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프로야구 결산 (1) - 600만 관중시대로 회귀하다

2013. 11. 3. 18:51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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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시즌 폭발적인 인기몰이에 성공한 프로야구는 사상 최초로 700만 관중시대를 돌파하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신생팀 NC 다이노스가 새롭게 리그에 참여하면서 9구단 시대로 접어들었고, 지난 시즌의 여세를 몰아 올 시즌에도 700관중 돌파는 무난할 거라는 장미빛 기대로 가득하였다. 더군다나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3월에 펼쳐진 WBC에서 최소 4강 이상의 성적이 기대되었기에 자연스레 야구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고조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3월에 펼쳐진 WBC에서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1라운드 통과마저 실패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였다. 첫 상대였던 네덜란드를 상대로 사상 최악의 졸전 끝에 완패하였고, 마지막 상대였던 대만을 상대로는 경기 내내 끌려 다니다가 대만이 사실상 2라운드 진출이 확정된 다음 느슨하게 경기를 운영한 덕분(?)에 대한민국은 억지스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2라운드 진출이 실패가 확정된 상황이었다.

 

프로야구에 대한 열기의 촉매제는 다름 아닌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 WBC 준우승 등 국제대회에서 선전을 펼치면서 대한민국 야구가 세계 정상급 수준이란 것을 확인해준 것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국내 프로야구는 수준 저하 논란에 시달리게 되었고, 결국 2009 WBC 이후 처음 맞이한 국제대회인 2013 WBC에서 대한민국은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상대들한테 철저하게 당하고 말았다.

 

2013 WBC 성적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절기상 봄인데도 불구하고 겨울을 방불케하는 이상 한파는 2013 프로야구 초반 관중몰이에 큰 어려움을 안겨주었다. 결국 2013 프로야구는 644만 1,855명의 총관중을 동원하였다. 2012 시즌(7,156,157명)에 비해 무려 70만명 정도 총관중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사상 최초로 600만 관중시대를 열었던 2011 시즌의 총관중 수(6,810,028명)에도 한창 못 미치는 결과였다.

 

시즌 초반 이상한파가 관중감소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9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면서 연속성이 끊긴 점, 시즌 초반 신생팀 NC 다이노스와 하위팀 한화 이글스가 다른 구단에 비해 현격하게 열세를 보이면서 흥미가 반감된 점 등이 관중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는데, 보다 근본적으로 관중감소의 원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창 야구가 잘 나가던 2012 시즌부터 국내 프로야구는 수준저하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 2005년 오승환, 2006년 류현진, 2007년 김광현 이후 거의 6년여 동안 프로야구 판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는 대형신인 부재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보다 야구 저변이 훨씬 넓고 수준도 높은 일본의 경우 매년 화제를 몰고오는 대형신인이 등장해서 신선한 컨텐츠를 끊임없이 수급하고 있다.

 

그리고 올 시즌 개막전에 등판한 선발투수들 중 국내파는 라이온즈 배영수와 자이언츠 송승준 단 두 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전부 외국인 투수로 채워지는 등 마운드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대형 에이스의 부재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각 구단의 외국인 투수 의존현상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리그를 평정했던 에이스 오브 에이스 류현진은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기존 류현진과 더불어 트로이카를 구축했던 김광현과 윤석민은 끊임없는 부상으로 인해 전성기의 기량을 좀처럼 되찾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대형투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NC 다이노스의 윤형배는 올 시즌 1군 무대에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하였다. 마운드에서 신선한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할 신인투수의 부재는 마운드에 매년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식상함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대형타자의 부재현상도 마찬가지이다. 그나마 히어로즈의 박병호가 시즌 막판 몰아치기에 나서며 자신의 커리어 하이인 37홈런을 기록한 것이 위안거리였다. 하지만 박병호를 제외하곤 30홈런을 넘은 타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은 각 구단이 심각히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점점 세밀함을 추구하는 팀들이 포스트시즌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각 구단의 야구패턴의 개성은 실종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었던 2008시즌 당시 각 구단의 사령탑을 회고해 보면 SK 와이번스 김성근, 두산 베어스 김경문, 롯데 자이언츠 제리 로이스터, 삼성 라이온즈 선동열, 한화 이글스 김인식, KIA 타이거즈 조범현, 우리 히어로즈 이광환, LG 트윈스 김재박 등 각기 저마다 추구하는 야구색깔이 뚜렷한 감독들이었다.

