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어메이징' 완전체로 진화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

2013. 10. 26. 00:18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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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펼쳐진 목동구장. 9회말 넥센 히어로즈의 마지막 공격. 두산 베어스는 3-0으로 리드하고 있었고, 아웃카운트 한 개만 잡으면 극적인 리버스 스윕을 거두고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마운드에는 에이스 니퍼트가 버티고 있는 만큼 베어스의 승리는 기정사실로 보였다. 그러나 믿었던 니퍼트는 2사 1,2루에서 마지막 타자 박병호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드라마도 연출할 수 없는 거짓말 같은 동점 3점포를 허용한다.

 

망연자실해 있던 히어로즈 팬들은 기적같은 동점에 열광했고, 반면에 승리를 눈앞에 두었던 베어스는 망연자실의 바통을 히어로즈로부터 넘겨 받았다. 이런 상황이면 거의 모든 사람들은 히어로즈의 승리를 예상했을 것이다. 히어로즈는 부동의 마무리 손승락이 올라와서 혼신의 역투를 펼쳤다. 손승락은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의 부진을 일거에 만회하는 혼신의 역투를 펼쳤다. 손승락의 기세는 압도적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히어로즈 타자들이 손승락이 마운드에 서 있는 동안 경기를 끝내주는 일이었다. 손승락이 혼자서 64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무너질 것처럼 보이던 베어스도 에이스 니퍼트에 이어 홍상삼과 윤명준이 마운드를 지켜줬다.

 

결국 64개의 한계 투구수 이상을 던진 손승락이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히어로즈는 강윤구가 마운드에 오른다. 손승락 앞에서 침묵을 지키던 베어스 타선은 마치 먹잇감을 찾은 곰처럼 불꽃같은 화력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대타 최준석의 결승 솔로포를 시작으로 오재원의 쐐기 3점포까지 곁들이며 무려 5점을 뽑아낸다. 결국 베어스는 히어로즈의 박병호와 손승락의 대공세를 뚝심으로 버텨내고 극적인 효과가 더욱 가미된 리버스 스윕을 달성하게 된다.

 

이제부터 10월 14일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복기한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10월 25일 한국시리즈 2차전이 펼쳐진 대구구장. 예상을 뒤엎고 1차전을 완승으로 잡아낸 베어스는 '사자킬러'인 에이스 니퍼트를 반격이 필요한 라이온즈는 파이어볼러 벤덴헐크를 선발투수로 내세운다. 두 명의 외국인 정통파 강속구 투수의 맞대결은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되었다. 벤덴헐크는 3회 실점 위기를 맞이하지만 중견수 배영수의 호수비로 김현수의 적시타성 타구를 막아내고, 최준석의 잘 맞은 타구가 벤덴헐크의 글러브에 본능적으로 꽂히면서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라이온즈는 6회 2사 후 무실점으로 잘 버티던 벤덴헐크에 이어 또 다른 선발요원 차우찬을 투입하는 1+1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친다. 베어스는 6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버틴 니퍼트에 이어 오현택을 투입하며 본격적인 계투진 투입에 나선다. 베어스는 경기 초반 이원석이 옆구리 통증을 느끼면서 김재호와 교체된다. 그런데 8회초 2사 1,3루에서 이원석 대신 교체투입된 김재호는 선제 적시타를 터뜨리며 또 다시 베어스의 견고한 야수진의 힘을 과시한다.

 

8회초 필승조 안지만을 투입하고도 선취점을 내준 라이온즈는 8회말 반격에서 '대구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홍상삼을 상대로 채태인의 적시타로 기어이 동점을 이끌어낸다. 계속되는 1사 1,2루 위기에서 베어스는 헨킨스를 구원으로 투입한다. 베어스는 역전 위기에 몰렸지만 이승엽과 김태완의 까다로운 타구를 1루수 오재일과 3루수 김재호가 깔끔한 호수비로 틀어 막으면서 위기에서 벗어난다.

 

라이온즈는 9회초 1사 후 '돌부처'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리면서 승부수를 띄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나온 오승환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괴력투를 선보였다. 오승환은 151km를 상회하는 돌직구를 앞세워 9회초 2번 타자 임재철부터 11회초 7번 타자 오재원까지 6연속 탈삼진을 뽑아내며 동료 타자들의 사기를 북돋워준다.

