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울 수 없는 공허함으로 시즌을 마감한 롯데 자이언츠

2013. 10. 5. 18:12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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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승 58패 4무 승률 0.532.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정규시즌 최종 성적이다. 이 정도 성적이면 포스트시즌에 충분히 진입할 수 있는 성적이다. 그러나 올 시즌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999시즌 이후 처음으로 상위 4개팀이 70승 이상을 기록했으며, 단일 시즌체제 하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양대 리그로 나누어 치러진 1999시즌에는 정상적인 팀 운영이 불가능했던 쌍방울 레이더스가 2할대의 극빈한 승률을 유지하는 바람에 리그 전체 승률 순위에서 5위를 차지한 현대 유니콘스가 68승 59패 승률 0.535의 성적을 기록하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올 시즌도 1999시즌하고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가세로 홀수구단 체제로 운영되면서 경기 일정에 변수가 생겼고, 최하위를 차지한 한화 이글스가 시즌 초반 13연패에 빠지는 등 3할대 초반의 승률을 유지하는 바람에 승률 인플레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자이언츠는 올 시즌 10승대 투수를 3명 (유먼, 옥스프링, 송승준)이나 보유하였고, 마무리 김성배가 30세이브를 돌파하였다. 외형적으로 보면 이런 영양가 높은 개인 기록들에도 불구하고 4강 경쟁에서 탈락한 것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 들여다보면 자이언츠가 4강 경쟁에서 탈락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속속 드러나게 된다.

 

 

 

 

1. 실종된 4,5 선발

 

올 시즌 자이언츠는 9개 구단들 중 외국인 농사에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원투펀치로 활약한 유먼과 옥스프링이 나란히 13승을 거두면서 선발진을 이끄는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없었다면 자이언츠는 리그에 새로 가세한 옆동네의 다이노스와 치열한 7위 경쟁을 펼쳤을지도 모른다. 토종 에이스 송승준은 전반기 4승으로 부진했지만 후반기 8승을 거두면서 2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면서 자존심을 지켰다. 유먼-옥스프링-송승준 세 선수가 합해서 38승을 거두었는데, 4강에 진출한 구단들의 원,투,쓰리 펀치 투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기록이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자이언츠는 시즌 내내 극심한 4,5선발 부재에 시달렸다. 김승회, 이재곤, 고원준, 김수완 등이 나섰지만 이 네 명의 선수들이 거둔 승수는 합쳐서 9승에 불과하다. 그나마 후반기부터 마무리로 활약하던 김사율을 붙박이 선발로 돌리면서 가능성을 확인한 점에 위안을 삼을 수 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김승회의 활용이었다. 시즌 초반 김시진 감독은 김승회를 붙박이 5선발로 기용하려고 했지만 지난 시즌까지 '양떼불펜'의 위용을 과시했던 핵심 불펜요원들 중 최대성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고, 정대현이 좀처럼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김시진 감독은 김승회를 어쩔 수 없이 계투요원으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김승회의 애매한 활용은 결국 시즌 내내 자이언츠 선발진 운용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김시진 감독이 히어로즈 시절 애제자로 키웠던 고원준은 여전히 최악의 멘탈임을 입증하며 수준 이하의 투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올 시즌이 끝나고 자이언츠 구단은 고원준을 상무에 입대시킬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고원준이 보여주는 정신 상태로는 상무보다는 현역에 입대하는 것이 나아보일 정도이다.

 

지난 시즌 8승을 거두면서 좋은 활약을 펼친 베테랑 이용훈이 부상으로 인해 로테이션에 합류하지 못한 부분도 큰 아쉬움이 되었다. 또한 2010시즌 깜짝 활약을 펼치면서 기대감을 심어준 이재곤과 김수완도 마치 2010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선수들 마냥 좀처럼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김시진 감독에게 깊은 시름만 안겨주었다.

