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을 보인 두산 베어스, 반격의 실마리를 제공하다

2013. 10. 27. 18:10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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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상대를 몰아붙일 수 있는 틈이 보이면 가능한 모든 수를 동원하여 상대를 질식시켜야 한다. 만약에 그 기회를 놓치면 도리어 역공을 당하게 된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틈이라 할지라도 그 틈은 결국 치명적인 비수로 작용할 수 있다.

 

2013 한국시리즈 초반 2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면서 디펜딩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두산 베어스는 2차전에서 라이온즈가 자랑하는 마무리 오승환으로 하여금 53개의 공을 던지게 한 동시에 오재일의 극적인 홈런으로 승리까지 거머쥐는 일거양득을 누리면서 라이온즈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1995년 한국시리즈 이후 18년 만에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로 한국시리즈 시구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의 시구로 한국시리즈 3차전이 시작되었다.갑작스런 대통령의 방문에 들뜨기라도 한 것일까. 베어스는 1회말 선두타자 이종욱이 안타와 포일에 힘입어 무사 2루의 선취점 찬스를 맞이했지만 후속타자들이 받쳐주지 못하며 선취점 득점에 실패했다. 라이온즈 선발투수 장원삼이 경기감각이 무뎌져 있는 초반 집요하게 공략할 필요가 있었는데 베어스 타선은 장원삼을 너무 쉽게 풀어주었다. 무사 2루에서 베어스 벤치는 무조건 2번 타자 민병헌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해서 선취점을 노려야만 했다. 하지만 타자들을 너무 믿었다. 1회말부터 베어스는 서서히 라이온즈 선수들이 숨쉴 수 있는 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2번 타순에 김태완을 배치하고 부상으로 2차전을 결장한 박한이를 투입하는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온 라이온즈는 베어스 선발투수 유희관을 상대로 김태완, 이승엽 등이 2루타로 공략하면서 서서히 타격감이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유희관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위기를 넘기면서 0의 행진을 지속하였다.

 

 

 

0의 흐름은 4회초 라이온즈 공격에서 깨지게 된다. 4회초 선두타자 박석민이 2루타로 포문을 열면서 라이온즈는 찬스를 잡기 시작한다. 후속타자 최형우도 중전안타로 진루하면서 라이온즈는 무사 1,3루의 절호의 찬스를 잡는다. 그러나 채태인이 좌익수쪽 얕은 플라이로 물러나며 라이온즈 진영은 불안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당시보다 제구력의 난조를 겪은 유희관은 자신에게 강점을 보이는 이승엽을 상대로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한다. 유희관은 특유의 제구력을 활용하여 박한이를 상대로 유격수 앞 땅볼을 유도한다. 병살타로 처리될 것 같이 보였던 타구는 베어스 유격수 손시헌이 잡았다 놓치고 뒤이은 후속동작 송구마저 원바운드로 가는 바람에 2루수 오재원이 겨우 잡으며 2루 베이스에 발을 뻗었지만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하며 라이온즈는 선취점을 올리고 아웃카운트도 세이브하게 된다.

 

중계방송의 느린화면을 보면 명백한 아웃이었으나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일어나면서 2루심의 착시를 불러 일으키고 말았다. 믿었던 베테랑 손시헌의 실책이 아쉽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베테랑 유격수에 이어 베어스는 코칭스태프마저 결정적인 실수를 일으키면서 경기에 변수를 스스로 제공하고 만다.

 

1사 만루에서 이지영의 좌익수 플라이가 나오고 좌익수 김현수의 송구는 홈플레이트를 지키고 있던 포수 최재훈에게 정확히 배달되었다. 하지만 라이온즈 3루주자 최형우는 최재훈의 블로킹을 뚫고 자신의 발을 홈플레이트에 아슬하게 도달시키면서 추가점을 뽑게 된다. 이 과정에서 베어스 포수 최재훈은 최형우의 발이 홈에 닿지 않고 자신의 무릎 보호대에 닿았다고 강력하게 어필했고 김진욱 감독과 황병일 수석코치가 나서서 나광남 주심에게 어필을 하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포수 최재훈을 진정시키기 위해 강성우 배터리코치가 마운드로 향하던 최재훈에게 다가가서 진정시켰다. 하지만 이미 정명원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한 번 올랐던 상황에서 강성우 코치는 또 다시 마운드로 올라가는 바람에 결국 유희관은 52개의 공밖에 던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의도하지 않게 마운드를 내려오고 말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구원등판한 변진수가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이닝을 마쳤지만 경기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야 할 강성우 배터리코치의 어이없는 실수는 중간계투진의 조기 등판을 불러오고 말았다.

