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준비된 기적, 대한민국 여자배구는 계속 진화 중

2021. 8. 4. 12:30Sports BB/배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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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달전 국제대회에서 봤던 그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환골탈태했다. 경기를 관전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봐도 놀라울 정도인데 같이 경기를 치르는 상대팀은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021년 8월 4일 오전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펼쳐진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세계 4위 터키와 풀세트 접전 끝에 3-2 (17-25 25-17 28-26 18-25 15-13)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여자배구 4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아시아 국가들 중 유일하게 8강에 오른 대한민국은 이제 4강까지 진출하면서 새로운 기적을 일궈내고 있다.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1세트 초반 상대의 높은 블로킹과 속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대한민국 대표팀은 1세트 후반부터 서서히 상대 공격에 리듬을 맞춰가는 모습을 보였고, 2세트부터 확연히 달라진 조직력으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렸다. 터키도 끈질긴 승부에 대한 집념을 보이며 승부를 5세트까지 이끌고 갔지만, 후반 터키 수비진을 흔드는 대한민국의 강서브에 승부의 흐름을 내주었다.

 

보는 내내 긴박감을 선사했던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전의 주요 키워드를 살펴본다.

 

1. 대한민국은 '김연경 보유국'

 

자신의 SNS에 '기독교는 성경, 불교는 불경, 배구는 김연경'이라는 재치있는 멘트로 자신감을 표현했던 김연경은 자신이 왜 세계 최정상급의 배구 선수인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팀이 위기에 흔들릴 때마다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리더십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고, 고비 때마다 상대의 코트에 시원하게 꽂히는 공격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었다.

 

특히 4세트 초반 박정아가 리시브 불안으로 흔들릴 때, 직접 다가가서 그녀에게 파이팅을 불어넣는 모습은 자칫 흔들릴 수 있는 팀 분위기에 지속적인 투쟁심을 불러 일으켰다.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신들린 경기력을 선보이는 김연경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스포츠에서 대한민국은 '김연경 보유국'이라고 자신있게 내세울만 하다.

 

2. 환골탈태한 염혜선

 

이번 대회에서 주전세터로 낙점된 염혜선(KGC)은 기복이 심한 경기력이 항상 발목을 잡았었다. 강서브를 보유했음에도 자신의 강점을 살리기보다는 기복이 심한 경기력과 특정 선수에 편중된 경기 운영으로 인해 비난을 많이 받아왔다.

 

V리그에서도 염혜선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소속팀이 자주 바뀌면서 좀 처럼 정착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현대건설 - IBK 기업은행 - GS칼텍스 - KGC인삼공사) 특히 IBK 기업은행에 있을 때는 FA로 영입된 표승주의 보상선수로 GS 유니폼을 입었다가 곧바로 KGC와의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좀처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던 염혜선은 이번 올림픽에서 그녀가 왜 대표팀의 주전세터인지 확실히 증명하고 있다. 특정 선수에 편중되지 않고 가용한 공격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토스는 상대팀의 수비진을 교란시키고, 강력한 서브로 결정적인 순간 승부의 흐름을 가져오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

 

특히 터키와의 8강전 3세트 중반 강서브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어 놓으면서 연속 득점을 가져온 것은 이번 대회 염혜선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제 대한민국 대표팀 부동의 주전세터는 염혜선이라는 것에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이다.

 

 

3. 가용자원의 다변화

 

라바리니 감독 부임 이후 대한민국 대표팀의 가장 큰 변화는 김연경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김연경이 정신적 지주로 버티면서 팀 전력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박정아(도로공사), 김희진(IBK기업은행)이 양날개로 고비 때마다 득점을 올려주면서 상대 수비진을 교란시켰고, 센터진 또한 양효진(현대건설)의 속공과 김수지(IBK기업은행)의 이동공격이 확률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면서 대한민국 공격 옵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 리우올림픽 때 8강전 패배의 책임을 안으면서 큰 마음 고생을 겪었던 박정아는 이번 대회에서 '클러치 박'으로 통하면서 고비 때마다 팀에 결정적인 점수를 안겨주고 있다. 터키와의 8강 전에서도 승부의 분수처가 된 3세트 듀스 상황에서 세트를 마무리하는 결정적인 공격을 선보였다. 일본과의 조별리그 예선에서도 5세트 듀스 접전을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 지은 박정아의 클러치 능력이 빛을 발하였다.

 

최근 2년 간 소속팀에서 비중이 현격히 줄어들면서 마음 고생을 겪은 김희진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실히 증명하고 있다. 특히 8강전에서 4세트부터 투입되어 대한민국 코트를 맹폭하던 세노글루의 공격을 5세트에서 블로킹으로 차단하면서 상대의 기를 확실히 제압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다.

 

또한 이번 대회를 통해 올림픽을 처음 경험하는 정지윤(현대건설), 박은진(KGC), 안혜진(GS칼텍스) 등의 젊은 선수들도 교체 투입될 때마다 자신의 몫을 확실히 해내고 있다. 특히 박은진은 5세트 10-10의 상황에서 자신의 주무기인 강서브로 상대 수비진을 뒤흔들어 놓으면서 승부의 흐름을 대한민국 쪽으로 가져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젊은 선수들에게 매 경기 순간순간이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대한민국은 준결승을 포함해 결승전 또는 3,4위전을 치르게 되었다.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가 가장 높은 지점에서 해피 엔딩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매 경기 준비된 기적을 통해 진화를 거듭하는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선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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