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4강팀의 공통점은? 예상치도 못한 서프라이즈 스타

2013. 10. 3. 13:30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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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프로야구 정규시즌의 가장 큰 이변은 상위권 구조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2007년 부터 지난 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 와이번스가 4강 경쟁에서 탈락하고, 2008년 부터 지난 해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롯데 자이언츠도 고배를 들었다. 대신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있으나 좀처럼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던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가 각각 창단 후 처음으로, 그리고 11년만에 4강에 진출하면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유난히도 4강 경쟁이 치열했던 올 시즌 마침내 살아남은 네 팀은 삼성 라이온즈, 넥센 히어로즈,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이다. 사상 처음으로 서울 연고권 세 팀이 한꺼번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삼성 라이온즈는 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3연패를 달성했다.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하고 시즌 처음에 구성했던 주전 멤버들로 한 시즌을 꾸려가는 것은 상당히 힘겹기만 하다. 결국 주전 멤버들의 예기치 못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백업멤버의 경쟁력과 기대치보다 더 큰 활약을 보여주는 이른바 '미친' 선수들이 많을수록 그 팀의 가을 잔치 진출 가능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올 시즌 4강에 진출한 네 팀의 공통점은 바로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으로 팀 전력에 공헌을 한 '서프라이즈 스타'들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팀 전력의 아쉬운 부분을 메워준 상위 4팀의 '서프라이즈 스타'들을 살펴본다.

 

 

 

 

1. 삼성 라이온즈 - 철옹성 계투진의 2%를 메워준 신용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KIA 타이거즈 불펜의 핵심멤버로 활약했던 신용운은 부상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고, 군 제대 이후에도 좀처럼 팀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2011 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라이온즈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지난 시즌 내내 어깨 및 팔꿈치 재활훈련에 몰두했던 신용운은 올 시즌 정현욱과 권오준이 빠진 라이온즈 계투진에서 새로운 필승요원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44경기에 출장하여 40이닝 2승 2홀드 평균자책점 2.02를 기록, 부활에 성공함과 동시에 정현욱, 권오준이 빠진 자리를 확실하게 메웠다. 무엇보다 신용운이 변화한 점은 포커페이스를 갖추게 되었다는 부분이다. 예전 같으면 박빙 상황에서 조바심을 감추지 못하고 심지어는 동료 야수의 실책이 일어나면 땅이 꺼질듯한 한숨을 내쉬던 철부지(?)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재활기간 동안 신용운은 마인드 개조에도 성공한 모습이다.

 

2. 넥센 히어로즈 - 박병호에 이은 또 다른 트레이드 성공작 김민성

 

롯데 자이언츠에서 차세대 내야요원으로 주목 받았으나 2010시즌 대형 내야요원을 원한 자이언츠는 히어로즈로부터 황재균을 받았고 대신 김민성을 히어로즈로 보냈다. 2010년 부터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김민성은 주전 자리가 보장되는 듯 보였으나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이면서 히어로즈에서도 좀처럼 주전으로서 신뢰받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한 지난 시즌을 앞두고선 부상의 불운이 겹치면서 개막전 엔트리에서 제외되었고, 그 대신 주전 자리를 꿰찬 서건창은 신데렐라급 활약을 펼치면서 신인왕까지 거머쥐는 기염을 토한다.

 

서건창의 활약에 자극이라도 받은 것일까. 올 시즌 김민성은 전혀 다른 선수가 되어 나타났다. 올 시즌 15홈런 70타점을 기록한 김민성은 그 동안 그가 프로 입단 후 기록했던 총 홈런 수 14개를 불과 한 시즌만에 넘어서는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박병호와 강정호 사이에 배치되어 중심타선의 두께를 더욱 견고히 다져주고 있다. 이제 히어로즈 중심타선은 기존의 LPG(이택근, 박병호, 강정호)에 김민성이라는 또 다른 강력한 옵션을 장착하게 되었다. 히어로즈는 이제 대형 내야수 황재균에 대한 미련은 깨끗이 접어도 될 것 같다.

 

3. LG 트윈스 - 새로운 에이스 등극을 예고하다. 류제국

 

사실 류제국의 활약을 두고 '서프라이즈'라 호칭하기엔 다소 어색한 구석도 있다. 왜냐하면 덕수정보고 시절 이미 국내 고교야구를 평정했던 대형 투수였고, 메이저리그까지 다녀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내공은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제국이 복귀 첫 해 이정도로까지 활약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였다.

 

팀이 하위권에 머무르면서 위기에 처해있던 5월 19일 타이거즈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국내 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류제국은 묵직한 구위와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을 앞세워 팀을 연패에서 구해냈다. 이후 트윈스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며 올 시즌 최고의 화두가 된 '진격의 LG'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무너질듯 싶다가도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은 류제국이 지닌 최고의 장점이다. 그리고 마운드에서 좀처럼 표정변화가 없는 모습은 '노송' 김용수 이후 트윈스 마운드에 모처럼 강심장이 나타났음을 알리고 있다. 5월에 첫 등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류제국은 11승으로 팀내 최다승을 거두고 있으며, 유턴파 메이저리거로는 처음으로 복귀 첫 해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투수로 등극하였다. 착실하게 동계훈련을 쌓는다면 류제국의 전성기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 두산 베어스 - 25년 만에 등장한 고품질 토종 좌완투수. 유희관

 

두산 베어스의 고질적인 약점은 좌완 투수의 부재였다. 용병 게리 레스가 한 때 팀의 1선발을 맡기도 했지만 든든한 토종 좌완 투수의 부재는 베어스에게 늘 따라 다니는 아쉬움이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복귀하며 기대를 모은 이혜천은 '수준 이하'의 활약으로 팬들을 분노케 하였으며, 차세대 좌완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 진야곱은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에도 베어스의 좌완 투수 부재현상은 지속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뜻밖의 선수가 혜성처럼 등장하여 선발진에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

 

'파이어볼러'가 아닌 '슬로우볼러' 유희관이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0km를 좀처럼 넘지 못하지만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템포피칭과 정교한 제구력으로 타자들의 방망이가 좀처럼 나오지 못하게 제압하는 유희관은 시즌 초반에는 계투요원으로 시작했으나 5월 부터 선발로 전환하여 노경은과 김선우가 시즌 초반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동안 니퍼트와 더불어 사실상 원투펀치 역할을 담당하였다. 유희관은 올 시즌 노경은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144.2이닝을 소화하며 10승 6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48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1988년 윤석환 이후 25년 만에 베어스 토종 좌완 투수로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였다. 베어스는 지난 시즌 노경은에 이어 유희관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투수로 군림했던 톰 글래빈처럼 뛰어난 제구력을 앞세워 리그를 평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처럼 올 시즌 4강에 진출한 팀들은 저마다 어려운 상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 덕분에 팀 전력의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었다. 리그의 흥행과 수준 향상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이런 서프라이즈 활약을 펼쳐주는 선수들이 더 많이 등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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