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에 대한 짝사랑을 마침내 노골적으로 드러낸 두산 베어스

2013. 11. 28. 00:37Sports BB/야구라

728x90
반응형

LG 트윈스에서 KIA 타이거즈로 FA 이적한 이대형 대신 보상선수로 지명된 타이거즈의 사이드암 투수 신승현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벼락 맞은 기분'이라 답하였다. 하지만 정작 벼락 맞을 소식은 따로 있었다. 이번 스토브리그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떠오른 두산 베어스가 11월 25일 김선우 방출, 11월 26일 윤석민 트레이드에 이어 11월 27일 마침내(?) 수장 김진욱 감독 경질을 발표한 것이다.

 

시즌 내내 지도력 논란에 시달린 김진욱 감독은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치고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였다. 하지만 3승 1패로 우승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사상 유례가 없는 뒤집기를 당하면서 삼성 라이온즈의 역사상 최초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속 우승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부터 거쳐야 하는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팀을 준우승까지 올려놓은 공로는 쉽게 외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스토브리그가 시작되자 두산 베어스 프런트는 바쁘게 움직였다. 선수를 보강하느라 바쁜 것이 아니고 주력 고참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느라 바쁜 행보를 보였다. FA자격을 얻은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을 보낸 것에 이어 2차 드래프트에선 임재철, 이혜천, 김상현 등을 다른 팀으로 보냈으며, 급기야는 베테랑 투수 김선우와 방출 합의에 이르게 된다.

 

세대교체 차원에서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한 부분까지는 팬들이 아쉬움과 납득의 감정을 교차할 수 있었지만, 11월 26일 차세대 거포로 주목 받던 내야수 윤석민을 넥센 히어로즈의 장민석(장기영)과 맞트레이드하면서 팬들의 납득지수는 급격히 줄어들게 되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이른바 '총검술 번트'로 팀에게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으며, 2010년 이후 줄곧 하향세를 보이던 장민석의 영입은 팬들의 입장에선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이해불가 트레이드였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긴급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팬들의 반응은 압도적으로 이번 트레이드는 넥센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답변에 몰렸다.

 

사상 유례가 없는 리빌딩을 거듭하던 두산 베어스는 급기야는 김진욱 감독을 경질하기에 이른다. 김진욱 감독 임명 당시 베어스 구단은 선수들과의 소통에 능하고 구단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로 유망주 육성을 기대한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2년 뒤 베어스 구단은 김진욱 감독의 인품은 훌륭하지만 승부사 기질이 강하다는 이유로 내치고 말았다. 애당초 베어스 구단이 김진욱 감독에게 기대한 항목 중에 승부사 기질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대신 김진욱 감독은 유망주 육성 부분에서는 나름대로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가장 단적인 사례가 2012년 노경은, 변진수, 2013년 유희관, 윤명준, 오현택 등 그동안 팀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목되던 투수진에 새 얼굴들을 대거 등장시키면서 투수진 강화에 성공한 부분이다. 그리고 팀내 젊은 야수들을 꾸준히 중용하면서 김재호, 이원석, 허경민, 최주환 등을 주전으로 중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으로 올려놨고, 동시에 야수진의 depth를 두텁게 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김진욱 감독은 감독 부임 이후 내내 투수 교체 타이밍과 작전 구사 능력이 팬들과 야구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다잡은 우승마저 놓치면서 김진욱 감독은 승부사 기질이 부족한 감독으로 낙인 찍히고 말았다.

 

그러나 애당초 두산 베어스가 원하는 야구 색깔 및 감독상은 김진욱 감독의 리더십 성향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김진욱 감독은 부임 당시부터 바지 사장 신세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시리즈, 플레이오프에서 SK 와이번스에게 계속 덜미를 잡힌 베어스는 당시 최강팀 와이번스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세밀한 야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방향성을 잡았다.