 

라이온즈는 10회말 1사 만루의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잡는다. 하지만 믿었던 이승엽이 베어스 구원투수 윤명준의 몸쪽 직구에 방망이를 댔다가 평범한 2루 땅볼로 홈에서 주자를 횡사시켰고, 우동균도 내야플라이로 물러나고 만다. 타자들의 무기력함에도 불구하고 오승환은 무시무시한 강속구로 베어스 타자들을 압도한다.

 

하지만 베어스 계투진도 '어메이징'한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윤명준은 사실상 신인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몸쪽 승부로 10회말 위기를 돌파했고, 11회말 1사 1,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정재훈은 올 시즌 최고의 투구내용을 선보이며 '돌부처' 오승환 앞에서 무력시위를 선보인다. 정재훈은 142km대 몸쪽 과감한 직구와 134~135km의 포크볼로 라이온즈 타자들을 능수능란하게 제압하며 왕년의 마무리 투수로서의 자존심을 확실하게 세운다. 베어스 포수 최재훈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과감한 몸쪽 승부를 주문하여 라이온즈 타자들을 돌려 세우는데 마치 국내 최고의 포수로 군림했던 김동수와 박경완이 강림한 모습을 보는 듯 하였다.

 

무시무시한 돌직구의 위력을 선보였던 오승환은 12회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공의 위력이 미세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12회초 선두타자 손시헌의 큰 파울 타구는 베어스 타자들이 서서히 오승환의 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음을 암시하였다. 결국 투구수 40개가 넘어서자 오승환의 직구도 서서히 147~149km대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운명의 13회초.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 그대로 재현되는 듯한 장면들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13회초 베어스 선두타자로 나선 김현수는 오승환을 상대로 9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친 끝에 아쉽게 2루 땅볼로 물러난다. 하지만 김현수의 끈질긴 승부는 다음 타자 오재일에게 제대로 밥상을 차려준 격이 되었다. 투구수에 부담을 느낀 오승환이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초구 몸쪽 직구를 뿌리자 오재일은 기다렸다는 듯이 매섭게 방망이를 휘둘렀고, 맞는 순간 홈런임이 느껴질 수 있는 큼지막한 우월 솔로 홈런을 터뜨린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트윈스 마무리 봉중근을 셧다운시킨 오재일은 한국시리즈에서도 국내 최고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대형 홈런을 터뜨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높인다.

 

결국 오재일의 홈런 한 방에 오승환은 마운드를 내려오게 된다. 한 번 타오른 베어스의 기세는 더욱 강렬하게 타올랐다. 홍성흔이 자신의 타구에 정갱이를 맞는 부상을 입으면서 양의지가 대신 타석에 들어섰는데, 양의지는 타석에 등장하자마자 라이온즈 구원투수 심창민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터뜨린다. 되는 집안의 전형적인 모습을 베어스가 보여준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연장 10회 대주자와 교체된 진갑용을 대신해 마스크를 쓴 이지영이 심창민의 공을 뒤로 빠뜨리면서 양의지는 2루까지 안착한다. 김재호의 볼넷이 이어지며 베어스는 1사 1,2루 찬스를 다시 만들어낸다. 7번 타자 오재원의 타구는 라이온즈 1루수 채태인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이미 사기가 꺾인 라이온즈 야수진은 허물어졌다. 1루수 채태인은 타구를 뒤로 빠뜨리면서 추가점을 내주게 된다. 기세가 오른 베어스는 2사 2,3루에서 손시헌의 2타점 적시타로 심창민마저 넉다운시킨다.

 

결국 베어스는 13회말 여유있는 점수차에서 노장 김선우까지 마운드에 올려 컨디션을 점검할 수 있는 성과까지 얻으면서 값진 승리를 거둔다. 9회부터 등판한 오승환의 구위를 볼 때 베어스가 승리를 거두기는 상당히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베어스의 계투진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놀라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윤명준과 정재훈은 경기가 끝나기 일보직전의 상황에서 과감한 승부로 스스로 위기를 넘어서는 인상적인 투구를 펼치면서 오승환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이 승리의 결정적인 원동력이었다.

 

반면에 어떻게 해서든 2차전을 따내기 위해 마무리 오승환을 장기 투입하는 초강수를 띄운 라이온즈는 홈에서 충격의 2연패를 당하면서 우승 전선에 적신호가 켜지게 되었다. 2연승을 거두면서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선 베어스는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2001년 이후 12년 만에 타이틀 탈환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다만 추운 날씨 속에 부상을 입은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미라클' 에서 '어메이징' 완전체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의 놀라운 경기력은 이번 포스트시즌 최고의 컨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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