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FA 시장 최고의 승자는 이대형이다.

2013. 11. 18. 00:39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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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던 2013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는 소속 구단과의 FA 우선 협상기간이 끝나자마자 새벽부터 새로운 FA 계약 소식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하며 야구 시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각종 야구 뉴스를 쏟아내며 팬들의 안테나를 곤두서게 하였다. 한화 이글스는 날쌘 독수리처럼 정근우와 이용규를 나란히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성공했으며, 올 시즌 신생팀 돌풍을 일으킨 NC 다이노스는 김경문 감독의 수제자들인 두산 베어스의 이종욱과 손시헌을 나란히 영입하며 내년 시즌 더 큰 돌풍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어떤 FA 계약보다 필자의 눈을 의심하게 만든 FA 계약 소식이 오후에 들려왔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리그 최고의 준족으로 명성을 떨쳤으나 올 시즌에는 사실상 대주자 요원 그 이상도 아닌 역할에 그친 LG 트윈스의 이대형이 KIA 타이거즈와 FA 계약을 맺은 것이다. 확실한 리드오프 이용규를 놓치고, 가장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었던 이종욱 마저 NC에 먼저 선점당한 타이거즈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계약기간과 계약금액이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4년 계약기간에 총 계약금액 24억원, 옵션 2억원을 제외해도 순수금액만 무려 22억원에 달하는 놀라운(?) 규모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70억, 60억 등의 숫자들이 오고가는데 무슨 놀라운 규모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이대형이 올 시즌 보여준 성적과 통산 성적을 놓고 본다면 과연 2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2012 시즌을 앞두고 이택근의 50억원 계약 못지 않는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데, 이택근의 경우 50억원의 계약을 맺기 전까지(물론 금액이 그가 거둔 성적에 비할 때 지나치게 과한 것임은 절대 부정할 수 없다.) 정규시즌 규정타석을 메운 시즌 중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적이 4번이나 있으며, 매년 두 자릿수 도루와 두 자릿수 홈런을 충분히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대형의 경우 3할 타율을 기록했던 적은 2007 시즌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두 시즌 동안에는 극심한 타격 부진 속에 주전 경쟁에서도 밀려나며 대주자 또는 대수비로 기용되고 있다. 그리고 대주자 또는 대수비로 기용되서도 코칭스태프들에게 그다지 신뢰를 줄 수 있는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 적이 빈번하다. 어이없는 실책과 주루사가 반복되면서 이대형은 코칭스태프들에게 신뢰를 잃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런 이대형에게 타이거즈는 이용규의 빈자리를 맡기기로 결정하였다. 물론 환경의 변화에 의해 개과천선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도사리고 있다. 더군다나 이대형은 광주일고 출신이라 타이거즈가 고향팀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한결 편안한 환경에서 야구를 즐길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 계약은 정량적인 요소보다는 정성적인 요인에 너무 좌우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대형의 계약을 보면서 역대 신인 중 최악의 계약 사례로 꼽히는 1996년 LG 트윈스에 입단한 우완 정통파 투수 이정길이 떠올랐다. 당시 트윈스는 대졸 신인들 중 최대어였던 임선동과 계약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었다. 향후 10년은 마운드를 책임질 수 있는 최고의 투수 영입에 올인했지만 임선동 본인의 뜻은 너무도 확고부둥하였다.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둔 임선동과 트윈스의 밀당은 결국 법정 분쟁으로 이어졌고, 임선동에 쓰디쓴 입맛만 다신 트윈스는 대신 임선동의 연세대 동기인 우완 정통파 투수 이정길에게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계약금인 3억 8천만원을 안겨준다.

 

대학시절 내내 인지도가 미미했던 이정길은 일약 뉴스의 중심에 서게 되지만, 그의 모습을 1군 무대에서 발견하는 것은 이만수가 도루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만큼이나 힘들었다. 이정길은 단 1승만 거두고 유니폼을 벗었다. 이정길의 1승은 무려 3억 8천만원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임선동을 못잡은 것에 대한 쓰라린 아쉬움을 이정길이라는 깜짝 카드를 통해 달래보려 했지만 3억 8천만원을 허공에 날리고 만 셈이었다.

 

이번 타이거즈의 이용규 계약 실패와 뒤이은 이대형의 계약건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마치 애인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구애작전을 펼쳐보지만 이에 실패하자 쓰린 상처를 다듬기 위해 미친 듯이 쇼핑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결국 타이거즈나 이대형이 지금의 비난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이대형이 최소 타율 0.280, 도루 40개 이상을 기록해주면서 매 경기에 출장하는 것이다. 이대형이 그 동안 보여준 이미지는 빠른 발외엔 내세울게 전혀 없는 반쪽짜리 선수의 이미지였다. 이대형은 그 어느 때보다 미친 듯이 땀을 흘려야 한다. 만약 이대형이 개과천선하지 못한다면 이대형 본인 뿐만 아니라 타이거즈 구단도 치명적인 내상을 입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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