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들의 집중력 저하, 트윈스 패배의 직결타로 연결되다

2013. 9. 21. 07:36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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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 추석 연휴를 맞아 잠실구장은 서울 라이벌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시즌 14차전 경기를 보기 위해 27,000명의 만원 관중들로 가득 들어찼다. 두 팀이 선두권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시즌 막판까지 관심의 대상에 오른 것은 1995시즌 이후 무려 18년만이다. 1995년 당시에는 평일에도 당시 두 팀의 에이스였던 LG 이상훈과 OB 김상진의 맞대결을 보기 위해 잠실구장이 만원 관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2위 삼성 라이온즈에 반게임차로 쫓기고 있는 LG 트윈스로서는 선두 유지를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4위 두산 베어스도 선두권 경쟁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선 반드시 승리를 챙겨야 했다. 양팀은 외국인 에이스 리즈와 니퍼트를 각각 선발로 내세워 필승 의지를 표출하였다.

 

 

 

 

관심은 후반기 들어 처음 등판한 베어스 선발투수 니퍼트가 과연 어느 정도 구위를 보이느냐였다. 아무래도 경기 감각이 부족하다 보니 경기 초반에 고비를 맞을 것이 예상되었다. 니퍼트는 1회말 트윈스 공격에서부터 부족한 경기 감각으로 인해 난조를 보였다. 니퍼트는 처음 상대한 두 타자 박용택과 김용의를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내며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였다.

 

초반에 니퍼트를 공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서 3번 이진영은 허무하게 3구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초구에 보내기 번트에서 강공으로 전환하는 버스터를 시도했지만 볼에 방망이를 연신 갖다대며 이진영은 니퍼트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니퍼트의 제구력이 잡히지 않는 상황을 감안했다면 좀 더 집요하고 신중한 공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아웃카운트만 한 개가 늘어나고 주자는 그대로 1,2루에 묶이게 된 것이다.

 

4번 타자 정성훈 마저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트윈스는 그대로 찬스를 날리는 듯 보였다. 그러나 5번 이병규(9번)가 초구를 공략하여 중전 안타성 타구를 만들면서 선취점을 올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베어스 유격수 김재호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여 중견수 앞으로 빠지는 타구를 걷어내어 실점을 막는데 성공한다. 계속된 2사 만루 상황. 6번 이병규(7번)의 타구도 1,2루 사이를 뚫는 강한 타구였으나 베어스 1루수 오재일이 멋지게 걷어내어 실점을 막아낸다. 모처럼 등판한 에이스를 위해 베어스 야수들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야구란 역시 혼자서 하는 스포츠가 아님을 여실히 입증한다.

 

베어스는 곧바로 이어진 2회초 공격에서 무사 1,2루의 절호의 찬스를 잡지만 최주환이 보내기 번트 타구가 포수-3루수-1루수로 연결되는 병살타로 둔갑하면서 어이없이 찬스를 흘려 보낸다. 하지만 전반적인 집중력에서 베어스는 한 수 위였다. 2회초 제구력 영점조절로 애를 먹은 리즈를 상대로 베어스 타자들은 3회초 1사 후 리즈의 공이 가운데로 몰리기 시작하자 거침없이 공격 모드로 전환하여 1사 1,3루 절호의 찬스를 만든다. 3번 김현수의 유격수 땅볼로 1점을 먼저 베어스가 선취하며 주도권을 잡는다.

 

하지만 트윈스도 3회말 반격에서 곧바로 찬스를 잡는다. 김용의의 2루타와 이진영의 우전안타로 무사 1,3루 찬스를 잡으며 동점 기회를 잡게 된다. 그러나 4번 정성훈의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향하며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 이진영마저 더블 아웃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된다.

 

결국 3회말 찬스마저 허무하게 날린 트윈스는 4회초 리즈가 선두타자 홍성흔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추가점을 내준다. 찬스가 무산된 직후 바로 추가점을 내주면서 트윈스는 경기 흐름을 더욱 어렵게 이끌고 간다. 5회초에는 캡틴 이병규의 수비가 큰 위기를 자초하게 된다. 선두타자 정수빈의 우전안타 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우익수를 맡은 이병규는 특유의 어슬렁거리는 동작으로 타구를 처리한다. 하지만 그 틈을 타서 정수빈은 2루까지 내달렸고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이병규는 2루로 공을 던졌으나 발이 빠른 정수빈은 여유있게 2루까지 진루한다.

 

이병규의 특유의 습관 중의 하나가 장타성 타구 또는 단타가 나오면 타자가 어느 정도 베이스까지 진루할 지 지레 짐작하고 마치 슬리퍼를 신은 사람처럼 걸어다녀서 '라뱅'이라는 별명까지 붙게 되었는데, (걸어가는 모습이 라면 사러 동네 슈퍼에 가는 모습 같다고 해서 '라면'과 '병규'를 합쳐서 붙여진 별명임) 정작 중요한 순간 만성적인 습관이 은연 중에 반복되는 바람에 예상치도 않은 위기를 자초하게 된다.

 

정수빈의 허를 찌른 플레이는 트윈스 배터리를 흔들어 놓는다. 더군다나 트윈스 캡틴인 이병규의 실수로 인해 빚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예상 외로 파장은 컸다. 트윈스 배터리는 1사 3루 상황에서 더 이상 추가점을 내주지 않기 위해 3번 김현수를 고의 사구로 거른다. 하지만 그 다음 작전은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았다. 4번 오재일을 상대로 또 다시 고의사구에 가까운 볼넷을 내주며 일부러 베이스를 가득 채운 것이다. 오재일이 올 시즌 병살타가 단 한개도 없었다고 하지만 다음 타자 홍성흔은 전 타석에서 홈런을 치면서 타격감이 절정에 오른 상황이었다. 홍성흔이 비록 병살타가 많지만 이미 분위기를 타고 있던 상황이라 트윈스 배터리로서는 도박에 가까운 수를 던진 것이다.

 

차라리 전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에 그친 오재일을 상대로 병살을 노리는 것이 순리였는데, 트윈스 배터리는 베어스 캡틴 홍성흔에게 도발을 감행하였다. 결국 홍성흔은 리즈의 가운데로 몰린 슬라이더를 부드럽게 밀어쳐서 사실상 경기의 쐐기를 박는 2타점 적시타를 작렬한다.

 

5회초 베어스 공격과 트윈스 수비에서 양팀 캡틴의 집중력의 차이가 승부의 향방을 갈랐고, 양팀 벤치의 희비를 극명하게 엇갈리게 만들었다.

 

베어스 선발투수 니퍼트는 초반 고비를 야수들의 집중력 덕분에 넘기면서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홍상삼(3이닝), 오현택(1이닝)이 뒤를 책임지면서 베어스는 라이벌을 상대로 귀중한 1승을 챙겼다.

 

결국 베테랑들의 집중력 차이에서 승부가 갈리면서 트윈스는 다시 2위로 내려앉게 되었고, 베어스는 선두와의 승차를 3게임 차로 좁히면서 다시 한 번 뒤집기를 노리게 되었다. 에이스 우규민, 리즈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트윈스는 2연패를 당하면서 다시 2위로 내려갔는데, 휴식기 동안 팀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반적으로 공,수에서 사이클이 하락세에 놓여 있는 모습이다.

 

과연 치열한 선두 다툼의 승자는 어느 팀이 될 것인지 시즌 막판까지 흥미를 더해가는 2013 프로야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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