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11년 만에 팬들에게 유광점퍼를 입히다

2013. 9. 24. 06:10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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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LG 트윈스가 가을 잔치에 초대받게 되었다. 9월 22일 마산에서 펼쳐진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LG 트윈스는 5-1 승리를 거두면서 71승 49패를 기록,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1위 삼성과 승차없는 2위를 달리고 있는 LG 트윈스는 다음 주 일정, 특히 금요일부터 펼쳐질 넥센 히어로즈,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와의 홈 3연전 결과에 따라 2013 시즌 최종 순위를 판가름할 전망이다.

 

120경기를 치른 현재 LG 트윈스가 거둔 71승 49패의 성적은 공교롭게도 창단 첫 해인 1990년 시즌 최종 성적과 승과 패가 일치한다. 당시에는 정규시즌이 120경기를 치렀는데, LG 트윈스는 71승 49패를 기록, 당시 선두권을 질주하던 빙그레 이글스와 해태 타이거즈를 제치고 창단 첫 해 정규시즌 1위에 등극하는 기쁨을 누렸다. 정규시즌 1위의 여세를 몰아 트윈스는 한국시리즈에서 재계 라이벌 삼성 라이온즈에 4연승을 거두면서 한국 시리즈 패권까지 거머쥐었다.

 

올 시즌이 개막할 당시만 해도 LG 트윈스를 4강 후보로 꼽는 전문가들은 드물었다. 4강 탈락을 반복하던 최근 몇 시즌 동안은 시즌 초반에만 반짝하다가 여름을 거치면서 추락하는 패턴을 반복했던 트윈스는 올 시즌에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시즌 초반부터 승률 인플레가 극심했는데, 그 와중에 트윈스는 하위권에 머물면서 아예 초반부터 4강 경쟁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5월 2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대구 원정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거둔 이후 거침없는 10연속 위닝 시리즈를 질주하면서 LG 트윈스 앞에는 '진격'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게 되었다.

 

거침없는 질주를 거듭하던 트윈스는 7월 5일부터 7일까지 목동에서 펼쳐진 천적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 3연전에서 불의의 3연패를 당하면서 주춤하게 된다. 3연패도 문제였지만 그 과정에서 캡틴 이병규의 사이클링 히트에도 불구하고 믿었던 계투진의 난조로 점수차를 지키지 못하고, 마무리 봉중근이 등판한 상황에서 상대에게 허를 찌르는 홈스틸을 허용하는 등 과정이 무척 트윈스에게는 달갑지 못한 내용들이었다. 매년 히어로즈에게 상승세의 길목에서 발목을 붙잡혀서 추락을 거듭했던 불길한 트라우마가 되살아 나는 듯 했으나 트윈스는 이후 전열을 재정비하여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까지 6연승을 달리면서 전반기를 마감한다. 트윈스는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반전의 실마리를 잡으면서 또 다시 거침없는 진격을 지속한다.

 

트윈스 팬들은 행여라도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까봐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을 것이다. 마치 수행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제 1차 목표는 달성하였다. 11년 만에 유광점퍼를 입을 수 있게 된 트윈스의 비결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1. 선발 투수진의 경쟁력 향상

 

2002년 준우승 이후 매년 트윈스의 발목을 잡은 가장 큰 요인은 부실한 투수진이었다. 중간계투나 마무리가 살아나는 듯 싶으면 선발진이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해 비틀거렸고, 선발진이 살아나려는 기미가 보이면 계투진이 불을 지르는 엇박자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트윈스 지휘봉을 잡은 김기태 감독은 투수진 운영에 대한 권한을 차명석 투수코치에게 대폭 위임하여 투수진 조련을 맡겼다. 그리고 지난 시즌부터 선발 요원으로 가능성이 보이는 투수들을 최대한 1군에 올려 가능성을 계속 시험하였다.

 

동시에 중간 계투진을 새롭게 정비하기 시작했는데, 지난 시즌 봉중근을 마무리로 고정시키고 좀처럼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유원상을 리그 최고의 계투요원으로 육성하는데 성공하며 투수진 구성의 틀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FA 계약을 통해 삼성 라이온즈 필승 계투요원이었던 정현욱을 영입하며 계투진 강화에 성공한다.

 

계투진은 어느 정도 틀이 갖춰지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선발진이었다. 시즌이 개막하면서 지난 2년 동안 팀의 에이스 역할을 도맡았던 주키치가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좀처럼 자신의 몫을 해주지 못하면서 선발진 붕괴가 우려되었다. 그러나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리즈가 국내 야구 3년차에 접어들면서 한층 기량이 발전했고, 그 동안 안정감이 부족했던 국내 선발투수들이 대거 등장하며 팀 선발진의 주축을 맡게 된다.

 

한 때 팀의 마무리로 활동하다가 경찰청에서 2년 동안 선발요원으로 변신에 성공한 우규민은 올 시즌 첫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자신의 프로 인생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성공한다. 우여곡절 끝에 팀에 합류한 류제국은 5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이후 안정감 있는 경기 운영 능력과 묵직한 구위를 앞세워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내리그 복귀 첫 해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한다. 더군다나 류제국이 등판한 경기에서 팀은 무려 15승 3패의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하며 류제국은 팀에 승리 바이러스까지 전파하고 있다.

