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의 체면을 세운 라이온즈, 승부는 대구에서

2013. 10. 29. 23:35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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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패만 더해도 올 시즌을 마감하게 되는 삼성 라이온즈는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타순에 대폭 변화를 주었다. 그 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던 배영섭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정형식을 1번 타순에, 박한이를 2번 타순에 내세웠다. 6번으로 나서던 이승엽을 5번으로 내세우고 대신 박석민을 6번에 배치하였다. 베어스 선발투수 노경은을 의식해서 1번 부터 5번까지 전부 좌타자로 내세우는 라인업을 내세웠다.

 

이번 시리즈 내내 답답한 공격력을 보이던 라이온즈는 1회초부터 타선이 활발하게 터지면서 리드를 잡는데 성공한다. 2사 후 채태인의 솔로홈런으로 선취점에 성공한 라이온즈는 2사 후 연속 4안타로 2점을 추가하며 3-0의 리드를 잡는다. 베어스 선발투수 노경은은 자신이 시리즈를 마무리한다는 점을 너무 의식한 탓인지 전반적으로 공이 높게 형성되며 초반에 난타를 당한다.

 

하지만 베어스도 2회말 선두타자 최준석이 라이온즈 선발투수 윤성환을 상대로 추격의 불을 댕기는 솔로홈런을 터뜨린다. 그러나 라이온즈는 3회초 최형우가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4-1로 더 달아난다. 이번 시리즈에서 상대에게 점수를 내주면 곧바로 반격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라이온즈는 처음으로 반격의 점수를 뽑으며 경기 초반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러나 베어스의 기세는 역시 놀라웠다. 3회말 1사 1,2루에서 최준석의 적시타, 오재일의 동점 2루타를 묶어 일거에 3점을 만회한다. 4-4 동점을 허용한 윤성환은 결국 조기에 강판되고 라이온즈는 필승조 안지만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운다. 안지만은 등판하자마자 첫 타자 양의지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기세가 오른 베어스로서는 초반에 최대한 상대를 압박하여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7번 타자 손시헌은 안지만의 초구에 방망이를 갖다대어 투수 앞 병살타로 물러나며 달아 오르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만다. 안지만이 등판하자마자 흔들리는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손시헌은 베테랑답게 안지만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손시헌의 성급한 공격은 베어스의 살아나는 분위기를 다시 꺾어놓고 말았다.

 

라이온즈는 5회초 2사 후 박석민의 중전안타로 다시 한 점을 달아난다. 이전 4경기에서는 베어스에게 시종 일관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인 라이온즈는 5차전에서는 계속해서 리드를 잡으면서 분위기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그러나 베어스는 5회말 최준석이 안지만을 상대로 동점홈런을 뽑아내며 5차전에서만 2개의 홈런을 뽑아내는 괴력을 과시한다. 단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고 호투하던 안지만은 최준석에게 동점홈런을 허용한 후 아쉬움을 진하게 드러낸다.

 

경기는 중반 이후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라이온즈는 안지만에 이어 7회부터 선발요원 벤덴헐크를 투입하는 또 다른 승부수를 띄운다. 벤덴헐크는 154km의 강속구를 앞세워 베어스 타자들을 확실하게 윽박지른다. 베어스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강속구 정통파 투수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LG 트윈스의 선발투수 리즈의 강속구에 속수무책으로 물러나더니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도 벤덴헐크에 완전히 압도당하는 모습을 보인다.

 

벤덴헐크의 호투에 라이온즈 타선은 기운을 받은 것처럼 8회초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이번 시리즈 내내 부진을 면치 못하던 하위타선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선두타자 진갑용은 베어스 구원투수 윤명준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뽑아내며 찬스를 만들기 시작한다. 베어스는 정재훈을 투입하며 실점 틀어막기에 나선다. 그러나 라이온즈는 정병곤이 번트 자세를 취하다 강공으로 전하는 페이크 앤 슬래시를 통해 중전안타를 뽑아내며 절호의 찬스를 만들어낸다. 정병곤은 이번 한국시리즈 첫 안타를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터뜨리며 찬스를 만들어낸다.

 

정형식의 보내기번트로 만든 1사 2,3루 찬스에서 2번 박한이는 정재훈의 포크볼을 받아쳐 우전 적시타를 뽑아낸다. 타구가 그다지 빠르지 않았기에 라이온즈 대주자 강명구와 정병곤이 충분히 들어올 수 있었다. 좀처럼 타격감이 회복되지 못하던 박한이는 결정적인 순간에 적시타를 터뜨리며 팀을 구해낸다.

 

베어스는 8회말 반격에서 김현수가 유격수 옆 내야안타로 출루하며 찬스를 만든다. 5차전에서 절정의 타격감을 선보인 최준석 앞에 주자가 나가면서 잠실구장은 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만약 최준석이 벤덴헐크를 상대로 동점포를 쏘아 올리면 한국시리즈 MVP는 최준석의 차지가 될 것이 확실해 보였다.

 

벤덴헐크와 풀카운트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최준석은 2루수 앞 병살타로 물러나며 더 이상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다. 벤덴헐크는 150km를 상회하는 빠른 직구로 베어스 타선을 확실하게 압도한다. 최준석과 벤덴헐크의 8회말 대결 장면은 사실상의 승부처였으나 벤덴헐크의 완승으로 마무리된다.

 

라이온즈는 9회초 무사 1,2루의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서 다시 흐름을 베어스에게 내주는 것처럼 보였으나 철벽 마무리 오승환이 안타 1개만 허용하고 완벽하게 틀어 막으면서 대구행 티켓을 예약하게 된다.

 

베어스는 주전들이 부상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최대한 잠실에서 이번 한국시리즈를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디펜딩 챔피언 라이온즈의 이기려는 의지가 더욱 강하게 발현된 듯 싶다. 베어스는 그나마 에이스 니퍼트를 6차전 선발로 넉넉하게 투입이 가능해졌다는 점에 위안을 삼아야 할 듯 싶다. 다만 주전들의 부상이 더해지면서 베어스는 야수 라인업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도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4,5차전 연속 양의지에게 주전마스크를 내준 최재훈이 과연 6차전에는 선발 출장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반면에 선발요원 벤덴헐크를 조기투입한 라이온즈는 6차전 선발투수를 과연 누구로 내세울지도 관심거리이다. 5차전 승리를 위해 과감한 작전을 아끼지 않은 류중일 감독이 과연 6차전에서는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베어스는 홍성흔, 오재원, 이원석 등 부상당한 핵심 선수들이 선발 출장할 수 있는 지 여부가 변수이다.

 

이제 대구에서 2013 시즌 승자가 가려지게 될 한국시리즈 이제 남은 경기는 단  두 경기, 그리고 어느 팀이 더욱 강한 정신력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승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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