 

베어스는 라이온즈 선발투수 장원삼에 막혀 좀처럼 반격의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오히려 아쉬운 실책으로 라이온즈에게 추가점을 허용하고 만다. 7회초 라이온즈는 이 날 경기에서 행운을 불러온 박한이가 선두타자로 나서 2루수 오재원의 실책으로 출루하게 된다. 이지영의 희생번트로 1사 2루의 찬스를 만든 라이온즈는 박한이가 과감하게 3루 도루에 성공하며 확실한 점수찬스를 만들어낸다. 흔들린 홍상삼은 결국 배영섭 타석에서 포크볼로 승부구를 시도하다 어이없는 폭투를 범하면서 추가점을 허용하고 만다. 2차전에 이어 홍상삼은 좀처럼 멘탈의 안정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그러나 베어스는 장원삼의 투구수가 90개를 넘어선 순간부터 반격을 시도하게 된다. 7회말 1사 후 홍성흔은 추격의 솔로홈런을 터뜨리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자신이 친 파울타구에 무릎 근처를 맞은 후유증이 있는 듯 홍성흔은 절뚝거리면서 힘겹게 홈으로 들어온다. 후속타자 오재원은 2루타를 터뜨리며 장원삼을 마운드에서 내려오게 한다. 실책으로 선취점의 빌미를 제공한 손시헌은 라이온즈 구원투수 안지만을 상대로 추격의 우전 적시타를 터뜨린다. 그러나 홈으로 들어오던 2루 주자 오재원은 홈에 거의 다 들어오는 순간 햄스트링 증세를 일으키면서 홈에 간신히 들어온 다음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추격에 성공했지만 추격의 2점을 만들어내면서 들어오는 타자와 주자들이 모두 절뚝거리면서 들어오는 모습은 준플레이오프 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연일 격전을 치르면서 서서히 체력이 고갈되는 베어스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라이온즈는 안지만에 이어 차우찬 그리고 9회에는 2차전에서 53개의 공을 던진 오승환을 올리면서 승리에 강력한 의지를 내보인다. 베어스는 9회말 최준석, 홍성흔, 양의지 등이 더 이상 출루하지 못하면서 결국 3차전을 라이온즈에 내주고 만다.

 

3차전 초반 흔들리던 장원삼을 집요하게 공략하지 못하고 끌려다니게 된 것이 베어스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또한 실점을 막을 수 있던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손시헌의 실책, 그리고 2루심 김풍기 심판의 오심은 베어스에게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그리고 라이온즈는 2차전에 부상으로 선발에서 제외된 박한이가 7회 결정적인 3루 도루를 시도한 것이 승부의 분수령이 되었다. 베어스는 계투진에서 활약해야 할 홍상삼이 좀처럼 멘탈을 안정시키지 못한 것이 더욱 아쉽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7회말 홈으로 쇄도하다 부상을 입은 오재원이 만약 남은 경기 출장이 어려워진다면 베어스로서는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두터운 내야진 활용이 힘겨워질 전망이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김진욱 감독은 최주환 대신 투수 김명성을 엔트리에 추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김명성은 단 한 차례도 등판하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주전 야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원활한 출장이 어려워보이는 상황에서 최주환의 존재가 아쉽게 부각되고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4차전이 사실상 승부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양팀의 선발투수인 라이온즈 배영수와 베어스 이재우가 얼마나 더 오래 버텨주는가가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베어스로서는 오재원의 출전 여부가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다. 오재원은 올 시즌 배영수에게 큰 강점을 보였는데 햄스트링 부상이 심각하다면 베어스로서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52개 밖에 던지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온 유희관을 과연 코칭스태프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관심거리이다. 4차전에서 이재우가 난조를 보일 경우 과연 유희관을 곧바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울 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3차전에서 어렵게 승리를 건진 라이온즈는 2005 한국시리즈 이후 잠실에서 무패행진을 벌이고 있다. 타선이 서서히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데 과연 4차전에서 어떤 타격감을 보일 것인지가 승부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야구는 역시 흐름의 스포츠이고 이길 수 있을 때 더욱 집요하게 상대를 몰아붙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 한국시리즈 3차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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