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스팬 여러분, 많이 당황하셨어요!?

2013. 11. 27. 13:05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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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부터 스토브리그까지 장안의 화제를 몰고 다니는 팀이 있다. 바로 두산 베어스이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0%의 기적을 줄곧 일궈내다가 우승을 눈앞에 두고서는 0%의 뒤집기를 당하면서 팬들에게 진한 아쉬움을 남겼던 베어스는 스토브리그에 접어 들어서는 사상 유례가 없는 '바겐세일(?)'을 펼치고 있다.

 

팬들의 인내심의 한계는 어디까지?

 

우선 지금까지 베어스를 떠나게 된 선수들에 대해 지극히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평가를 내려본다.

 

일단 현재까지 두산 베어스에서 FA, 2차 드래프트, 방출, 트레이드 등을 통해 빠져나간 선수들의 명단을 포지션 별로 살펴본다. 투수 김선우, 이혜천, 김상현, 서동환, 정혁진, 내야수 손시헌, 최준석, 윤석민, 외야수 이종욱, 임재철. 이 중에서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은 FA 계약 대상자였으나 베어스는 단 한 명과도 계약을 성사시키지 않았다. 팀내 넘쳐나는 유망주 야수자원의 현황을 감안할 때 베어스로서는 100억원 이상의 거액을 들여서까지 이들 세 명의 FA 대상자들을 잡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보상선수를 통한 전력강화를 꾀하려고 했지만 이종욱과 손시헌이 올해까지 보상선수 제공에서 예외 혜택을 받는 NC 다이노스와 계약하는 바람에 이마저도 물거품이 되었다. 그래도 베어스에는 내, 외야에 잠재력을 분출할 수 있는 유망자원이 넘쳐난다는 점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최준석의 경우도 포스트시즌에서는 몬스터급 활약을 펼쳤지만 막상 정규시즌에선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과 1루수 자리에 이미 오재일이 자리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거포 용병을 영입할 수 있다는 믿는 구석으로 인해 계약을 진행시키지 않았다. FA 로 유출된 선수들 모두 아까운 선수들이지만 베어스로서는 미래를 선택하였다.

 

2차 드래프트에서 베어스는 임재철, 이혜천, 김상현, 서동환, 정혁진 등을 다른 구단에 내주었다. 이중에서 팬들에게 가장 큰 아쉬움을 안겨다 준 사건은 바로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의 LG 트윈스 이적이다. 임재철은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고, 화려함 보다는 꾸준함과 성실함을 인정받는 선수이다. 또한 이번 플레이오프 3차전 중요한 승부처에서 임재철은 기가 막힌 홈송구로 트윈스의 발빠른 2루 주자 이대형을 횡사시키면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뛰어난 강견 임재철은 충분히 외야 백업요원으로 2~3년 정도 활동할 수 있을거라 예상 되었지만, 베어스 구단은 그에게 코치직을 제안했고, 임재철은 현역활동의 뜻을 비쳤다.

 

트윈스로서는 플레이오프에서 비수를 꽂은 임재철 영입을 통해 외야 수비라인과 우타요원을 보강하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 베어스 입장에서는 임재철을 통한 덕아웃 케미스트리 효과보다는 신진급 외야수 육성에 초점을 맞춘 처사였다. 투수진에서는 이혜천은 최근 2년 동안 극심한 제구력 난조로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김상현과 서동환은 충분히 즉시 전력으로 가동할 수 있는 자원이었지만 역시나 팀내에 유망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현실이 더 이상 김상현과 서동환에 대한 집착을 놓게 만들었다.

 

베어스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잘만 육성하면 당장 내년시즌 좌완 계투요원 활용이 가능한 허준혁(전 SK), 내야 백업요원으로 즉시 투입이 가능한 최영진(전 LG), 양종민(전 롯데)등을 영입하였다. 3명의 선수 모두 잠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베어스의 2차 드래프트 선택은 성공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베어스의 스토브리그는 아직 멈추지 않고 있다. 2차 드래프트가 끝나지 얼마 안 있어 베테랑 투수 김선우를 방출하였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 부상으로 인한 구위 저하로 성적이 부진했지만, 여전히 노련미가 살아 있음을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입증했던 김선우였다. 하지만 베어스는 단호하게(?) 코치직을 제안했고, 결국 김선우는 현역 활동 연장을 택하였다.

 

여기서 끝난게 아니다. 스토브리그에서 베어스는 '뉴스 메이커'를 넘어 '트러블 메이커'로 도약을 꿈꾸는 듯해 보인다. 11월 26일 차세대 거포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내야수 윤석민을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장민석과 맞트레이드한 것이다. 야구팬들은 두 가지 소식에 놀라움을 표하였다. 첫 째, 노장선수들을 정리하는 마당에 김동주의 뒤를 이은 차세대 4번타자로 기대를 모으는 28세의 윤석민이 트레이드 된 것, 둘 째, 윤석민의 트레이드 맞상대가 31세의 외야수 장민석, 그리고 장민석은 얼마 전까지 장기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는 것이다.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베어스는 이종욱과 임재철의 이탈로 생긴 외야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점에서 장민석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외야 백업요원 부재현상이 감지되고 있었다면 굳이 임재철을 내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만약 다른 유망 외야수 보호를 위해 임재철을 어쩔 수 없이 내놨다면 이제 정진호, 국해성, 박건우 등 외야 유망주 요원 육성에 전념해야 할 판에, 최준석의 이적으로 공백이 생긴 우타 거포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충분한 기량을 지닌 윤석민을 왜 보내야 했을까. 갑자기 수학 정석 책을 펴서 보는 것처럼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베어스가 보여주는 세대교체 및 리빌딩은 파격을 넘어 점점 미스테리함을 풍기고 있다. 덕아웃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중간리더급 선수들인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의 이탈로 인해 베어스 리더십의 실질적인 내무반장은 1985년생 오재원에게로 무게 중심이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오재원도 충분히 리더십을 발휘할 역량이 있다. 현재 사실상 베어스 내야를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팀 케미스트리가 하루 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고 그 어느 팀보다도 두터운 야수층을 자랑하는 베어스의 근간이 허전해지기 시작한 것은 큰 아쉬움이다.

 

또한 전력구성으로 볼 때 윤석민의 활용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사실 최준석이 롯데로 이적을 했지만 팬들은 윤석민의 존재가 있었기에 큰 아쉬움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윤석민마저 트레이드 된 이후 팬들은 멘붕에 빠졌고, 팬들 사이에선 흉흉한 루머가 흘러나오고 있다. 베어스의 유망한 포수가 다른 팀으로 현금 트레이드 되고 최준석의 이적으로 얻게 된 롯데 자이언츠 보상선수 지명을 이전에 트레이드로 내보낸 포수를 다시 지명한다는 소문이다.

 

물론 야구는 아무도 모른다. 젊은 선수들의 포텐셜이 한꺼번에 터질 수도 있다. 그러나 베어스 구단은 팬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명분 또한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 팀을 떠난 스타 선수들을 보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하고 야구장에 관람하는 팬들에게 어떤 감동과 대안을 선사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저비용 고효율이 중요하지만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람의 뇌는 좌뇌와 우뇌가 균형있게 작용해야 멀쩡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베어스 팬들로 하여금 예상치도 못한 보이스 피싱전화를 받는 기분이 들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베어스 팬들은 충분히 당황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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