 

2. 손아섭과 나머지들

 

올 시즌 자이언츠의 발목을 잡은 결정적인 요인 중의 하나는 극심한 공격력 부진이었다. 10월 5일 현재 타율 2위, 최다안타 1위를 달리고 있는 손아섭을 제외하면 타선에서 눈에 뜨인 선수들은 전혀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팀내 리드오프 김주찬과 4번 타자 홍성흔과 FA 계약에 실패한 자이언츠는 잇몸전략으로 때우려고 했지만 역부족임을 드러냈다. 특히 이대호, 홍성흔이 연달아 빠져나간 4번 타자 자리는 시즌 내내 숙제로 남아 있을만큼 무주공산이 되고 말았다.

 

김시진 감독은 2군에서 가능성을 보인 김대우를 대안으로 활용하려고 했지만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역부족임이 입증되었다. 그리고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베테랑 장성호를 영입했지만, 장성호의 기량은 이미 전성기와는 거리가 먼 상태였다. 시즌 내내 4번 자리에 전준우, 강민호, 박종윤 등을 번갈아가며 투입했지만 단 한 명도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만족시킨 선수들은 없었다.

 

기존에 기대를 모은 강민호, 전준우, 황재균 등이 한창 활약하던 당시보다 훨씬 모자라는 성적을 기록한 것이 공격력 침체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말았다. 2010년 이대호(44홈런), 홍성흔(26홈런), 가르시아(26홈런), 강민호(23홈런), 전준우(19홈런) 등이 공포의 화력을 과시하던 화끈한 야구는 희미한 추억으로 묻혀지는 느낌이다.

 

올 시즌 자이언츠 타선은 2007년 '이대호와 여덟 난장이들' 시절로 회귀한 느낌이다. 다만 주인공이 이대호에서 손아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3. 썰렁해진 사직구장

 

성적 부진보다 더욱 뼈아픈 것은 눈에 띄게 썰렁해진 사직구장의 관중석이다. 올 시즌 자이언츠는 매진을 기록한 경기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는데, 그마저도 '응답하라 1999' 이벤트를 통해 내야석 입장료를 1999원으로 파격 인하했던 6월 26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였다. 올 시즌 개막전부터 사직구장은 4개 구장들 중 유일하게 매진에 실패하며 불길한 예감을 던져주었다. 부산 지역의 불경기와 NC 다이노스가 새로 리그에 가세하면서 마산, 창원 지역 팬들의 유입이 감소했다는 부분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라운드에서 선보이는 자이언츠 야구라는 컨텐츠가 팬들을 끌어들일 만한 흡입력이 극심하게 떨어졌다는 점이 관중 감소의 결정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대호, 홍성흔, 김주찬 등 대형 스타들의 잇단 유출은 팬들의 흥미를 반감시켰다. 또한 새로 부임한 김시진 감독은 투수력과 수비력에 바탕을 둔 수비야구를 표방했지만 정작 상대 타선을 압도할 만한 수비야구를 선보이지도 못했고, 로이스터 감독 시절 보여준 화끈한 야구하고도 거리가 먼 '어정쩡한 야구'로 전락하면서 자이언츠 경기에 대한 관심은 어느 새 리그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결국 컨텐츠의 부실함은 관중 대량 감소로 이어졌고, 올 시즌 사직구장을 찾은 총 관중은 770,681명에 머무르고 말았다. 2008시즌 부터 지난 시즌까지 5년 연속 100만 관중을 돌파했던 사직구장은 팬들의 외면 속에 을씨년스러운 구장으로 전락하였다.

 

2014시즌 자이언츠가 구도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팬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컨텐츠를 선보일 필요가 있다. 무조건 홈런이 많이 나오는 것이 능사가 아니지만, 올 시즌 자이언츠 선수들이 보여준 플레이는 송승준과 손아섭 등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끈기나 집념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특히 주력 선수들인 강민호, 전준우, 황재균, 박기혁 등은 더욱 각성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또한 구단 프런트도 올 시즌 사직구장이 왜 팬들에게 외면을 당했는지 냉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옆 동네 다이노스 때문에 관중이 줄어 들었다는 피해의식에 시달렸다가는 영원히 홈팬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시즌 내내 채울 수 없는 공허함으로 시즌을 마감한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 패턴이 부디 내년 시즌에는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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