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별 용병보강 유형 및 전망 (1) - 물갈이를 선택한 타이거즈와 이글스

2014. 1. 5. 14:08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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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프로야구에 용병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용병 농사의 결과에 따라 구단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심지어는 팀의 우승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꼽는다면 1999년 이글스의 막강 타선을 주도한 데이비스와 로마이어, 2001년 공포의 4번 타자로 군림하며 한국시리즈 MVP까지 거머쥔 베어스의 타이론 우즈, 2009년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소속팀 타이거즈를 12년 만에 정상으로 이끈 로페즈와 구톰슨 등이다.

 

특히 2009년 로페즈와 구톰슨의 성공 이후 각 구단들의 용병 선택의 무게 중심은 투수 쪽으로 급격히 몰리게 되었다. 이후 구단들의 투수 편애현상은 절정에 다다르면서 2012년과 2013년에는 각 구단들의 모든 용병 선수들이 전부 투수로 채워지는 현상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양상이 달라지게 되었다. 용병 보유한도가 3명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NC는 4명까지 가능) 용병 선수들의 포지션을 한 포지션으로 몰아서 뽑을 수 없게끔 제도가 바뀌면서 각 구단들은 2011시즌 이후 3년 만에 용병 타자들을 선발하게 되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 WBC 등을 거치면서 국내 리그의 인지도 및 위상은 용병 제도 시행 초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그리고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하다가 선수생활 말년을 국내에서 수월하게 보내려던 일부 선수들이 낙제점에 가까운 활약을 보이면서 각 구단들의 용병 선택 기준도 이전에 비해 실용적인 측면이 한층 강화되었다. 그래서 올 시즌을 앞두고 각 구단에서 선택하는 용병 선수들의 스펙을 살펴보면 단순한 안식년이 아닌 경력 강화를 위해 또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들어온 것임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올 시즌을 앞두고 각 구단들의 용병보강 유형은 어떠한지 살펴보기로 한다. 첫 번째로 용병 3명을 모두 새로운 신입으로 받아들인 타이거즈와 이글스의 사례를 살펴본다.

 

지난 시즌 나란히 8위와 9위에 그친 타이거즈와 이글스의 코칭스태프는 서로 통할만한 공통 키워드가 있다. 바로 '해태 타이거즈'이다 1980년대, 90년대를 호령했던 해태 타이거즈 전성기의 주역들이 감독 및 코치로 양팀에 자리하고 있다.

 

마운드에서 리그를 지배했던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 개성 강한 호화 멤버들을 강력한 카리스마로 휘어 잡았던 이글스의 김응용 감독을 위시하여 이순철, 이종범, 김성한, 김종모, 이대진 등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스타 출신 코치들이 각각 타이거즈와 이글스의 코칭스태프로 팀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양팀은 나란히 8위와 9위에 그치면서 변해가는 리더십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리더십'의 팀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말았다. 그래서 양팀에게 올 시즌은 명예회복 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당면과제를 안고 시작하는 시험대라 할 수 있다.

 

공교롭게 양팀은 지난 시즌 용병의 수혜를 입지 못하면서 성적의 하락을 겪어야만 했다. 그래서 올 시즌을 앞두고 양팀의 선택은 '다 바꿔!'이다. 우선 타이거즈의 용병 선수들부터 살펴본다.

 

 

 

 

1. 선발, 마무리, 4번 타자를 보강한 타이거즈

 

지난 시즌 타이거즈는 기대를 모은 선발요원 소사가 2012시즌과 똑같이 9승을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이 5점대로 급등하면서 마운드에서 타자들을 전혀 압도하지 못하였다.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한 앤서니는 결정적인 블론 세이브를 연발하다가 시즌 중반에 선발로 전업을 시도했지만 이미 의욕을 상실하고 시즌 도중에 퇴출되었다. 앤서니 대체 용병으로 입단한 좌완 투수 듀웨인 빌로우도 기대 이하(below)의 성적을 보이고 시즌을 마감하였다.

