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2사, 카운터 펀치 한 방으로 승부를 결정지은 LG 트윈스

2013. 8. 11. 11:22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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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0일 잠실구장은 3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 2,3위를 나란히 달리고 있는 서울 라이벌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빅 매치를 관전하기 위해 27,000석의 좌석이 가득 들어찼다. 트윈스는 류제국을 베어스는 유희관을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트윈스는 1회초 캡틴 이병규의 좌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는다. 하지만 최근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는 베어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1회말 1사 1,3루 찬스에서 최준석의 병살타로 반격의 기회를 놓친 베어스는 2회말 1사후 오재원이 중심을 유지하면서 류제국의 낮게 떨어지는 공을 걷어 올린 타구가 예상 외로 멀리 뻗어가면서 트윈스 우익수 이진영의 키를 넘어가는 3루타를 작렬한다.

 

후속타자 이원석은 류제국의 예리한 커브를 마치 토스 배팅하듯이 걷어 올렸고 타구는 전진 수비한 트윈스 2루수 손주인의 다이빙 캐치를 넘어가는 중전적시타가 된다. 양팀은 1-1로 균형을 이루면서 팽팽한 기싸움을 거듭한다. 베어스는 3회말 무사 만루의 절호의 찬스를 맞이한다. 하지만 트윈스 선발투수 류제국은 오재원, 이원석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고 양의지마저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위기를 탈출한다. 특히 이원석을 바깥쪽에 완벽하게 들어차는 147km 루킹삼진으로 잡아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반면에 트윈스는 1회초 선취점을 올린 이후 베어스 선발투수 유희관의 템포피칭에 완벽히 말려들며 별다른 찬스를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6회초 1사후 문선재가 중전안타로 출루한 이후 유희관의 견제 동작에 걸려 런다운 위기를 맞았으나 오히려 베어스 1루수 최준석의 송구가 문선재의 어깨를 맞고 굴절되면서 문선재는 3루까지 안착하게 된다. 1사 3루의 절호의 찬스를 맞은 트윈스는 3번 이진영이 삼진으로 물러났고, 4번 정의윤의 좌전 안타성 타구가 절묘한 시프트로 타구를 걷어낸 베어스 유격수 김재호의 신들린 수비에 막히면서 역전 찬스를 놓치게 된다.

 

위기를 넘긴 베어스는 1사 후 신들린 호수비의 주역 김재호가 볼넷으로 걸어 나가면서 찬스를 맞게 된다. 투구수가 100개를 넘기면서 힘이 떨어진 류제국은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트윈스는 좌완 스페셜리스트 이상열을 마운드에 올린다. 이상열은 이종욱 199한 타자만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간다. 트윈스는 최근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김선규를 마운드에 올리고 베어스는 사이드암 김선규에 맞춰 좌타자 정수빈을 대타로 내세운다. 볼카운트 3-1에서 정수빈은 날카롭게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총알처럼 1루 베이스라인을 통과하면서 정수빈은 쏜살같이 3루까지 도달한다. 1-1의 팽팽한 균형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좀처럼 유희관의 호투에 트윈스 타선이 기를 펴지 못하면서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8회초 유희관의 투구수가 정확히 100개를 넘어가는 순간 3안타로 묶여 있던 트윈스 타선은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유희관의 101번째 공은 손주인의 2루타, 그리고 102번째 공은 박용택의 2루타로 이어지면서 경기는 다시 2-2로 균형을 맞추게 되었고, 유희관은 7승의 기회를 다음 기회로 기약하고 마운드를 내려가게 되었다.

 

베어스는 유희관과 정반대 스타일의 파워피쳐 홍상삼을 마운드에 올린다. 1사 2루에서 2루 주자 박용택은 베어스 배터리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3루 도루를 감행하여 1사 3루의 확률 높은 찬스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홍상삼은 각도 큰 포크볼로 문선재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이진영을 고의사구로 거른 이후 4번 정의윤 대신 대타로 나선 이병규(7번)마저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탈출한다.

 

홍상삼의 구위로 볼 때 베어스는 9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은 이후 9회말 공격에서 끝내기를 노려볼만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홍상삼에게는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9회 징크스'가 있었다. 투 아웃까지 잘 잡아낸 홍상삼은 권용관에게 초구 148km 직구를 던졌으나 권용관은 기다렸다는 듯 방망이를 매섭게 휘둘렀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홈런이 되었다. 1995년 트윈스에 입단한 권용관이 1995년 이후 무려 18년 동안 기다려온 트윈스의 정규시즌 6할 승률에 도달할 수 있는 결정적인 카운터 펀치를 날린 것이다.

 

 

 

 

하지만 베어스도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9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 임재철이 이동현을 상대로 우전안타를 뽑아내며 찬스를 만들기 시작한다. 트윈스는 곧바로 마무리 봉중근을 마운드에 올린다. 하지만 봉중근은 1사 1,2루 위기를 자초하고 양의지를 상대로 볼카운트 3-1까지 몰리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3-1에서 바깥쪽에 아슬아슬하게 걸친 커브가 스트라이크로 판정되면서 봉중근은 비로소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다. 반면에 볼넷으로 걸어나가리라 생각했던 양의지는 다소 김이 빠진 모습이었고, 결국 3-2에서 몸쪽 꽉찬 직구를 공략했으나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나게 된다.

 

봉중근은 후속타자 김재호를 상대로도 양의지를 상대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몸쪽에 바짝 붙는 직구로 승부를 걸었고 결국 김재호의 타구는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숨막혔던 양팀의 잠실대첩 승부가 마무리된다. 트윈스는 안타수 6-13으로 완벽하게 밀리면서 시종일관 수세에 몰렸지만 무수한 위기를 넘긴 뒤에 결정적인 순간에 카운터 펀치를 날리면서 잠실 라이벌전 서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동시에 1995년 이후 무려 18년 만에 정규시즌 6할에 도달하게 된다. (80경기 이상 기준)

 

상대가 어떤 공세를 퍼부어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고 기필코 승리를 가져오는 모습은 마치 1990년대 전성기의 LG 트윈스를 연상하게 한다. 반면에 베어스는 13안타를 퍼붓고도 찬스에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아쉽게 경기를 내주고 말았는데 팀 계투진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가야할 홍상삼이 좀처럼 9회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징크스를 빨리 떨쳐내게 배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27,000명의 관중들에게 명품 승부를 선사한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는 올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흥미롭고 수준 높은 컨텐츠로 자리하고 있음을 완벽히 입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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