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프로야구 결산 (3) - 올 가을에 울려퍼진 서울의 찬가

2013. 11. 5. 00:08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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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올 시즌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올 가을에 과연 서울 연고 3팀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이 한꺼번에 가을 잔치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전망하는 포스팅을 올린 바 있었다.

 

http://dailybb.tistory.com/entry/2013-프로야구-관심사-올-가을에-서울의-찬가가-울려퍼질-것인가

당시 이 글에서 필자는 마지막 부분에 다음과 같은 코멘트로 포스팅을 마무리 했었다.

 

"서울 연고 구단들이 나란히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적은 1993년, 1995년, 1998년, 2000년 단 네 차례에 불과하다. 만약 올해 포스트시즌에 두산, LG, 넥센이 나란히 진출한다면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대해볼만 할 것이다. 물론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야구는 정말 모른다."

 

당시로선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예상했던 이유는 KIA 타이거즈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와 더불어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었고, 기존에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포스트시즌 단골 진출손님으로 자리하고 있던 상황이라 매우 조심스럽게 전망을 펼친 바 있었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는 2000년대 후반 들어 2011년만 제외하곤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었고, 넥센 히어로즈도 2012 시즌 전반기까지 3위를 유지할만큼 전력의 상승세에 놓여 있었기에 두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어느 시즌보다 높다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LG 트윈스의 경우 좀처럼 확신을 할 수 없었다. 트레이드와 FA 영입을 통해 현재윤, 손주인, 정현욱 등의 알짜배기 전력을 보강했지만 워낙 고질적으로 불안한 선발투수진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시즌 개막 후 원투펀치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었던 주키치가 극도의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서 트윈스 선발투수진은 더욱 고전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5월 중순 예상보다 팀에 일찍 합류한 류제국이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이면서 트윈스 선발진은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 시즌 사실상 첫 풀타임 선발진에 합류한 우규민과 신정락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서 트윈스 전력에 가장 걱정요소로 꼽혔던 선발진이 어느 덧 가장 큰 경쟁력으로 자리하였다.

 

또한 김기태 감독이 김용의, 문선재, 정의윤 등 젊은 야수들을 꾸준히 기용하면서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 것도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내야진에 손주인의 가세는 천군만마가 되었다. 영리한 포수 현재윤의 가세와 윤요섭의 급성장은 트윈스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여겨지던 배터리의 안정을 가져왔다.

 

5월 22일 대구구장에서 시작된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거둔 이후 트윈스는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시즌 내내 '진격의 LG'라는 용어는 2013 프로야구의 최고의 키워드가 되었다. 모처럼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지속적으로 불러 일으키자 잠실 야구장이 들끓기 시작했고, 트윈스는 창단 이후 가장 많은 1,289,297명의 홈관중을 동원하였다. 올 시즌 전년 대비 홈 관중이 증가세를 보인 구단은 LG 트윈스가 유일했다. 창고에 묻혀둔 유광점퍼는 출시되는 속속 날개돋힌 듯이 팔리며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시즌 내내 팬들을 신바람으로 몰아 넣은 트윈스는 10월 5일 시즌 최종전에서 라이벌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면서 정규시즌 2위를 확정지으며 팬들을 열광시킨다. 11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였던 트윈스는 정작 플레이오프에서 자신들이 지녔던 전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고비 때마다 어이없는 실책과 집중력 부족으로 자멸하면서 라이벌 두산 베어스에게 1승 3패로 물러나는 아쉬운 마무리를 지었다.

 

하지만 이광환, 이순철, 김재박, 박종훈 등의 전임 감독들이 거쳐가면서 이루지 못한 가을 무대 진출에 대한 '한'을 감독 2년차에 불과한 김기태 감독이 풀어낸 점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다만 플레이오프를 통해 김기태 감독은 내년 시즌에 대한 새로운 숙제를 얻게 되었다. 백업요원들의 경쟁력 향상과 수비 강화이다. 이제 내년 시즌이면 캡틴 이병규는 41세, 박용택은 36세, 정성훈과 이진영은 35세에 접어든다. 나란히 타격 5걸에 진입한 이들 노장선수들을 대체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의 발굴이 시급하다.

 

넥센 히어로즈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가장 우려를 낳았던 부분은 초보감독 염경엽 감독이 과연 어느 정도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전략을 발휘한 감독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스프링 캠프 기간 동안 염경엽 감독은 선수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사전에 지정하여 그 역할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게 관리했으며 김민성과 한현희 등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던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서동욱도 외야로 전향시켜 팀 전력의 핵심으로 키워내는 수완을 발휘하였다. 선발투수로 기대에 못 미치던 강윤구를 시즌 중반 이후 좌완 미들맨으로 기용하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게 하는 등 적재적소에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시키는 역량을 선보이며 초보감독 답지 않은 능숙함을 발휘하였다.

 

시즌 초반 1위를 질주하면서 돌풍을 일으킨 히어로즈는 팀내 일부선수들의 음주파동과 치명적인 오심으로 인해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지난 시즌과는 달리 스스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신흥 강호로 치고 올라갈 가능성을 보였다. 박병호는 이제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의 슬러거로 자리매김 하였다. 손승락은 프로야구 역대 4번째로 40세이브 고지에 오르면서 리그 최고의 구원투수로 등극하였다.

 

시즌 막판 2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준플레이오프에서도 2연승을 거두고도 아쉽게 리버스 스윕을 당했지만 히어로즈는 내년, 내후년이 더 기대되는 팀이라는 것을 입증시켰다. 앞으로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시즌 내내 선수기용과 투수교체 타이밍 등으로 인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 있던 두산 베어스는 힘겨웠던 정규시즌을 마치고 임한 포스트시즌에서 놀라운 투혼과 집중력을 발휘하며 '미라클 두산' 돌풍을 일으킨다. 비난의 중심에 놓여 있던 두터운 야수진의 활용해법은 비로소 포스트시즌이 되서야 찾은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무려 16게임의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동안 최고의 경쟁력이 되었다. 홍상삼, 윤명준, 변진수, 오현택 등 젊은 투수들이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동안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이면서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하였다. 그리고 윤석환 이후 무려 25년 만에 토종 좌완투수로선 10승 고지에 오른 유희관은 올 시즌 베어스의 최고 히트 상품이라 할 수 있다. 135km 대의 직구로도 능수능란하게 타자들을 요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유희관은 그 동안 제대로 된 좌완투수 부재에 시달리던 베어스에 한 줄기 희망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승을 눈앞에 두고 벤치의 아쉬운 전략과 부상선수들의 속출로 준우승에 머무른 한을 과연 내년 시즌에 풀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즌 개막 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다가 시즌이 개막해서는 팬들에게 실망감과 아쉬움을 진하게 전하던 두산 베어스는 정규시즌 종료 후 가을잔치에서는 그 어떤 팀보다 강력한 투혼을 발휘하여 팬들에게 아름다운 가을야구의 진수를 선사하였다.

 

사상 처음으로 서울 연고 세 팀이 나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서울의 찬가'를 울려 퍼지게 했지만 아쉽게 정상 등극에 실패한 서울연고 세 팀의 내년 시즌 행보가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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