 

타이거즈는 용병 교체를 결정했고, 용병 보강의 컨셉을 확실히 정하고 발빠르게 움직였다. 우선 선발요원으로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요미우리 등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거물급 용병 데니스 홀튼을 영입하였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6년 동안 63승 39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3.11의 특급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2011년에는 19승을 거두면서 다승왕에 오르기도 하였다. 일본 프로야구 활약상으로만 감안하면 2001년 삼성에서 활약했던 발비노 갈베스 이후 최고의 인지도를 지닌 투수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고령의 나이(36세)와 2013 시즌 요미우리에서 103.2이닝 9승에 그친 점등은 부상에 대한 의혹 및 우려를 안겨줄 수 있는데, 2009시즌 구톰슨 정도의 활약만 해준다면 대성공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올 시즌에도 타이거즈는 외국인 마무리를 택하였다. 다만 선발요원 앤서니를 마무리로 전환시켰던 지난 시즌과는 다르게 아예 마무리 경험이 풍부한 하이로 어센시오를 영입하였다. 마이너리그 9시즌 통산 38승 31패 119세이브 평균자책점 3.66. 521탈삼진-189볼넷을 기록한 어센시오는 2009년 유동훈 이후 사실상 마무리 공백 상태를 겪은 타이거즈 계투진에 든든한 뒷문 지킴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역대 용병 투수들 중 마무리 투수로서 성공사례가 없었던 점을 감안할 때 어센시오가 국내 타자들의 특성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지 여부가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남은 한 자리에는 우타 1루수인 브렛 필을 영입하였다. 2013년 트리플 A에서 타율 0.344, 18홈런 79타점, OPS 1.010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브렛 필은 컨택 능력이 뛰어난 중장거리 타자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브렛 필의 영입은 타이거즈가 더 이상 최희섭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매년 한 방이 터지길 기대하며 애간장을 태운 타이거즈 코칭스태프와 프런트는 이제 전력 구상에서 최희섭의 비중을 사실상 말소시킨 듯 보인다. 브렛 필은 이범호, 나지완 등과 함께 타이거즈 중심타선에 포진할 전망인데 그가 2013년 트리플 A에서 선보인 활약을 시즌 내내 꾸준히 선보인다면 타이거즈 타선은 한층 견고해질 것이다.

 

2. 기동력과 선발요원 보강에 중점을 둔 이글스

 

올 시즌을 앞둔 스토브리그에서 거액의 베팅을 통해 대어급 FA 정근우와 이용규를 한꺼번에 영입한 이글스는 그 동안 부실했던 테이블세터에 대한 고민을 덜게 되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경력의 좌타 외야수 펠릭스 피에를 영입하면서 기동력과 수비를 보강하는데 성공했다. 펠릭스 피에는 이글스 역사상 최고의 용병이라 할 수 있는 제이 데이비스를 연상하는 스타일이다. 피에가 그 동안 거둔 성적을 감안하면 장타력 보다는 컨택능력과 기동력에 기대를 걸어볼만하다. 그 동안 느리고 둔탁한 이미지가 강했던 이글스 타선에 정근우, 이용규, 피에의 가세는 보다 날렵한 이미지로의 변신을 기대해볼만 하다.

 

그리고 지난 시즌 넓어진 대전구장 외야를 커버할 수 있는 외야 요원 부재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이용규와 피에의 가세를 통해 대전구장을 확장한 보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이다.

 

지난 시즌 이글스 선발진의 원투펀치 역할을 해준 바티스타와 이브랜드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이글스는 우선 한 명의 선발요원만 영입한 상황이며, 추가 한 명의 선발요원은 여전히 물색 중이다. 우선 선발요원으로 25세의 우완투수 케일럽 클레이를 영입했는데, 아직까지 메이저리그 경험은 없으나 2013시즌 트리플 A에서 14경기에 등판 5승 2패 평균자책점 2.49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점이 올 시즌 활약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아직 25세의 젊은 나이인만큼 이글스 코칭스태프가 얼마나 관리를 잘 해주는가에 따라 클레이의 활약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클레이 외에 남은 한 자리의 선발요원은 여전히 물색 중인데, 마운드에서 확실한 카리스마를 선보일 수 있는 투수를 원하는 김응용 감독의 스타일로 볼 때 남은 한 명의 선발요원은 상당한 커리어의 투수가 영입되지 않을까 전망해본다.

 

2013시즌 체면을 구길대로 구긴 타이거즈와 이글스는 올 시즌 부활을 꿈꾸고 있다. 타 구단에 비해 국내 선수층이 얇은 만큼 용병 선수들의 활약에 더욱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용병 물갈이를 선택한 타이거즈와 이글스의 선택이 어떻게 판가름날지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프로야구의 흥미 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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