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30. 01:12ㆍSports BB/야구라
한국시리즈 통산 10회 우승 경험을 보유하고, 현역 감독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구단 사장까지 역임했던 김응용 감독이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전격 복귀했을 때 많은 야구팬들이 놀라움을 금할 수 밖에 없었다. 감독으로서 이룰 것을 모두 다 이룬 73세의 노장 감독이 최하위팀 한화 이글스 감독직에 복귀한 것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였다. 기존에 김응용 감독이 이끌었던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는 리그 최강의 전력을 구축했던 팀이었던 반면 한화 이글스는 보완할 구석이 너무도 많은 허술한 전력의 팀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박찬호는 현역 은퇴를 선언하였다.
한꺼번에 두 명의 에이스가 이탈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스토브리그 동안 팀은 별다른 전력보강을 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맞이하였다. 김성한, 김종모, 이종범 등 과거 타이거즈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역전의 용사들이 대거 코칭스태프로 합류했지만 역시나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었다. 이글스는 2013 시즌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서 9회말이 시작되기 전까지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허망한 역전패를 당하였다. 이후 시즌 첫 승을 거두기까지 무려 13게임이나 기다려야만 했다. 노장 김응용 감독도 이 정도로 험난한 시련을 겪을 줄은 예상 못했을 것이다.
시즌 내내 이글스는 선발 로테이션 가동에 애를 먹어야만 했다. 중심을 받쳐줘야 할 바티스타, 이브랜드 등 두 명의 외국인 투수들은 합작해서 13승을 거두는데 그쳤다. 자이언츠의 원투펀치 유먼과 옥스프링이 거둔 26승의 정확히 반타작 밖에 거둬들이지 못하였다. 외국인 투수들 뿐만 아니라 국내 투수들도 시즌 내내 류현진의 빈자리만 허망하게 곱씹게 만들만큼 부진했는데, 국내 선발 투수 중 최다승이 김혁민과 류창식이 나란히 거둔 5승에 불과했다는 점이 이글스 투수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투수진 중 제 몫을 해준 유일한 투수는 마무리로 눈물겨운 활약을 펼친 송창식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코끼리 김응용 감독의 호출을 받은 그는 매번 등판할 때마다 육수 한 주전자를 받을 만한 땀을 흘리며 역투를 펼쳤고, 4승 6패 20세이브를 기록하면서 빈약했던 이글스의 뒷문을 힘겹게 지켜냈다.
올 시즌을 마치고 이글스는 스토브리그에서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이적하면서 팀에 남기고 간 이적료 280여억원을 요긴하게 활용하였다. 리그 최고의 테이블세터로 평가 받는 SK 와이번스 내야수 정근우와 KIA 타이거즈 외야수 이용규를 한꺼번에 영입하며 단번에 테이블세터 진용을 구축하였다. 또한 메이저리그 출신의 호타준족 외야수 펠릭스 피에를 영입하면서 테이블 세터와 중심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요원을 보강하였다. 피에는 이글스에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활약했던 외야수 데이비스를 연상하게 하는데 만약 그가 데이비스 만큼의 활약을 펼친다면 이글스 타선은 한층 견고해질 것이다.
중심타선에 포진한 김태균, 최진행, 김태완은 나란히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활약을 펼쳤는데, 홈런을 많이 생산해야 할 세 명의 선수가 2013시즌에 합작한 홈런 개수는 고작 21개 (김태균 10개, 최진행 8개, 김태완 3개)에 불과하다. 한 명의 선수가 쳐내야 할 홈런 개수를 세 명의 선수가 나눠서 뽑아내는 바람에 이글스 타선은 시즌 내내 클러치 능력 부재에 시달려야 했다. 2014시즌에도 세 명의 선수가 중심타선에서 각성하지 못한다면 이글스 타선의 2014시즌은 참담할 것이다.
비록 FA를 통해 이글스는 테이블 세터진을 보강했지만 투수진은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라이온즈의 기대주 이동걸을 영입하고 군 제대 선수인 안영명, 윤규진 등이 가세하지만 성에 찰 수준은 아니다. 결국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과 기대주에 머물렀던 류창식과 송창현이 포텐을 발휘해야 이글스 투수진의 경쟁력이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바티스타, 이브랜드와 재계약을 포기한 이글스는 25세의 젊은 우완투수 케일럽 클레이를 영입했는데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과연 어느 정도 자신의 몫을 해줄지가 변수로 남아 있다. 아직 투수의 남은 한 자리의 주인은 결정되지 않았는데, 결국 이글스 마운드의 운명은 외국인 선발투수들이 합작해서 24승 이상을 해주는지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또한 국내 투수들 중에선 류창식과 송창현이 각각 최소 8승은 거두어야만 한다.
그리고 5선발 요원으로 나서는 선수들이 도합 15승 이상은 거둬야만 이글스는 4강 진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비록 FA 시장에서 이글스는 테이블 세터진 보강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투수진은 의문부호가 남는 전력이다.
올 시즌 최악의 시련을 겪은 김응용 감독이 과연 2014시즌에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냉정히 진단할 때 이글스의 전력은 2014 시즌 당장 4강을 노리기에는 절반의 기적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만큼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이 상상 이상으로 발현되는 경우엔 이변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냉정히 이글스 전력은 4강권에 도달할 힘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다만 김응용 감독이 임기 마지막 시즌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기 내용과 팀 미래 전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노장 감독은 자신의 몫을 다한 것이라 판단할 필요가 있다.
부디 한국 야구사에 큰 업적을 남긴 백전노장 김응용 감독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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