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동계 올림픽 방송사별 중계 방송 중간 성적표는?

2014. 2. 17. 00:12Sports BB/스포츠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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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소치 동계 올림픽이 중반부에 접어 들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은 사상 유례가 없이 SBS 단독 중계로 진행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중계 노하우가 KBS나 MBC에 비해 많이 부족한 SBS가 단독 중계를 맡다 보니 논란도 많았었다. 특히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마치 관람객이나 다를 바 없는 해설과 멘트로 빈축을 샀던 일부 해설위원과 캐스터들의 자질 논란도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단독 중계를 통해 많은 매를 맞으면서 맷집을 강화한 덕분일까. SBS의 스포츠 중계 수준은 이제 KBS나 MBC에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만큼 성장하게 되었다. 2012 런던 올림픽 부터는 다시 공동 방송 체제로 전환되면서 지상파 방송 3사가 분담해서 각 종목 중계를 전담하고 있다. 현재까지 각 방송사별 중계 방송에 대한 중간 점검 방송 시간을 가져본다. 물론 필자 주관이 100% 개입된 것이다.

 

 

 

 

1. MBC - 김성주 원톱 체제로 만회에 성공하다

 

2010년대 들어 MBC는 전임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 시청률에만 목을 맨 막장 드라마가 범람하고 파업에 가담했던 실력 있는 인력들이 대거 보직이 변경되는 내홍을 겪으면서 혼란에 휩싸였다. 그 과정에서 그 동안 쌓아놓은 가장 신선하고 재미있는 방송사라는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 중계 당시에는 제대로 검증도 되지 않은 오디션 프로그램 입상자 출신의 배수정을 메인 MC로 기용했다가 한국 사람의 입에서 '영국인이라서 자랑스럽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멘트가 전파를 타게 만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난 해부터 MBC는 그 동안 잃은 것을 차근차근 만회하는 모습이다. 특히 자사 예능 간판프로 '일밤'을 부활시킨 효자 코너인 '아빠 어디가'에서 안정적인 한 축을 맡으며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한층 높아진 김성주를 이번 소치 동계 올림픽 간판 MC로 기용하였다. 김성주로서는 2006 독일 월드컵 이후 스포츠 메인 캐스터로 8년 만에 복귀한 셈인데, 스포츠 중계를 통해 쌓은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중이다.

 

안정되면서도 긴박감을 느끼게 하는 특유의 톤은 경기의 몰입감을 높여주고 있으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쌓은 호감 이미지까지 겹치면서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MBC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비호감이다. 전임 사장 체제에서 훼손된 잔재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김성주라는 캐스터의 자질만큼은 인정할 만하다. 김성주의 스펙트럼이 이번 동계 올림픽을 통해 한결 업그레이드 되는 느낌이다.

 

2. KBS - 역시 내공은 살아있다. 하지만 강호동은 왜?

 

KBS는 전통적으로 안정된 톤의 스포츠 중계가 돋보인다. 어지간해선 흥분하지 않고 최대한 중립적인 톤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런 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살아날 수 있지만, 다소 흥이 살아나지 못하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중계를 대비해 KBS는 많은 변신을 시도하려 노력하고 있다. 올림픽 중계 광고도 많은 개성을 가미해서 선보이고, 특히 피겨 중계를 맡은 조건진 캐스터와 변성진 해설위원이 함께 페어로 피겨 스케이팅을 선보이는 모습은 완성도를 떠나 노력에 박수를 줄 만하다.

 

스포츠 중계의 베테랑인 조건진 캐스터와 변성진 해설위원의 피겨 중계가 무엇인가 차별화된 포인트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대회 초반 조건진 캐스터의 편파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기대감이 다소 사그라들게 되었다. 아사다 마오가 실수하는 장면에서 지나치게 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빈축을 샀는데, 이제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어줍지 않은 애국심에 기댄 멘트에 성원을 보낼 만큼 유치하지는 않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 중계만큼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지식에 바탕을 두고 진행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예외도 있다. 2006 월드컵 당시 신문선 해설위원은 한국과 스위스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두 번째 실점의 빌미가 되었던 논란의 상황에서 지나치게(?) 중립적인 톤으로 일관하다 본의 아니게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 때 상황은 명백히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 하지만 선심이 깃발을 들었으나 주심이 이를 묵살하는 원활하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했고 이것이 논란의 빌미가 되었다. 그 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신문선 해설위원이 좀 더 감성적인 면에 신경을 썼더라면 그 정도로 질타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때로는 감성적인 면을 살려야 하는 경우도 있는 스포츠 중계는 대본을 받아들고 연기하는 것보다 더욱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다. 스포츠는 각본없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KBS는 이번 스피드 스케이팅 중계에 예능인 강호동을 객원 해설위원으로 기용하는 시도를 펼쳤는데, 솔직히 강호동이 왜 그 자리에 앉아서 중계를 하는지 대략 난감스럽다. 강호동과 동계 올림픽이 대체 무슨 인연이 있길래, 씨름 중계라면 모를까. 같은 운동선수였다는 점만 제외하면 강호동이 중계석에 앉아 있을만한 명분이 없어 보인다. 강호동 본인도 전 국민의 시선을 의식한 듯 상당히 조심스러운 톤으로 일관하다 보니 특유의 예능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차라리 차분한 해설이 돋보이는 나윤수 해설위원의 전문적이고 해박한 해설을 더 많이 듣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MBC가 김성주를 캐스터로 기용한 것과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김성주는 본래 스포츠 중계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온 반면 강호동은 굳이 명분을 찾는다면 현재 체육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에 출연하고 있다는 정도이다.

 

3. SBS - '포스트 김성주'로 도약이 기대되는 배성재 아나운서

 

현재 30대 연령의 아나운서 중에 스포츠 중계를 가장 생동감있고 맛깔스럽게 잘 하는 아나운서를 꼽으라면 단연 0순위로 SBS의 배성재 아나운서를 꼽을 수 있다. 이미 2010년 남아공 월드컵, 2012년 런던 올림픽 등을 통해 내공을 쌓아오고 있으며, 재치있는 멘트로 꽤 많은 어록들을 낳기도 했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도 배성재 아나운서의 생동감 넘치고 활력있는 멘트는 살아 있다. 그리고 중계를 거듭할수록 진화가 느껴진다. 가장 잘 하는 축구 중계에 이어 이젠 빙상 종목에서도 배성재 아나운서의 중계는 생동감이 넘치고 흥미롭다. 함께 해설을 맡은 전 국가대표팀 감독 김관규 해설위원도 무난하게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김성주 아나운서의 인지도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속된 말로 계급장 다 떼고 중계방송만 집중해서 본다면 배성재 아나운서의 중계는 맛깔스럽고 흥미가 넘친다. 그리고 활력이 느껴진다. 자야할 시간대에 중계를 보다 보니 배성재 아나운서 같은 활력 넘치는 중계방송이 필요하다. 아마도 이번 동계 올림픽과 곧 다가올 브라질 월드컵 등을 거치고 나면 배성재 아나운서는 스포츠 중계에서 '포스트 김성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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