자신의 장점마저 잃어버리는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박정아는 2016년 리우올림픽 당시 불안한 리시브로 인해 8강전 (네덜란드) 패배의 원인이라는 비난을 덮어 써야만 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확실히 절치부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비에서 끈질긴 모습을 보이면서 팀에 사기를 불어넣고 있으며 과감한 공격으로 대표팀 공격옵션 다양화에 기여하고 있다. 

 

세터 염혜선도 이전 국제대회에서 경기 운영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각 공격수의 특성을 잘 살린 토스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고 여기에 자신의 최대 강점인 강한 서브로 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최근에 여러모로 많은 부침을 겪은 대한민국 여자 대표팀의 선전이 지속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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