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가졌던 선입견들

2013. 10. 7. 00:00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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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시즌보다 치열했던 순위 경쟁으로 막을 내린 2013 프로야구가 포스트시즌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야구란 스포츠의 의외성은 올 시즌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그리고 정규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선입견으로 증명된 사례들을 살펴본다.

 

 

 

 

1. 정규시즌 3연패란 불가능한 것

 

1980년대와 90년대 초, 중반 리그를 호령했던 해태 타이거즈도,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왕조를 건설했던 현대 유니콘스도, 2000년대 후반 리그를 석권한 SK 와이번스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 있다. 바로 정규시즌 3연속 우승이다. 한국시리즈를 4연속 우승했던 해태 타이거즈도 정규시즌 3년 연속 1위는 달성하지 못했다. 유니콘스, 와이번스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2011, 2012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연거푸 석권했던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우승후보 중의 한 팀으로 꼽혔었다. 하지만 라이온즈보다 우승후보로서 더 많은 포커스를 받았던 팀은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였다. 아니나 다를까 라이온즈는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전부터 한 경기에 만루홈런을 2방이나 허용하면서 험난한 출발을 예고하였다. 야심차게 영입했던 용병 투수 로드리게스와 반덴헐크도 좀처럼 위압감을 드러내지 못했고, 결국 로드리게스는 시즌 도중 퇴출되었고, 대체용병으로 영입한 카리대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다가 2군으로 강등되었다.

 

하지만 라이온즈는 9년 만에 다승왕에 오른 배영수, 장원삼, 윤성환, 차우찬 등 국내파 투수들의 활약을 앞세워 선발 투수진의 공백을 말끔히 메웠다. 정현욱, 권오준이 빠진 계투진에서는 재활에 성공한 신용운과 2년차 심창민 등이 공백을 메워줬고, 필승조 안지만과 마무리 오승환이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며 안정된 투수진 구현에 성공하였다. 공격진에서는 부활에 성공한 채태인이 중심 타선에서 최형우, 박석민과 함께 든든한 화력을 선보였다.

 

결국 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 등 서울 연고팀들의 거센 반격을 딛고 라이온즈는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하였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펼쳐진 2013 WBC에서 1라운드 탈락으로 인해 체면을 구긴 류중일 감독은 사상 첫 정규시즌 3연패 달성을 통해 명예회복에 성공하였다.

 

2. 과대평가된 류제국

 

올 시즌을 앞두고 LG 트윈스와 입단 계약에 난항을 겪은 류제국은 계약금 문제로 인해 한 때 일본 또는 미국 진출을 고려한다는 소문이 나오기도 했다. 기존 메이저리그 복귀파 선수들인 박찬호, 김병현, 김선우, 서재응, 봉중근 등에 비해 메이저리그에서 인상깊은 성적을 남기지 못한 류제국을 두고 돈만 밝히고 기존에 재활을 지원해 준 트윈스 구단에 배은망덕한 처사를 보인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필자 또한 류제국에 대해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메이저리그 활동 당시 물수리 사건 등이 오버랩 되면서 류제국에 대한 이미지는 가진 것에 비해 과대평가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류제국은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팀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놓여 있던 5월 19일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처음 국내 무대에 선을 보인 이후 팀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올 시즌 류제국은 111.2이닝 12승 2패 평균자책점 3.87의 성적을 거두면서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메이저리그 복귀파 선수들 중에 복귀 첫 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투수가 되었으며, 승률왕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그리고 류제국의 가치는 성적보다 더욱 빛을 발했는데 특히 후반기 팀의 운명이 걸린 시합에서 류제국은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을 앞세워 팀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9월 29일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 2위 자리가 걸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최종전에 선발 등판한 류제국은 위기 상황에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베어스와의 시즌 최종전에서는 2회 홍성흔과 이원석에게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며 흔들렸지만 이후 안정된 경기운영 능력을 발휘하였고, 팀의 운명이 걸린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본인의 국내 무대 커리어 최다이닝인 7.1이닝을 소화한 류제국은 팀이 필요로 할 때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꾸준한 활약으로 팀에게 16년 만의 플레이오프 직행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안겼다.