 

특히 자이언츠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메이저리그 특유의 화끈한 빅볼을 내세워 썰렁했던 사직야구장을 모처럼 만원관중들로 들끓게 하면서 팀을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려 놓았다.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은 데이터 분석에 의거한 치밀하고 섬세한 야구로 SK 와이번스를 2000년대 후반 최강팀으로 올려 놓으면서 다른 팀에게 최고의 자극제가 된 동시에 한국야구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하지만 올 시즌 프로야구는 각 구단이 저마다 추구하는 야구색깔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느낌이다. 오히려 각 팀이 보유한 힘보다는 어이없는 실책이나 실수로 인해 경기가 판가름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빅 스타의 부재, 걸핏하면 속출하는 어처구니 없는 에러, 그리고 2013 WBC 대회에서의 참패 등은 자칫하면 어렵게 쌓아올린 프로야구의 인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위기 요인들이라 할 수 있다.

 

내년 시즌 프로야구는 오히려 올 시즌보다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는 우려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획득하는 라이온즈의 오승환과 타이거즈의 윤석민은 국내 잔류보다는 해외 진출로 마음을 굳힌 상황이다. 몸값 문제만 원만히 해결된다면 두 선수의 해외진출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올 시즌 류현진의 소속 구단인 LA 다저스는 류현진의 뛰어난 활약과 더불어 국내 팬들에게 왠만한 국내 구단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획득하는 추신수도 뉴욕 양키스나 LA 다저스 등과 같은 빅마켓 구단으로 이적할 경우 올 시즌보다 훨씬 더 높은 관심을 받게 될 전망이다.

 

1995년 당시 프로야구는 사상 최초로 500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최초의 코리안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라서게 된 1996시즌부터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은 급증했고, 동시에 국내 리그에 대한 관심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박찬호가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활동하게 된 1997시즌 프로야구는 총 관중이 400만명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인기가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응원문화나 야구 관람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절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누리기 시작한 프로야구의 골든 에이지는 서서히 팬들에게 한계효용 체감법칙이 적용되는 모습이다. 새로운 터닝포인트와 스토리텔링이 절실해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내년 시즌부터 메이저리그 최신식 구장에 버금가는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가 새롭게 개장할 예정이다.

 

야구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 그리고 놀이공원 못지않은 재미와 볼거리, 그리고 먹거리 들이 넘쳐나는 야구장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기존 2만 5천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구장인 잠실, 사직 구장도 어느 덧 개장한지 30년이 넘었거나 30년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야구시장들인 서울과 부산지역에 지금의 프로야구 인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최신식 구장 건설이 절실해 보인다. 지자체와 정부에서는 단순한 야구장 건설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초대형 콘서트나 다른 종목의 이벤트 경기를 주최할 수 있으며, 멀티플렉스 영화관, 쇼핑공간, 각종 먹거리 식당, 체육시설 등을 유치하여 국민에게 최고의 여가선용 공간을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시대는 변하고 있지만 야구 운영을 위한 정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부, 지자체 관계자나 기업의 임원진 들의 사고방식이 1980년대 프로야구 개막 당시에 머무르고 있다면 프로야구의 발전은 요원할 것이다. KBO도 올 시즌 600만 관중 회귀현상에 대해 단순하게 날씨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체계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당장 눈앞의 이슈는 2013 아시아 시리즈이다. 사상 최초 3년 연속 통합우승에 성공하며 명문구단으로서 확실하게 위용을 과시한 삼성 라이온즈는 이제 대한민국 프로야구를 대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아시아시리즈에 임해야 할 것이다. 지난 해 부산에서 펼쳐진 아시아시리즈에서 라이온즈는 대만 프로야구 우승팀인 라미고 몽키스에게 속수무책으로 대응하며 완패를 당하면서 체면을 구긴 바 있다. 모처럼 홈에서 펼쳐진 국제대회에서 일본 프로야구 우승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진검승부를 기대했던 팬들에게 분노와 실망감을 안겼던 라이온즈는 올해 아시아시리즈에서는 반드시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체면을 세울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류중일 감독은 지난 해 아시아시리즈와 올해 WBC에서 참패를 당한 바 있기에 명예회복을 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팬들에게 '우물안 개구리'의 위용은 통하지 않는다. 만약 지난 해처럼 분석이 덜 되서 패했다는 어설픈 변명으로 일관한다면 팬들은 더 이상 국내야구의 수준이 아시아에서도 대만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 아시아에서도 통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경우 내년 시즌 흥행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 관중감소 현상은 단순한 감소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야구에 관계되어 있는 모든 종사자들이 머리를 맞대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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