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행보를 연출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

2013. 10. 20. 19:09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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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사상 처음 펼쳐진 '서울 삼국지'의 최후 승자는 결국 두산 베어스로 결정되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두산 베어스는 '미러클 두산'의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후 3차전에서 연장 14회까지 가는 대혈투 끝에 기적같은 승리를 얻은 베어스는 4차전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포수 최재훈의 역전홈런으로 시리즈를 원점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도 베어스는 9회말 2사까지 3-0으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히어로즈 박병호에게 드라마 보다 더 극적인 동점홈런을 허용하며 연장 승부로 접어들었다.

 

다 이긴 경기를 눈앞에서 놓친 베어스는 히어로즈 마무리 손승락에게 꽁꽁 묶이면서 상대적으로 불안한 마무리로 인해 역전패의 악몽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홍상삼, 윤명준 등의 구원 투수들이 제 몫을 하면서 위기를 벗어났고, 13회초 대타 최준석의 극적인 역전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더니 타선의 무서운 집중력을 앞세워 극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오르게 된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의 혈투를 치른 이후 하루만 쉬고 플레이오프를 맞이한 베어스는 열세라는 예상을 뒤엎고 11년 만에 포스트 시즌 무대에 오른 트윈스 야수들이 집중력 부족으로 자멸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서전을 승리로 이끌게 된다. 시리즈의 고비가 된 3차전에서는 동점을 내줄 위기에서 임재철, 민병헌 등 강견 외야수들의 결정적인 보살로 극적인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 김진욱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4차전에서 종결짓기 위해 3차전과 4차전에 니퍼트와 유희관 등의 에이스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결국 5차전까지 예상되던 플레이오프를 4차전에서 조기(?) 종결시키는데 성공한다.

 

당초 KIA 타이거즈와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고도 올 시즌 정규시즌 4위에 머물렀던 두산 베어스는 포스트 시즌에서 기적의 행보를 연출하고 있다. 2001시즌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친 다음 한국시리즈에서 최강의 전력으로 꼽히던 삼성 라이온즈마저 제압하고 우승을 거머쥔 '미라클 두산' 재현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두산 베어스 상승세의 비결을 살펴본다.

 

 

 

1. 두터운 야수진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가 우승후보로 꼽혔던 원인 중의 하나는 바로 두터운 야수진이었다. 최준석, 오재일, 오재원, 허경민, 최주환, 손시헌, 김재호, 이원석 등이 버티고 있는 두터운 내야진은 베테랑 김동주, 고영민과 떠오르는 신예거포 윤석민 등이 빠져 있어도 전혀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외야진도 김현수, 이종욱, 정수빈, 민병헌, 임재철 등 다른 팀에 가면 모두 주전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자원들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좀처럼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김현수를 대신에 정수빈, 임재철, 민병헌 등이 공, 수에서 맹활약을 펼친 덕분에 베어스는 오히려 다양한 작전과 옵션 구사가 가능해졌다.

 

시즌 내내 베어스 코칭 스태프는 두터운 야수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팬들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고, 기회를 잡지 못하는 유망주들을 위해 과감한 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베어스의 두터운 야수진은 기적의 뒷심을 연출할 수 있는 든든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2. 선발 투수진의 경쟁력

 

니퍼트, 유희관, 노경은, 이재우 등으로 구성된 베어스 선발진은 생각보다 저평가되었다. 당초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베어스의 선발진은 히어로즈나 트윈스에 비해 그다지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9경기를 치르는 동안 니퍼트, 유희관, 노경은 등은 등판할 때마다 전부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으며, 가장 불안한 요인으로 여겨졌던 이재우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조기 강판 당했지만 승부의 고비가 된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5.2이닝을 버텨주면서 역전승의 발판을 다져 놓았다.