 

우규민, 류제국과 더불어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을 맡은 사이드암 신정락도 9승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만약 신정락도 10승 투수 대열에 합류할 경우 트윈스는 1994시즌 이후 무려 19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투수 4명을 보유하게 된다. (1994년 이상훈 18승, 김태원 16승, 정삼흠 15승, 인현배 10승)

 

모처럼 선발투수진의 안정을 구축한 트윈스의 마운드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3.66으로 리그에서 압도적 1위와 동시에 팀 4강 진출의 결정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2. 이동현

 

만약에 이 선수가 없었다면 올 시즌 트윈스는 지난 시즌처럼 봉중근의 돌발사태가 또 다시 빚어졌을지도 모른다.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 언제든지 마운드에 올라 팀 승리를 지킨 이동현은 무려 60경기에 등판하여 6승 3패 24홀드 1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야생마' 이상훈 이후 팀 최고의 마무리로 자리매김한 봉중근의 공헌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봉중근의 안정적인 마무리를 가능하게 한 절대적인 일등공신은 바로 이동현의 소리없는 헌신이었다.

 

지난 시즌 계투요원으로 맹활약을 펼쳤던 유원상이 좀처럼 자신의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정현욱도 체력 저하로 고전하고 있을 무렵 이동현은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팀 계투진을 지탱하였다. 준우승을 차지했던 2002시즌 당시에도 이동현은 마무리 이상훈을 든든하게 보좌하는 최강의 필승 계투요원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11년 만에 가을 무대에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에는 11년 만에 자신의 프로무대 최고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동현의 헌신적인 역투가 자리하고 있다.

 

3. 푸른피 수혈

 

1990년 창단 이후 LG 트윈스는 재계 라이벌팀 삼성 라이온즈와 좀처럼 트레이드를 진행하지 않았다. 양팀 간에 트레이드는 물론이거니와 FA 계약도 FA제도가 시행된 첫 해인 1999년 시즌 종료 후 당시 LG 트윈스 간판 포수였던 김동수가 FA 계약을 통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것이 유일한 사례이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트윈스는 파격적인(?) 전력보강을 단행하였다. 우선 FA 계약을 통해 삼성 라이온즈 간판 계투요원이었던 정현욱을 영입하였다. 정현욱 영입은 중간계투진 강화는 물론이거니와 팀 내 투수진 케미스트리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군기반장을 마다하지 않는 정현욱의 리더십이 어린 선수들이 많은 투수진에 긍정의 기운을 불어 넣고 있다.

 

또한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팀 창단 이후 최초로 삼성 라이온즈와 트레이드를 단행하였다. 내야수 김태완, 정병곤, 노진용 등을 라이온즈에 내주고 포수 현재윤, 내야수 손주인, 투수 김효남을 영입하였다. 트레이드를 통해 트윈스는 센터라인(포수-2루수-유격수-중견수) 보강에 성공하였다.

 

김동수 이후 영리한 투수리드 능력을 갖춘 포수난으로 골머리를 앓던 트윈스는 현재윤 영입을 통해 모처럼 포수진의 안정을 꾀할 수 있었고, 손주인은 2루 자리를 꿰차며 내야 수비 안정과 동시에 하위타순에서 까다로운 타자로 자리매김 하면서 트윈스 공,수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2002 시즌 이후 삼성 라이온즈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길을 걸으며 기나긴 암흑기를 거쳤던 LG 트윈스는 과감한 푸른피 수혈을 통해 팀 체질 개선에 성공하였다.

 

4. 신구조화

 

올 시즌 트윈스 야수진에는 모처럼 새로운 얼굴들의 활약이 눈에 뜨이고 있다. 가능성을 인정 받았지만 좀처럼 자신의 기량을 만개하지 못하던 정의윤, 오지환, 김용의, 문선재 등이 확실히 주전으로서 기량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문선재는 트윈스의 결정적 터닝 포인트로 작용한 6월 2일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 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고 깜짝 등장, 팀 마무리 봉중근의 공을 완벽하게 받아냈고, 연장 10회 결승타까지 터뜨리는 기염을 토한다.

 

새로운 신진 선수들의 성장과 더불어 기존 베테랑 선수들도 후배들을 이끄는 역할과 동시에 자신의 몫까지 완벽하게 해내며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진영, 박용택, 정성훈 등이 타격 5위 안에 포진하며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었고, 캡틴 이병규는 규정 타석에 모자라지만 0.351의 고타율로 장외 타격왕에 위치함과 동시에 팀 내 최다인 67타점을 기록, 캡틴으로서 자신의 몫을 완벽히 해내고 있다.

 

현재 트윈스에는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없다. 오지환과 정성훈이 기록한 9개가 최다이다. 하지만 타선의 응집력은 리그에서 최강 수준을 과시하고 있다.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던 1990년에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당시 신인이었던 김동수(13개)가 유일했다. 그러나 당시 트윈스 타선은 타격 3위 노찬엽, 미스터 LG 김상훈, 똘똘한 리드오프 박흥식, 꾸준한 3할 타자 윤덕규, 노련한 김재박, 이광은, 그리고 당찬 신인 김동수, 이병훈 등의 신구조화가 이루어진 타선의 응집력을 앞세워 상대 투수진을 압박했으며, 장타력의 팀 삼성 라이온즈와 치른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부터 상대 투수진의 혼을 빼놓는 타격 집중력을 앞세워 역대 한국시리즈 사상 최다 점수차 영봉승 (13-0)을 이끌어내기도 하였다.

 

올 시즌 트윈스 타선의 신구조화 형태는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던 1990년 당시와 상당히 흡사하다. 11년 만에 DTD 이론을 해제시킨 LG 트윈스는 단순한 4강을 넘어 더 높은 곳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 과연 트윈스가 시즌 막판 역전의 기적을 통해 정규시즌 1위에 등극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 또한 트윈스 선수단과 함께 더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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