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이 없는 트윈스 불펜의 치명적 약점, 그리고 아쉬운 투수 교체 타이밍

2013. 8. 19. 00:00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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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군산 월명구장에서 펼쳐진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시즌 14차전. 8회초까지 트윈스는 4-2의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견고한 트윈스 불펜전력을 감안할 때 트윈스의 승리가 90% 가까이 예감되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타이거즈는 최근 5연패 중이었고 이 날 경기에서도 6회말 이범호, 7회말 홍재호의 병살타가 연속으로 나오면서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트윈스 불펜에는 핵심 승리조인 이동현이 3일 연투로 인해 등판하지 못한다는 걸림돌이 있었고, 결국 이 걸림돌은 이 날 경기의 승패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투수 교체 운용의 묘를 조금만 더 살렸더라면 트윈스는 1995시즌 이후 18년 만의 정규시즌 1위 등극의 기쁨을 누릴 수도 있었다.

 

파워보다는 제구력을 바탕으로 승부를 펼치는 좌완투수 임준섭(타이거즈)과 신재웅(트윈스)의 맞대결로 펼쳐진 양팀의 14차전은 경기 중반까지 1-1의 팽팽한 흐름으로 진행되었다. 1-1의 팽팽한 흐름은 6회초 트윈스 공격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선두타자 이병규(9번)와 정성훈에게 연속으로 빗맞은 안타를 내주며 흔들리기 시작한 타이거즈 구원투수 박지훈은 결국 손주인마저 볼넷으로 보내며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한다.

 

타이거즈는 좌완 심동섭을 구원으로 투입하며 위기를 진화하려 한다. 그러나 심동섭은 대타 이병규(7번)를 상대로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고, 후속타자 이대형에게 2루 땅볼로 1점을 더 내주며 3-1, 두 점차 리드를 내준다. 그리고 문선재 타석에서는 폭투까지 범하면서 경기는 순식간에 4-1로 벌어진다. 최근 타이거즈의 하락세를 감안하면 3점차는 상당히 커보이는 점수차였다.

 

그러나 타이거즈는 곧바로 이어진 6회말 공격에서 신종길의 좌전안타로 1점을 만회한다. 그리고 후속타자 나지완도 중전안타로 출루하면서 트윈스 선발투수 신재웅을 마운드에서 내린다. 신재웅은 5회까지 안정된 투구내용을 보이다가 점수차가 벌어지면서 순간적인 해이에 따른 집중력 감소 현상을 보이면서 결국 예상보다 마운드를 일찍 내려오게 된다.

 

신재웅을 이어 구원등판한 김선규는 추가 실점 위기에서 이범호를 결정적인 병살타로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김선규의 구위는 최근에 등판한 경기 중에서 가장 볼끝에 힘이 실려 보였다. 김선규는 7회에도 홍재호를 병살로 처리하면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간다. 이동현이 등판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김선규가 8회까지 책임져도 괜찮을 상황이었지만 김기태 감독은 8회말 타이거즈 공격에서 이종환, 이용규 등 좌타자들이 나오는 상황에 맞춰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 류택현을 올린다. 하지만 류택현은 1사 후 이용규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트윈스는 정현욱을 마운드에 올린다.

 

그러나 정현욱은 첫 타자 김주형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위기상황을 자초한다. 후속타자 신종길 타석에서 김기태 감독은 정현욱을 내리고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 이상열을 투입하지만 최악의 한수가 되고 말았다. 신종길을 이상열이 봉쇄하면 아마도 바로 봉중근을 투입할 계산이었지만 이상열이 신종길에게 동점 2루타를 허용하는 바람에 모든 투수진 운용계획이 순식간에 흐트러지고 말았다.

 

결국 4-4 동점 상황에서 더 이상 마운드에 올릴 마땅한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김기태 감독은 임찬규를 마운드에 올린다. 그러나 직구 구속이 140km도 채 미치지 못하고 제구력도 잡히지 않은 임찬규의 구위로는 물오른 타이거즈 타선을 막기에는 현저한 무리가 따랐다. 임찬규는 결국 2사 후 안치홍에게 역전 적시타, 차일목에게 쐐기 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타이거즈 타선에 기름을 끼얹는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트윈스로서는 좋은 구위를 선보이던 김선규를 8회까지 던지게 했어야 하는 부분, 그리고 정현욱이 첫 타자를 상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지만 뒤에 마땅한 투수들이 없는 상황에서 구위가 묵직하지 못한 이상열 대신에 계속해서 정현욱으로 하여금 신종길을 상대하게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8회말이었다.

 

반면에 타이거즈는 7회부터 구원 등판한 좌완 용병 빌로우가 마치 자신의 천직을 찾은 듯이 안정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트윈스 타자들을 완벽하게 봉쇄한 것이 결국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집중력 실종현상을 보이던 타자들이 모처럼 승부처에서 강한 집중력을 발휘한 것이 고무적인 요인이었다.

 

 

 

 

트윈스는 1번타자 박용택이 전날 경기에서 3루 도루를 시도하던 중 무릎에 경미한 부상을 입는 바람에 보호 차원에서 결장했는데, 그 자리를 이대형이 메우기에는 역부족임을 절감한 한판이었다. 이대형은 공격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 같은 존재감을 보였으며, 수비에서도 좀처럼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는데, 차라리 2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황선일을 박용택의 백업요원으로 중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동현이 나오지 못하는 불펜은 확실히 안정감이 떨어짐을 인식시켜 주었는데 다만 이동현이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수교체 타이밍에 대한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유원상의 회복이 절실해 보이며, 정현욱의 투입 빈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18년 만의 1위 등극 기회를 놓친 트윈스는 이번주 라이온즈, 이글스, 타이거즈를 상대로 3승 3패를 기록하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5승 1패까지 노려볼만한 대진이었으나 역시 야구는 아무도 알 수 없음을 입증시켜 주었다. 김기태 감독은 주축 선발요원인 우규민, 리즈, 류제국, 신재웅 등에게 하루 더 휴식을 제공하며 활약을 기대했지만 예상 외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트윈스는 일요일 경기 역전패의 후유증을 빨리 털어내야 한다. 다음 주 화요일부터 시즌 내내 트윈스를 괴롭혀왔고 트윈스가 선두에 등극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할 벽인 넥센 히어로즈와의 2연전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다음 주 히어로즈와의 2연전은 트윈스 리그 선두 등극에 중요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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