 

시즌 도중 합류했지만 좀처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외국인 우완투수 핸킨스는 구원요원으로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짭짤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세 차례 등판한 핸킨스는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베어스 계투진에서 롱 릴리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올 시즌 첫 풀타임 시즌을 뛰고 있는 유희관은 '느림의 미학'의 진수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 5차전, 그리고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한 유희관은 등판하는 경기에서 최소 6이닝 이상은 확실하게 버텨주고 실점도 단 2점에 불과할 만큼 완벽의 투구내용을 선보이고 있다. 베어스 선발진의 가장 큰 변수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던 유희관이었다. 하지만 유희관은 정규시즌 때보다 훨씬 뛰어난 집중력으로 베어스 선발진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있다. 유희관의 활약 덕분에 베어스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선발진의 경쟁력에서 라이온즈에 전혀 밀리지 않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믿을만한 마무리 투수 부재로 인해 베어스 투수진의 경쟁력은 매번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자신들의 기록을 뛰어넘는 힘을 보여주고 있는 베어스 선발진의 활약 덕분에 베어스 투수진은 강력한 견고함을 보여주고 있다.

 

3. 클러치 한 방

 

포스트시즌에서 결정적인 순간의 홈런 한 방은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다. 베어스가 준플레이오프에서 박병호, 강정호, 김민성, 이성열 등 장타자들을 보유한 히어로즈에 밀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최준석, 이원석, 오재원 등의 클러치 한 방 덕분이었다. 특히 최준석은 대타로 등장하여 두 차례나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리며 팀 승리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고 있다.

 

중심타선의 홍성흔과 김현수가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최준석을 비롯해 이원석, 오재원 등이 예상치 못한 결정력을 선보이면서 베어스 타선은 쉽게 쉬어갈 수 없는 타선으로 진화하고 있다. 심지어는 수비형 포수로 인식되던 최재훈 마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결정적인 역전 홈런으로 팀을 구해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트윈스가 주저앉는 원인 중에는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거포의 부재도 한 몫 하였다.

 

4. 포수 최재훈

 

이제는 가수 최재훈보다 검색 인지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베어스 백업 포수로 활약했던 최재훈은 팀이 위기에 처해 있던 준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선발로 출장하여 팀을 위기에서 구원하였다. 강력한 도루 저지능력, 안정적인 투수리드, 그리고 몸을 사리지 않는 헌신적인 플레이는 베어스의 캐치 프레이즈인 '허슬 두 (Hustle Doo)'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정적인 블로킹으로 투수들이 안심하고 변화구를 던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기도 한데,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결정적인 홈 블로킹으로 쇄도하는 주자를 막아내는 투혼을 보였다. 최재훈의 몸을 사리지 않는 블로킹이 없었다면 베어스는 플레이오프 3차전을 내줬을 지도 모를 만큼 위태로운 상황이었는데 최재훈은 몸을 던져 팀을 구해냈다.

 

최재훈은 지난 시즌 이토 수석코치 (현 지바 롯데 마린스 감독)에게 집중적인 개인지도를 받으며 부쩍 성장할 수 있었다. 안정적인 포구, 블로킹, 그리고 송구능력 등은 이토 코치의 혹독한 집중 조련을 통해 업그레이드 될 수 있었다. 최재훈의 사례를 보면 선진야구 습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최근 몇 년간 국제대회 호성적을 바탕으로 한국 야구는 급성장했다고 자위했지만, 지난 시즌부터 국내 프로야구는 서서히 수준 저하 논란에 시달리는 중이다. 여전히 선진야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열린 마음과 우수한 외국인 지도자 영입을 통해 국내 지도자들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기적의 행보를 연출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가 과연 한국시리즈에서도 기적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상대는 이미 숱한 포스트 시즌과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당대 최강 삼성 라이온즈이다. 플레이오프에서 스스로 자멸한 트윈스와는 경기 양상이 사뭇 달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베어스가 대구 2연전에서 1승 1패를 기록한다면 12년 만의 '미라클 두산' 재현 가능성은 한층 높아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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