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으로 버틴 두산 베어스, 우승 8부 능선을 넘어서다

2013. 10. 28. 23:58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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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국시리즈의 최고의 분수령이 될 4차전을 앞두고 베어스 김진욱 감독은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었다.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주포 홍성흔과 내야의 핵심 오재원, 이원석을 스타팅에서 제외시켰고, 한국시리즈 내내 주전으로 활약하던 포수 최재훈에게도 휴식을 주었다. 대신 4번에 지명타자 최준석, 5번에 1루수 오재일, 6번에 포수 양의지를 배치하였다. 이원석과 오재원이 빠진 내야는 허경민이 3루수에 8번 타순을, 김재호가 2루수에 9번 타순을 맡게 되었다.

 

4차전을 앞둔 베어스 타선의 가장 큰 핵심은 6번에 배치된 양의지였다. 기존에 홍성흔, 이원석, 오재원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공격력의 약화가 우려된 베어스는 6번에 장타력이 좋은 양의지를 배치하여 무게감을 더함과 동시에 하위타선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겼다.

 

6번타자 양의지 기용은 4차전의 승부를 가름한 결정적인 '신의 한 수'가 되었다. 3차전에서 1회말 선취점에 실패하며 기선제압에 실패했던 베어스는 4차전 1회말부터 라이온즈 선발투수 배영수를 공략하며 선취점을 뽑는데 성공한다. 2번 타자로 선발출전한 정수빈은 기습번트로 살아나가며 라이온즈 배터리를 흔들어 놓는다. 3번 타자 김현수는 볼넷으로 진루하며 1사 1,2루 찬스를 잡은 베어스는 4번 최준석이 좌측 담장을 직접 맞히는 큼지막한 2루타로 선취점을 뽑는다.

 

계속된 1사 2,3루 찬스에서 라이온즈 배터리는 5번 오재일을 고의사구로 거르면서 병살을 노린다. 자칫하면 찬스를 그르칠 수 있는 상황에서 6번 양의지는 중견수 깊은 희생 플라이로 이 날 경기의 결승타점을 뽑게 된다.

 

경기 초반 문승훈 주심의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애를 먹은 라이온즈 선발투수 배영수는 1회말 고비를 겨우 넘기지만 2회말 1사 후 김재호를 볼넷으로 보내면서 조기 교체되고 만다.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은 선발 배영수가 흔들리는 기미를 보이자 가차없이 차우찬을 마운드에 올려 1+1 전술을 조기에 가동한다.

 

당초 4차전을 앞두고 베어스의 가장 큰 약점은 선발투수 이재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오뚝이 야구인생을 겪은 이재우의 투혼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하였다. 2008년 최고의 중간계투 요원으로 한국시리즈에 참여했던 이재우는 5년 만에 맞이한 한국시리즈에서는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직구 최고구속은 143km 정도로 5년 전에 비해 10km 가까이 감소했지만, 종으로 떨어지는 예리한 포크볼과 이전에 비해 정교해진 제구력, 그리고 경험에 바탕을 둔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라이온즈 강타선을 5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틀어막는다. 고비 때마다 결정적인 삼진을 잡아낸 이재우는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타이인 8개의 탈삼진을 한국시리즈에서 잡아내는 기염을 토한다.

 

 

 

 

라이온즈가 '1+1 옵션' 차우찬을 조기에 가동하며 마운드 안정을 꾀하자, 베어스도 1+1 옵션으로 맞불을 놓는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환골탈태한 헨킨스를 6회부터 투입하는데 헨킨스는 8회 2사까지 라이온즈 타선을 상대로 2.2이닝 동안 단 한개의 안타만 허용하고 삼진을 4개나 빼앗는 완벽한 투구를 펼친다. 라이온즈 1+1에 맞서 베어스의 1+1도 상대타선을 봉쇄하면서 경기는 소강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베어스는 7회 선두타자 허경민이 우전안타로 출루하며 기회를 잡았지만 후속타자들이 라이온즈 구원투수 차우찬에 막히면서 추가점을 뽑는데 실패한다. 8회에도 2사 1,2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손시헌이 라이온즈 구원투수 심창민에게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불안한 리드를 지속한다. 라이온즈 못지 않게 베어스도 찬스에서 더 이상 점수를 뽑아내지 못한 상태로 경기는 9회초에 접어들게 된다.