 

베어스와의 최종전을 승리로 이끌고 나서 트윈스 선수단이 환호하고 있던 그 순간, 류제국은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그 동안 자신에게 쏟아졌던 편견을 극복하고 팀의 운명이 걸린 최종전에서 초반의 어려움을 극복한 과정에서 겪었던 그의 설움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모습에서 목이 메여오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덕수정보고 시절 전국을 호령한 류제국은 이제 트윈스 마운드의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3. 박병호의 활약은 일회성

 

지난 시즌 31홈런 105타점을 기록하며 생애 첫 리그 MVP에 등극했던 넥센 히어로즈의 4번 타자 박병호가 과연 올 시즌에도 지난 시즌 만큼 활약을 보일지가 미지수였다. 1990년대 이후 같은 년도에 생애 첫 홈런왕과 동시에 MVP에 오른 타자는 1995년 김상호(당시 OB 베어스), 2009년 김상현 (당시 KIA 타이거즈), 그리고 지난 시즌 박병호 등 세 명이었다.

 

김상호는 MVP에 오른 이듬해 1996년 20홈런 75타점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홈런 뿐만 아니라 타점이 대폭 감소하는 현상을 보였다. 김상현 또한 MVP에 오른 이듬해인 2010년 21홈런 53타점을 기록하면서 홈런 뿐만 아니라 MVP에 오를 당시 기록한 타점이 절반 이상 감소하는 부진을 기록하였다. 결국 상대 투수들의 늘어난 집중견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리그 특급 선수로 도약할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좌초한 것이다.

 

박병호도 집중견제를 넘어설 기로라 할 수 있는 올 시즌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활약을 보일지가 관심거리였다. 시즌 초반에는 다소 주춤한 기미를 보이면서 MVP 2년차 징크스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6월 들어 홈런 5개로 서서히 방망이를 예열시키더니 7월에 8홈런을 몰아치면서 홈런 경쟁에서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8월에는 3개로 주춤했지만 9월 들어 무려 11개의 홈런을 몰아친 박병호는 올 시즌 37홈런 117타점을 기록, 자신의 새로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냈다.

 

올해 초 WBC에서 같은 포지션의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 등에 밀려 대표팀 발탁에서 제외되는 불운을 겪었던 박병호는 이제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의 거포로 자리매김하였다. 아마도 지금 당장 대표팀이 구성된다면 박병호는 대표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중심타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4. 염경엽 감독, 과연?

 

지난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다 후반기에 급격한 추락을 겪으면서 아쉽게 4강에서 탈락한 넥센 히어로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신임 감독에 지난 시즌 주루코치로 활동하던 염경엽 감독을 임명하였다. 역대 신임감독에 임명된 인물들 중 가장 지명도가 떨어지는 인물 중의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염경엽 감독의 선임을 두고 의심의 눈초리가 지배적이었다. 결국 히어로즈 이장석 단장의 입맛에 맞는 허수아비 감독을 내세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도 있었다.

 

취임 초기 당시 염경엽 감독을 특징 짓는 주된 묘사는 평소에 메모를 열심히 하고 꼼꼼하게 야구에 대해 공부를 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실전에서 그런 메모의 효력이 어느 정도 발휘될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주위의 우려와 냉소가 섞인 시선을 성적으로 극복하였다.

 

선수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하기 보다는 각자 개성에 맞는 임무를 명확하게 부여하여 동기부여를 이끌어내고 코치들에게도 늘 공부할 것을 주문하여 끊임없는 변화 모색을 주도한 염경엽 감독의 리더십은 올 시즌 프로야구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즌을 준비하는 모습은 신임 감독의 풋풋함 보다는 베테랑 감독의 노련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비록 아쉽게 정규시즌 마지막 날 2위 경쟁에서 밀려났지만 히어로즈는 올 시즌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소중한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시즌 중반 일부 선수들이 불미스런 사건에 휘말리고 오심으로 인해 결정적인 피해를 입는 등의 어려움이 겹치는 와중에도 염경엽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선수단을 이끌어갔다.

 

풋내기가 아닌 준비된 지도자로 자신을 각인시킨 염경엽 감독은 프로야구 감독 유형에 새로운 전례를 남긴 감독으로 기억될만하다.

 

올 시즌 예상과 편견을 뛰어 넘는 활약을 보여준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이 있었기에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마지막 날까지 짜릿한 재미를 선사하였다. 과연 내년 시즌에도 새로운 활약으로 팬들에게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안겨줄 스타가 탄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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