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소진한 트윈스, 이제 준플레이오프를 바라봐야 하나

2013. 10. 3. 11:19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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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 일요일 잠실구장에서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반게임차로 추격할 당시만 해도 LG 트윈스는 1위 탈환의 가능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LG 트윈스에게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는 마치 삼성 라이온즈와의 일요일 경기가 된 듯 보인다.

 

9월 30일 두산 베어스에 3:7패, 10월 1일 롯데 자이언츠에 3:4패, 10월 2일 한화 이글스에 8:11로 패하면서 LG 트윈스는 1위 자리는 커녕 83일 동안 지키고 있던 2위 자리마저 넥센 히어로즈에 내주고 말았다. 이제 정규시즌 2경기만 남은 트윈스는 사실상 자력으로 2위 확보가 불가능해졌다.

 

 

 

 

2위와 3위 자리는 하늘과 땅 차이라 할 수 있다. 2위를 유지할 경우 10월 5일 정규시즌 종료 후 플레이오프가 시작되는 10월 16일까지 11일 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반면 3위로 시즌을 마칠 경우 3일만 쉬고 5전 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며 만약 준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를 경우 단 하루만 쉬고 곧바로 플레이오프에 임해야 한다. 행여나 우천으로 인해 경기가 순연될 경우에는 휴식일 없이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곧바로 플레이오프에 임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더군다나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는 달리 매 경기에 100% 이상의 전력과 집중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만큼 체력소모가 훨씬 커진다. 이제 더 이상 1위 자리를 노릴 수 없는 상황에서 트윈스가 얻어야 하는 최상의 결과는 바로 2위 자리이다. 하지만 현재 투,타의 전력 및 수비의 집중력을 보면 과연 정규시즌에서 한 때 1위 자리에 올랐던 팀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총체적 난국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선수들의 사이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2002시즌 이후 10년 동안 8월 이후에는 사실상 시즌을 포기하고 다음 시즌을 기약하는 모드로 임해왔던 사이클이 몸에 배다 보니 정작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시즌 막판에 오히려 집중력 부재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또한 11년 만에 4강 진출이라는 가장 큰 목표를 달성하다 보니 심리적인 해이가 찾아오고 4강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진격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과 저항감이 지금 트윈스 선수들에게 잠재적으로 자리하는 듯 보인다.

 

10월 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는 트윈스가 올 시즌 치른 경기 중 가장 최악이라 평가할만 하다. 3-2로 사실상 승리를 눈 앞에 둔 상황에서 트윈스는 투수 이동현이 조성환의 병살타성 타구를 2루에 송구하는 과정에서 하체가 전혀 수반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일한 땅볼 송구를 뿌렸고, 포구에 나선 유격수 오지환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송구를 뒤로 빠뜨리는 최악의 집중력 난조 현상을 보이면서 결국 의도하지 않은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결국 마무리 봉중근을 9회부터 투입해야 했고, 봉중근은 30개가 넘는 무리한 투구를 진행하다가 결국 자이언츠의 신인 김준태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면서 사실상 1위 경쟁을 포기하게 된다. 트윈스는 10월 2일 경기에서도 믿었던 우규민과 유원상이 합작하여 무려 7점을 내주면서 초반에 활발하게 득점을 지원한 타자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트윈스로서는 모처럼 잡은 좋은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는 모습이다. 충분히 더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경직과 저항감이 교차하면서 자멸하고 있다. 현재 트윈스의 모습은 2008년 당시 롯데 자이언츠를 연상하게 한다. 신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리더십이 매직을 발휘하면서 2000년대 들어 정규시즌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여준 자이언츠는 리그에 돌풍을 일으켰고 한때 2위 자리를 바라볼 정도로 수직상승하였다. 그러나 정규시즌 2위를 놓고 맞붙은 두산 베어스와의 홈 3연전에서 믿었던 마무리 코르테스가 유재웅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하고, 결국 연장전에서 김동주에게 홈런을 내주면서 역전패한 이후 자이언츠는 더 이상 2위 경쟁에서 치고 올라갈 힘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결국 경험의 부족이 고비 상황에서 치고 올라갈 내성을 발휘하지 못한 장애요인이 되었다. 반면 숱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3연패를 달성한 라이온즈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이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팀 답게 위기 상황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내성을 발휘하면서 위업을 달성하였다.

 

이제 트윈스로서는 시즌을 좀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팬들에게 가을에 입을 수 있는 유광점퍼를 선사한 것만으로 만족하면서 올 시즌을 마칠 것인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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