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 5차전, 승부를 가를 키워드는?

이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10월 14일 목동구장에서 잠실행 티켓의 주인이 가려지게 된다. 2013 준플레이오프 2승 2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룬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는 이제 5차전에서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5차전의 승부를 판가름할 키워드를 살펴본다.

 

1. 박병호 VS 최재훈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의 화두는 '공포의 박병호'였다. 1차전 첫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기선을 제압하는 솔로홈런으로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박병호는 홈런이 많이 생산되는 목동구장 마운드에 올라선 베어스 투수들에게 공포의 존재로 군림하였다. 박병호와의 정면승부를 피하기 위해 베어스 배터리가 선택한 작전들은 전부 '화'가 되어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1차전 이택근의 끝내기 안타, 2차전 홍상삼의 폭투, 연장 10회말 오현택의 견제구 실책 등은 전부 박병호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었다.

 

'박병호 공포증'은 3차전 7회초 김민성의 극적인 동점 3점 홈런이 나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유효하였다. 호투하던 베어스 선발투수 노경은이 박병호를 상대로 어려운 승부를 펼치다가 화근의 발단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 박병호에 대한 공포는 잠잠해지기 시작했고, 승부의 키워드는 예상치 못한 선수에게로 옮겨졌다. 바로 베어스의 백업포수 최재훈이었다. 최재훈은 3차전 선발 출장하여 연장 14회까지 팀의 안방을 책임지며 구원 등판한 변진수, 윤명준, 오현택 등 신예 계투요원들의 무실점 호투를 뒷받침하였다. 시리즈 내내 베어스의 발목을 잡았던 계투진의 불안이 진정되자 베어스는 14회말 천금같은 결승점을 뽑아 기사회생 할 수 있었다.

 

최재훈은 4차전에서 기어이 일을 저지른다. 예상을 뒤엎은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의 승부수로 구원 등판한 벤 헤켄에 철저히 봉쇄 당하던 베어스는 6회말 1사 후 오재원의 우전안타로 모처럼 찬스를 만들게 된다. 후속타자 최재훈은 벤 헤켄으로부터 좌측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홈런을 터뜨리며 염경엽 감독의 승부수에 치명적인 비수를 꽂는다.

 

최재훈은 4차전에서도 경기 내내 안방을 책임지며 강력한 도루 저지능력을 선보이며 히어로즈의 기동력을 위축시켰다. 동시에 조기에 무너질 것처럼 보이던 선발투수 이재우를 잘 이끌면서 5이닝 이상을 책임지게 도왔고, 포스트시즌에 처음 등판한 헨킨스를 상대로 과감한 몸쪽 승부 주문을 통해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최재훈이 안방에 들어오면서 베어스 배터리는 안정을 되찾았고, 동시에 공격력이 아쉬워 보였던 최재훈은 자신의 생애 첫 포스트시즌 홈런을 역전 홈런으로 장식하는 최고의 활약을 펼친다. 최재훈의 신들린 활약은 팀이 2연패 후 시리즈 스윕에 성공했던 2010년 준플레이오프 당시 예상치 못한 활약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출한 용덕한을 떠올리게 한다.

 

2. 강정호 VS 김현수

 

양팀은 이번 시리즈에서 중심 타선이 삐걱거리고 있다. 히어로즈는 이택근, 박병호, 김민성 등이 중요한 승부처에서 각각 결정적인 공헌을 하고 있지만, 강정호의 침묵이 큰 아쉬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정호는 이번 시리즈에서 5푼 9리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만약 강정호가 정규시즌 당시의 폭발력을 유지했다면 이번 시리즈는 단기전에서 승부가 마감되었을지도 모른다. 고비 때마다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서 강정호는 베어스 투수들에게 숨돌릴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고 있다.

 

베어스 또한 김현수의 부진이 뼈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2차전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상황에서 김현수는 내야 땅볼에 그치면서 3루 주자를 횡사시켰고, 결국 불안한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팀은 역전패하고 말았다. 3차전에서 이번 시리즈 첫 타점을 올렸지만 여전히 김현수의 활약은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또한 4차전에서는 경기 초반 발목에 통증을 느끼면서 조기에 교체되고 말았다. 그가 3번 타순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중량감에서 큰 차이를 가져온다. 그가 살아나야 홍성흔과 함께 중심타선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침묵에 빠져있는 양팀의 중심타자 강정호와 김현수 중에 과연 누가 먼저 5차전에서 침묵을 깨뜨릴지도 관심사이다.

 

3. 손승락 VS 니퍼트

 

히어로즈 계투진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핵심은 단연 손승락이다. 올 시즌 45세이브를 기록한 손승락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1,2차전에서 자신의 위력을 100% 선보이지 못했다. 1차전 블론세이브, 2차전 역전을 허용하는 수비실책 등 정규시즌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여전히 그의 구위를 신뢰하고 있다. 3,4차전 휴식을 통해 손승락은 체력을 충분히 비축했고, 덕아웃에서 경기의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5차전에서 그의 투입시기 및 활약에 따라 팀의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마무리 투수가 취약한 베어스는 5차전에서는 에이스 니퍼트를 4차전에 이어 결정적인 승부처에 히든 카드로 활용할 전망이다. 니퍼트는 지난 시즌 준플레이오프의 아픈 기억을 딛고 4차전에서 깔끔한 마무리로 팀 승리를 지켜냈다. 비록 홈런 부담이 많은 목동구장이지만 현재 베어스 계투진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는 역설적으로 선발투수 니퍼트가 되고 말았다. 니퍼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가에 따라 베어스의 5차전이 판가름될 것이다.

 

양팀의 올 시즌 행보가 판가름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과연 잠실행 티켓의 주인은 어느 팀이 될 지 팬들의 시선은 목동구장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