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는 롯데 자이언츠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했다.

2013. 10. 21. 01:50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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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제리 로이스터 신임 감독의 리더십을 통해 롯데 자이언츠는 리그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고, 2000년대 내내 하위권에 허덕이던 자이언츠는 2000년 이후 무려 8년 만에 포스트 시즌 무대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열성적인 홈팬을 보유한 자이언츠의 상승세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모처럼 포스트 시즌을 맞이한 사직구장에는 대형 갈매기 조형물이 띄워지면서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었다.

 

당시 자이언츠는 손민한, 송승준, 장원준 등의 강력한 선발투수진을 보유하고 있었고, 후반기에 합류한 외국인 마무리 코르테스의 존재감도 상당히 안정감 있게 느껴졌다. 또한 이대호, 가르시아, 조성환, 강민호, 김주찬 등이 버티고 있던 타선의 힘은 리그에서 가장 막강한 화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리그 3위를 차지한 자이언츠는 4위 삼성 라이온즈와 5전 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렀다.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자이언츠는 유난히 포스트시즌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던 과거의 달콤한 추억을 앞세워 내심 한국시리즈도 노려볼만 하다는 기대감까지 팬들에게 심어주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천지차이였다. 1차전 부터 자이언츠는 선발투수 송승준이 난타를 당하면서 대량실점을 내줬고, 정규시즌 내내 막강화력을 과시했던 타선은 라이온즈 투수진을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다. 1차전부터 포스트시즌 분위기를 파악하기도 전에 허망하게 대패를 당한 자이언츠는 2차전 부터 매경기 접전을 펼치나 고비를 넘어서지 못하며 결국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8년 만의 포스트 시즌을 마감하였다.

 

자이언츠와 라이온즈의 명암을 가른 것은 바로 경험과 기본기의 차이였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라이온즈는 고비 때마다 집중력을 발휘하며 경기를 풀어간 반면 자이언츠 선수들은 시리즈 내내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단 3경기만에 포스트시즌을 마감하였다. 이후 자이언츠는 2012시즌까지 매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으며 이전과는 다른 강팀의 이미지를 굳히게 된다. 로이스터 감독은 팀을 재건시키는데 성공했지만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번번히 준플레이오프 무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좌초하면서 재계약에 실패하게 된다. 2011시즌 양승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자이언츠는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면서 플레이오프에 직행하지만 가을 DNA가 풍부한 SK 와이번스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다시 포스트시즌 첫 무대에서 좌초한다. 2012 시즌에는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비로소 위닝시리즈 (3승 1패) 달성에 성공하며 플레이오프에 오르지만 다시 만난 와이번스에게 또 다시 2승 3패로 물러나고 만다.

 

이처럼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는 전혀 다른 무대이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LG 트윈스도 팬들에게 큰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1994년 이후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부푼 기대감도 심어 주었다. 그만큼 올 시즌 트윈스가 보여준 경기력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규시즌 마지막 날 기적적으로 2위를 차지한 상승세가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또한 플레이오프에 오른 두산 베어스가 넥센 히어로즈와 5차전까지 가는 대접전을 치르며 전력을 소모했기 때문에 트윈스는 한결 수월하게 플레이오프를 치를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역시 달랐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트윈스는 야수들의 경직된 플레이가 속출하며 스스로 자멸하고 말았다. 1차전 베테랑 정성훈이 기록한 실책 2개는 시리즈 내내 트윈스 야수진의 불안을 초래하는 악성 종양이 되었다. 베테랑들이 경험없는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서 베테랑 정성훈의 실책, 그리고 찬스마다 흐름을 끊어 놓은 이진영의 부진한 타격은 결국 트윈스에게 정규시즌과는 전혀 다른 경기력을 연출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플레이오프 4경기를 치르면서 무려 8개의 실책을 기록한 트윈스는 기본만 했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었던 플레이오프에서 허무하게 물러나고 말았다. 11년을 기다려온 팬들의 유광점퍼 착용기간은 불과 5일 만에 종료되고 말았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워밍업 시간 동안 팀이 잘나갔던 1990년대의 인기가요를 의도적으로 틀었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는 못했다.

 

11일 간의 휴식기간 동안 트윈스 코칭스태프는 롯데 자이언츠의 실패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었다. 보다 치밀하게 그리고 포스트시즌 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와 다양한 작전을 구사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었는데, 김기태 감독 또한 포스트시즌을 처음 치렀던 만큼 세밀한 준비가 부족했을 지도 모른다.

 

10월 5일의 기적으로 인해 너무 들떴던 탓일까. 전반적으로 트윈스 선수들의 집중력은 한 곳으로 모아지지 못하고 여기저기 분산되는 느낌이었다. 결국 큰 경기 경험 부족이 너무나도 냉정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포스트시즌 좌초사례를 통해 느낀 점은 이제 더 이상 분위기 만으로는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탄탄한 기본기와 어떤 상황에서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대응능력이 뒷받침 되어야만 포스트시즌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만약 경험이 부족할 경우에는 그나마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의 분발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의 경우 이종범이 1차전부터 결승타를 터뜨리며 팀을 이끌었기 때문에 당대 최강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밀리지 않고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트윈스는 믿었던 베테랑들부터 스스로 자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니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미쳐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그렇다면 포스트시즌의 경험부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과연 무엇일까? 현재까지 사례를 종합해보면 2007시즌의 SK 와이번스가 가장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당시 와이번스는 베어스를 상대로 한국시리즈 첫 2경기를 내주면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라인업에서 배제되어 있었던 김재현, 박재홍 등의 베테랑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반전에 성공했고, 고비가 되었던 4차전에서는 신인 김광현을 과감히 기용하는 전략을 통해 상대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와이번스 선수들은 혹독한 훈련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며 큰 경기에서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내공을 발휘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온 정답은 혹독한 훈련을 통한 자기극복과 감독의 과감하고 치밀한 리더십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0년 역사를 넘어선 국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도 이제 더 이상 만화같은 기적을 기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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