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는 추락, 자이언츠와 타이거즈. 그 원인은?

2013. 8. 15. 22:28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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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원정 관중 동원능력을 보유한 팀을 꼽는다면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이다. 두 팀이 잠실 이나 문학 등 2만 5천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구장에 원정을 오게 되면 매진될 확률이 가장 높다. 최근 5시즌 동안 성적을 살펴보면 자이언츠는 2008년 부터 지난 시즌까지 꾸준히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면서 강팀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었고, 타이거즈는 2009년 12년 만에 리그 우승을 거머쥐면서 새로운 왕조 재건을 꿈꾸는 중이었다.

 

높은 관중 동원 능력만큼이나 두 팀은 전력의 열위와 상관없이 끈질긴 승부근성을 보여주면서 팬들의 뇌리에 남을 만한 명승부들을 연출하곤 하였다. 그러나 올 시즌 두 팀은 약속이나 한 듯이 속절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결정적인 장면에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와 집중력 부족으로 스스로 승리의 기회를 걷어차 버린다는 점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1. 덕아웃 리더십 부재

 

올 시즌 상위 4팀 (라이온즈, 트윈스, 베어스. 히어로즈)의 선수단 구성을 살펴보면 중심을 잡아주는 고참들이 중요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고참 선수들이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의 가교 역할을 맡음과 동시에 덕아웃 분위기를 잡아주고 이끌어주고 있다. 라이온즈에는 진갑용과 이승엽, 트윈스에는 이병규와 박용택, 베어스에는 홍성흔, 히어로즈에는 이택근이 고참으로서 덕아웃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야구는 순간의 멘탈에 의해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수단이 동요되거나 때로는 해이해질 순간에 고참들의 역할은 빛을 발하게 된다. 코치들이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붙잡고 1:1 멘토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코칭스태프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고참 선수들이 메워주는 것이다.

 

그러나 타이거즈와 자이언츠 덕아웃에는 선수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타이거즈의 경우 서재응이 응원단장 역할을 맡으면서 분위기를 독려하지만 투수 포지션이다 보니 늘 그라운드에서 몸을 부대끼는 야수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리고 자이언츠는 지난 시즌까지 덕아웃에서 치어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이끌던 홍성흔이 FA로 다시 친정팀 두산 베어스로 복귀하면서 그 자리를 메워줄 리더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묵묵히 선수들을 이끌던 조성환은 올 시즌 출장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 면서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었다.

 

타이거즈는 2012시즌 개막 직전에 베테랑 이종범이 갑작스레 은퇴 선언을 하게 되었다. 뜻하지 않은 이종범의 부재는 덕아웃 리더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비록 새로운 후진 양성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멘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더의 부재가 타이거즈 덕아웃에 더 큰 공백을 가져온 듯한 모습이다.

 

그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고참들의 경험 전수와 리더십은 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 소중한 자산을 간과한 채 코칭스태프의 능력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코칭스태프는 슈퍼맨이 아니다. 그리고 그라운드에서의 플레이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2. 중심타선의 부재

 

