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na be 김성근, 송일수와 두산의 바램은 이루어질 것인가

2013. 12. 3. 02:32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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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두산 베어스의 스토브리그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2013 한국시리즈가 종료된 이후 이토록 팬들과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두산 베어스가 화두를 던질 줄은 예상 못했다.

 

워낙에 많이도 언론을 통해 소개 되었으니 더 이상 베어스의 경이로운(?) 선수 유출 행보에 대해서는 언급을 그만 하겠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할 주제이지만 베어스 스토브리그의 클라이막스는 다름 아닌 김진욱 감독 해임과 송일수 감독 선임이다. 송일수 감독 선임을 두고 여전히 어리둥절하는 야구팬이 많은 상황이다.

 

물론 송일수 감독 본인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송일수 감독에 대해 잠시 살펴본다. 송일수 감독은 선수시절 포수로 활동했는데, 프로야구 초창기 수준 높은 투수 리드로 고급스런 경기내용을 선사한 재일교포 출신이다. 1984년부터 1986년까지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동했는데, 함께 활약했던 재일교포 좌완 에이스 '황금박쥐' 김일융과 더불어 삼성 라이온즈의 성적 상승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하였다.

 

1986시즌을 끝으로 송일수 감독은 일본으로 되돌아가면서 서서히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갔다. 그러나 일본으로 복귀 이후 송일수 감독은 1993년부터 2004년까지 긴데쓰 버팔로스 불펜코치, 배터리코치 등을 역임했고,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라쿠텐 골드이글스 스카우트로 활약하면서 일본 프로야구에서 잔뼈가 굵을 만큼 경험을 쌓아왔다.

 

일본 프로야구의 충분한 경험, 그리고 올 시즌 두산 베어스 2군 감독 경험을 통해 송일수 감독이 1군 무대에서 무리 없이 본인의 야구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평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올 수만 있다면 야구라는 스포츠의 묘미는 전혀 느껴지지 못할 것이다.

 

 

 

일단 올 시즌 준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가 내년 시즌 거둘 수 있는 좋은 성적은 오직 우승이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초창기를 제외하고 1990년대부터 팀을 처음 맡은 감독이 부임 첫 해 우승한 년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95년 김인식 (두산 베어스)

1999년 이희수 (한화 이글스)

2005년 선동열 (삼성 라이온즈)

2007년 김성근 (SK 와이번스)

2011년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1990년부터 2013년까지 총 24번의 시즌이 처러졌는데, 팀을 맡은 첫 해 우승을 차지한 감독은 5명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 초보감독은 1999년 이희수, 2005년 선동열, 2011년 류중일 감독 등 단 3명이다. 초보감독이 한국시리즈 진출한 경우를 포함하면 1993년 우용득 (삼성 라이온즈), 1996년 김재박 (현대 유니콘스), 1997년 천보성 (LG 트윈스) 등 총 3명이니 합해도 6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초보감독이 기나긴 정규시즌의 여정을 거쳐 한국시리즈에 도달하는 것은 험난하다. 초보감독으로 우승을 거머쥔 이희수 감독이나 류중일 감독은 상당 기간 팀의 코치를 맡으면서 선수단 파악이 어느 정도 이뤄진 상황이었다. 그나마 예외를 꼽는다면 2005년 삼성 라이온즈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선동열 감독인데, 선동열 감독의 경우 2004년 수석코치를 역임하면서 팀내 전력 파악이 이루어졌고 전임 감독이었던 김응용 감독으로부터 사실상 감독 수업을 받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2005년 당시 삼성 라이온즈는 FA 시장에서 당시 최대어로 꼽혔던 외야수 심정수와 내야수 박진만을 한꺼번에 영입하면서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현대 유니콘스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최강전력을 구축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2013시즌 종료 후 두산 베어스는 선수들을 사들이기는 커녕 끊임없는 전력 출혈로 인해 빈혈에 걸릴 지경이다. 사상 최고령 초보감독인 송일수 감독에게 주어진 상황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하다. 2군과 1군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은 송일수 감독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2011시즌 김경문 감독이 물러난 이후 끊임없이 일본야구에 대한 열렬한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다. 아직도 일부 팬들은 1년 동안만 베어스 수석코치로 활동하다가 다시 일본으로 복귀한 이토 코치에게 처음부터 감독직을 맡기지 않은 것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표시한다. 2012시즌부터 그토록 일본야구 스타일 도입을 갈망했던 베어스 구단이 이토 코치를 과감히 감독으로 앉혔다면 지금 베어스 야구 색깔은 상당히 흥미롭게 변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베어스 구단은 송일수 감독을 통해 본격적인 일본야구 이식 실험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존에 베어스가 가지고 있던 전력의 장점을 희석시키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메이저리그식 빅볼을 이식하려 했던 이만수 SK 와이번스 감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 단적인 예이다.

 

그리고 송일수 감독이 'Wanna be'로 삼고 있는 김성근 감독도 생애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기까지 5개의 구단(OB 베어스, 태평양 돌핀스, 삼성 라이온즈, 쌍방울 레이더스, LG 트윈스)에서 총 15년의 감독 생활을 거쳤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야신'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만약 송일수 감독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송일수 감독에게 돌을 던져서는 안될 것이다. 엄연한 초보감독인 송일수 감독을 선임한 두산 베어스 프런트가 명확히 책임을 지는 떳떳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2002시즌 종료 직후 야구 철학이 다르다는 이유로 김성근 감독을 내친 LG 트윈스 프런트가 2002년 이후 숱한 감독 기용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 핵심 당사자들이 좀처럼 책임을 지지 않고 버티다가 결국은 사과문을 쓰고 구단에서 물러난 사례가 있었음을 팬들은 명확히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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