 

그리고 2011시즌 중도에 자진사퇴한 김경문 감독의 후임으로 팀 내 2군 투수코치였던 김진욱 감독을 임명했지만, 수석코치에 일본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포수로 군림하고 감독으로서도 일본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이토 쓰토무를 영입하면서 일본식 세밀한 야구에 대한 짝사랑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토 코치는 부임 초반에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시즌 내내 김진욱 감독과 코드 불일치로 결국 1년 만에 팀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이토 코치가 부임한 기간동안 집중적으로 조련한 포수 최재훈은 올 시즌 포스트 시즌에서 최고의 신데렐라로 떠오르는 맹활약을 펼치면서 이토 코치의 난자리를 느껴지게 만들었다.

 

이토 코치를 1년만에 내보낸 베어스 구단은 수석코치에 경험이 풍부한 황병일 삼성 라이온즈 2군 감독을 영입하여 김진욱 감독을 보좌하게 하였고, 2군 감독에 재일교포 출신의 송일수를 임명한다. 포수 출신의 송일수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 긴데쓰 버팔로스에서 활약하다가 국내 프로야구 초창기 1984년부터 1986년까지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동한 바 있으며, 당시 좌완 에이스였던 재일교포 김일융의 전담포수로 주로 활동하였다. 송일수는 수비형 포수로 명성을 떨쳤으며, 주전포수 이만수의 백업요원이자 김일융의 전담포수로서 1985년 팀의 통합우승에 숨은 공헌을 하기도 했다. 세 시즌동안 송일수는 총 159경기 출장, 타율 0.222, 4홈런 40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은퇴 이후 송일수 감독은 긴데쓰 배터리 코치, 라쿠텐 스카우트 등을 역임하다가 올 시즌부터 두산 베어스 2군 감독으로서 모처럼 국내 리그에 복귀했으며, 국내 복귀 2년 만에 두산 베어스 감독직에 오르게 된다. 송일수 감독의 영입은 이토 수석코치에 이어 두산 베어스의 일본식 세밀한 야구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숱한 우승기회에서 번번히 베어스의 발목을 잡았던 SK 와이번스의 세밀한 야구를 직접 체득하기 위해 두산 베어스는 지난 시즌부터 꾸준히 일본 야구 전문통을 영입했으며, 결국은 일본 야구에 정통한 송일수 2군 감독을 파격적으로 임명하면서 마침내 일본야구에 대한 짝사랑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부 팬들은 진작에 김진욱 감독을 경질할 것이었다면 애당초 이토 코치를 감독으로 임명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도 표시하고 있다. 애시당초 일본 야구의 세밀한 플레이 습득이 목적이었다면 이토 코치를 수석코치가 아닌 감독으로 영입하는 것이 그토록 갈구하던 일본야구 습득의 지름길이 되었을 것이다. 이미 국내리그에서 외국인 감독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 사례를 통해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일본인이라는 거부감을 갖기보다는 이토 코치의 출중한 커리어에 야구팬들은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이미 지난 과거에 대해서는 언급해봤자 별 소용이 없지만, 지난 해부터 두산 베어스가 보인 행보를 비춰 보면 김진욱 감독의 경질은 충분한 명분이 부족해 보이고, 오히려 지난 2년 동안 김진욱 감독은 바지사장 신세에 불과하지 않았었는가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

 

현재 야구팬들에게 송일수 2군감독의 존재는 상당히 낯설기만 하다. 프로야구 초창기에 활약했지만 팬들의 뇌리에 확연히 각인될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히 세밀한 투수리드로 1984년부터 1986년까지 삼성 라이온즈의 투수력을 강화시키는데 적지않은, 보이지 않는 공헌을 하였다. 수비형 포수 송일수가 포수리드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면서 1984년 이만수는 입단 이후 가장 최고의 공격력을 선보이며 프로야구 최초 타격 3관왕에 오를 수 있었다. 공격형 포수 이만수와 수비형 포수 송일수의 분담체제는 상당히 이상적인 형태로 조화를 이루면서 당시 삼성 라이온즈 전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파격적인 리빌딩에 이어 이제 본격적으로 일본야구 색깔 심기에 돌입한 두산 베어스가 과연 2014시즌 그들이 그토록 갈구하던 일본식 세밀한 야구이식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런데 송일수 감독 카드마저 실패한다면 베어스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결국은 베어스의 우승 전선을 가로막은 장본인인 김성근 감독을 영입해야 하지 않을까. 그토록 일본식 세밀한 야구 이식을 원한다면 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