타이거즈는 올 시즌 초반 이범호, 최희섭, 나지완 등 중심타선의 무서운 폭발력과 시즌 초반 불의의 부상으로 선수단에서 이탈한 김주찬을 대신해 들어온 신종길이 신들린 타격을 선보이며 고공행진을 펼쳤다. 그러나 5월 6일 중심타선의 한 축이었던 김상현을 와이번스 송은범과 트레이드한 이후 거짓말처럼 타자들이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타격코치로 부임한 김용달 타격코치의 맞춤형 지도법이 효력을 발휘하며 한때 '용달매직'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는데, 현재 타이거즈 타선은 '용달매직'은 온데간데 없고 무기력한 침묵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시즌 초반 9홈런을 몰아치며 2009 시즌 모드로 복귀할 것처럼 희망을 던져준 최희섭은 시즌 초반의 활약이 마치 거짓말인 것처럼 느껴지게 할만큼 무기력한 모습으로 돌변하였다. 이범호도 홈런 16개로 4위에 올라 있지만 찬스에서 좀처럼 클러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자이언츠는 올 시즌을 앞두고 중심타선과 테이블 세터진에서 큰 역할을 해준 홍성흔과 김주찬과 FA 계약에 실패하고 모두 다른 구단에 내주고 말았다. 2011시즌 종료 직후 리그 최고의 거포 이대호를 일본으로 보낸 데 이어 1년 만에 한꺼번에 중심타자와 테이블세터를 잃은 것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자이언츠 타선의 약화는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트레이드를 통해 이글스로부터 장성호를 영입했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되기에는 미흡했다. 올 시즌 새로 부임한 박흥식 타격코치의 마법도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홍성흔이 나간 중심타선 자리에 김대우를 새로 키워보려고 했지만 김대우는 변화구 대처에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며 점점 출장빈도가 줄어들고 있다. 4번 타자 자리에 전준우, 강민호, 박종윤, 김대우 등을 투입해 보았지만 예전의 이대호나 홍성흔이 보여준 무게감은 온데간데 없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팀을 구원해야 할 중심타선의 부재가 양팀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3. 여유있는 리더십 부재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과 자이언츠 김시진 감독은 현역 시절 대한민국 최고 투수로서 각광 받을 만큼 화려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스타 출신 지도자는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무너뜨린 지도자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 시즌 두 감독은 혹독한 시련기를 보내고 있다. 선동열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고향팀을 이끌고 있는데 타이거즈가 낳은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이며, 2005~2010시즌 삼성 라이온즈를 이끌면서 팀을 투수력이 강한 팀으로 변모시켰고, 부임하자마자 팀을 2005, 2006시즌 연속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바 있기 때문에 고향팀을 이전 해태 시절의 전성기로 부활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오랜 기간 고향팀을 떠나 있었던 탓일까. 선동열 감독은 라이온즈 시절 보여준 내공을 좀처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선수단 파악이 덜된 듯한 모습이다. 특히 정확하고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로 각광 받았던 선동열 감독의 매직은 타이거즈에서 좀처럼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성급한 투수교체로 인해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으로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증과 강박관념이 선수단을 지배하고 있는 모습이다. 선수들이 접전 상황에서 좀처럼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집중력이 결여된 어처구니 없는 플레이로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올 시즌 자이언츠 감독으로 새로 부임한 김시진 감독도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이 선동열 감독 못지 않다. 자이언츠는 이미 5시즌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상황인데, 그 동안 감독 경력에서 단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록하지 못한 김시진 감독이 과연 자이언츠를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득세하였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에게는 항변할만한 면죄부가 늘 주어져 있었다. 김시진 감독이 히어로즈 감독을 맡는 동안 이택근, 황재균, 장원삼, 이현승, 마일영, 송신영 등 팀의 주축 전력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대거 트레이드 되면서 기본적인 전력을 꾸리기조차 힘든 악조건이 김시진 감독에게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결국 부실한 팀 살림살이로 인해 김시진 감독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는데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면죄부가 자연스레 주어진 것이다.

 

하지만 히어로즈보다 살림살이가 비교할 수 없이 좋아진 자이언츠에서 김시진 감독의 면죄부는 통할 수 없고 오로지 성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사람 좋기로 유명한 김시진 감독도 올 시즌 들어서는 엄격한 표정이 더 자주 눈에 뜨이는 편이다. 그러나 선수단 파악이 아직은 덜 된듯 싶다. 2012시즌 자이언츠의 가장 큰 경쟁력이었던 '양떼불펜'이 올 시즌 들어 불안한 모습을 종종 노출하면서 자이언츠의 뒷심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양팀 감독 모두 성적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좀처럼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감독의 부담감과 조바심은 자연스레 선수들에게 전달되어 결국 집중력을 상실한 경직된 플레이가 빚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금이라도 좀 더 선수단과 마음을 터놓고 편안하게 이끌어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해 보인다. 올 시즌 자신들의 지도자 커리어에서 가장 험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선동열 감독과 김시진 감독이 과연 무너져가는 팀을 어느 정도 살려낼 수 있을 지 후반기 리그의 또 다른 관심거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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