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31. 22:30ㆍSports BB/야구라
지난 시즌 준우승팀 두산 베어스는 포스트 시즌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어차피 한 번 쯤은 겪어야 할 진통이지만 지나치게 인위적인 전력재편으로 인해 팬들의 비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노장 선수들을 대거 정리한 베어스는 발빠른 행보를 통해 상대적으로 몸값이 저렴한 젊은 선수들의 연봉을 이전에 비해 후하게 올려주는 인심(?)을 보였고, 용병 영입도 일사천리로 진행하며 2014시즌 준비를 마쳤다.
베어스 역대 용병 투수 중 가장 성공적이고 모범사례로 꼽힐만한 더스틴 니퍼트와 4시즌 연속 같이하게 된 베어스는 시즌 내내 골치를 썩히게 했던 용병투수 한 자리를 니퍼트 못지 않은 장신 (202cm) 투수 크리스 볼스테드로 메웠다.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1순위, 통산 128회 선발출장 기록 등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볼스테드는 기존의 니퍼트와 더불어 2m가 넘는 큰 키로만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것을 넘어 강력한 원투펀치로 리그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켜주길 기대받고 있다.
또한 남은 타자 자리에는 최준석의 FA 이적, 거포 유망주 윤석민의 트레이드로 인한 우타 거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메이저리그 통산 104홈런의 만만치 않은 커리어를 보유한 멕시코 출신의 호르헤 칸투를 영입하였다.
역대 베어스가 영입한 용병 야수들 중 가장 지명도가 높은 칸투는 커리어만으로 볼 때 단숨에 올 시즌 가장 파괴력 있는 용병타자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토브리그 내내 선수단을 인위적으로 구조 조정하고 사령탑마저 교체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베어스는 의욕적인 투자를 통해 대어급 용병들을 영입하며 전력 공백에 대한 우려를 조기 진화하는 중이다.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은 볼스테드와 칸투 모두 2012 시즌 이후 전성기에 비해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는 부분이다. 만약 두 선수 모두 한국을 자신의 커리어에서 터닝 포인트로 삼기 위해 선택한 것이라면 처음 미국에서 마이너리그 선수생활을 시작할 당시 못지 않은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숱한 커리어와 사연을 지녔던 용병 선수들에게 한국은 결코 기회의 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익숙하지 않은 가을 잔치의 이방인 역할을 맡았던 SK 와이번스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결코 유쾌하지 않은 상황을 받아 들여야만 했다. 내야진의 핵심요원이자 부동의 테이블세터인 정근우와 FA 협상에 실패하고 한화 이글스로 떠나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핵심요원을 잃은 것도 모자라 와이번스는 이글스로부터 보상선수를 빼오는데도 실패하였다. 워낙에 얕은 선수층의 이글스이다보니 전력을 보강할 바엔 차라리 금전을 보강하자는 선택으로 전향한 것이다. 아마도 올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게 될 최정을 붙잡기 위해 미리 실탄을 확보하는 듯한 모습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와이번스는 팀내 FA를 선언한 핵심선수들인 정대현, 이승호, 정근우를 붙잡는데 실패하였다. 반면에 이들을 대체할만한 뚜렷한 유망선수들이 1군에 올라오지도 않았다. 자연스레 전력의 누수가 누적되고 있다. 당장 정근우가 떠난 자리를 메울 만한 자원도 눈에 뜨이지 않는다. 동계훈련의 기적에 기대를 걸어야할 상황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는 지금 이 시간에도 고양 원더스에서 기적의 조련술을 발휘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이 아닌 이상 현존하는 지도자 pool에선 걸어보기 힘들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국내 선수들의 전력 누수를 감수하더라도 용병 선수들은 프런트의 역량이 좌우되는 부분이다. 와이번스는 일찌감치 세든과 레이예스 두 명의 좌완 외국인 선발투수들과 재계약을 결정하였다. 다승 1위(세든)와 이닝이터(레이예스) 선발투수들을 쉽사리 구하기 힘든 것이 요즘 용병 인력시장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두 명과의 재계약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레이더망을 가동하여 세든을 포획하였다. 최근 들어 일본 프로야구 용병 선발기준에 한국 프로야구에서의 활약 여부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하였다. 요미우리와의 돈 싸움에선 도저히 감당할 여력이 없는 와이번스는 일찌감치 세든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발빠르게 용병 구인시장에 뛰어들어 올 시즌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져스에서 계투요원으로 활동했던 로스 울프를 영입하였다.
우완 투수인 울프는 148km 의 직구에 정교한 제구력을 보유하고 있고 또한 윤희상 외에 믿을 만한 우완 선발요원 부재를 겪고 있는 와이번스 선발진의 균형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시즌 내내 계투요원으로 활약하다 보니 과연 긴 이닝을 시즌 내내 버텨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남은 타자 자리에는 메이저리그 통산 135홈런의 커리어를 보유한 좌타자 루크 스캇을 영입하였다. 베어스의 칸투를 능가하는 메이저리그 경력을 보유한 스캇은 올 시즌 국내 리그에서 활약할 용병 타자들 중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275만불의 연봉을 받은 만큼 지금도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선수인만큼 과연 국내 리그에서 어느 정도 활약을 보여줄지가 관심거리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빅리그를 경험했던 타자들 중 2000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했던 훌리오 프랑코를 제외하곤 전부 변변치 않은 성적을 기록한 채 짐을 쌌다는 점이 스캇의 활약에 유일한 의문부호이다. 야구는 혼자하는 스포츠가 아니고 팀과의 케미스트리가 상당히 중요하고, 국내 투수들의 성향과 빅리그 투수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버텨내기 힘든 곳이 국내 리그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베어스와 와이번스는 기존 행보와는 달리 용병 영입에 있어 커리어를 상당히 고려한 흔적이 눈에 뜨인다. 이들 활약 여부가 올 시즌 이 두 팀의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은데, 단순히 4강을 목표로 하는 팀들이 아닌 만큼 과연 화려한 스펙의 용병들이 얼마나 팀 성적에 기여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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