 

9회초 라이온즈의 마지막 공격에서 한바탕 소용돌이가 불게 된다.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등판한 정재훈을 상대로 선두타자 최형우가 2루타로 출루하며 라이온즈는 마지막 찬스를 잡게 된다. 후속타자 박석민마저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양팀의 응원석은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이승엽의 1루 땅볼로 1사 2,3루 동점찬스를 잡게 되자, 베어스 배터리는 박한이를 고의사구로 거르면서 만루작전을 선택한다.

 

8번 타자 정현을 상대로 정재훈은 볼카운트가 3-1까지 몰리면서 고전한다. 밀어내기의 위기감이 증폭되던 상황에서 정재훈은 가운데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데 성공한다. 이 장면이 라이온즈로서는 가장 뼈아픈 장면이 되었다. 정현이 좀 더 노련하게 노림수를 발휘하거나 코칭스태프가 무조건 타격을 지시했다면 정현은 이 날 경기의 영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가운데 직구를 그대로 보낸 정현은 신인이지만 주눅들지 않고 볼카운트 3-2에서 우측 희생플라이를 날리면서 자신의 생애 첫 한국시리즈 타점을 올리게 된다.

 

베어스로서는 비록 한 점을 내줬지만 중요한 아웃카운트를 잡은 것이 훨씬 더 큰 소득으로 다가왔다. 2사 1,3루 상황에서 베어스 김진욱 감독은 정재훈을 내리고 윤명준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운다. 2차전 10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과감한 몸쪽승부로 위기를 극복하며 한단계 더 성장한 윤명준은 노련한 타자 진갑용을 상대로 과감한 몸쪽 승부를 펼쳐 유격수 땅볼로 경기를 마무리 짓는다. 진갑용이 발이 느렸기에 망정이지 베어스 유격수 손시헌은 또 다시 자신의 왼쪽으로 향하는 타구 처리에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천신만고 끝에 승리를 따낸 베어스는 이제 우승의 8부능선을 넘어섰다. 베어스는 주전 내야수 오재원, 이원석, 지명타자 홍성흔, 포수 최재훈이 모두 빠졌지만 김재호, 허경민, 최준석, 양의지 등 대신 출전한 선수들이 전혀 주전의 공백을 느끼지 않게 하는 활약으로 베어스 야수진의 놀라운 뎁스(Depth)를 과시한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최재훈에 주전자리를 내준 양의지는 1회말 추가 타점을 기록하고, 이재우, 헨킨스 등을 상대로 훌륭한 투수리드를 선보이며 건재를 과시한다. 양의지의 건재 확인은 이재우, 헨킨스 등의 맹활약 등과 더불어 베어스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반면에 라이온즈는 찬스 때마다 스스로 차려진 밥상을 걷어차는 공격양상을 보이면서 막판으로 몰리게 되었다. 비록 조동찬, 김상수 등이 빠졌다고 하지만 리드오프 배영섭을 비롯해 채태인, 최형우, 박석민, 이승엽 등의 중심타선이 베어스에 비해 전혀 집중력을 보이지 못하면서 자멸하고 있다. 특히 이승엽의 부진은 가장 뼈아픈 요인이다. 그리고 노쇠한 진갑용을 대신해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이지영과 이정식이 베어스 포수진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하는 것도 이번 시리즈의 승부를 기울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어스는 그 동안 출장기회를 잡지 못하던 허경민이 선발 출장하자마자 2안타를 터뜨리는 맹활약에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주전 선수들의 공백을 전혀 느껴지지 못하게 하였다.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사실상 느껴지지 않는 베어스 야수진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우승 8부 능선을 넘은 베어스는 여태껏 해오던대로 경기에 임한다면 12년 만에 패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에 라이온즈는 물먹은 타선이 언제쯤 폭발하느냐가 최대 변수이다. 과연 2013시즌이 대망의 막을 내릴 것인지 10월 29일 잠실구장에 모든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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