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괴수에 대한 완벽한 오마주, '퍼시픽 림'

2013. 7. 21. 22:00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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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로봇 영화 사상 가장 큰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로봇, 그리고 일본 영화 '고질라'를 연상하게 하는 초거대 괴수들과의 맞대결이 펼쳐지는 영화 '퍼시픽 림'은 최근 대세라 할 수 있는 원작만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가 아니다. 일본 로봇과 괴수 영화들에 대한 오타쿠적 열광기질을 지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일본 로봇 만화 '철인 28호'와 일본 괴수 영화 '고질라' 등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순수 창작물이다.

 

영화 도입부에서는 지구를 침략한 외계 괴수 카이주(일본어로 '괴수'를 뜻함)들에 맞서 분쟁을 일삼던 지구의 모든 국가들이 연합하여 제작한 거대 로봇 예거(독일어로 '사냥꾼'을 뜻함)들이 펼쳤던 전쟁의 역사를 설명한다. 그리고 예거 로봇은 두 사람이 좌반구와 우반구를 맡아 조종하는 로봇임을 상세히 설명한다. 7년이 넘도록 예거들과 카이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음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면서 영화는 주인공 형제인 롤리와 그의 형이 함께 카이주에 맞서기 위해 예거를 타고 출동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카이주를 해치운 것으로 방심하다가 카이주에게 일격을 맞고 결국 그의 형을 잃게 된 롤리는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는 예거 조종사의 특성상 죽음을 경험하게 되고 극심한 무기력증에 빠지면서 5년 동안 알래스카에서 카이주를 막는 장벽 쌓는 공사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극비리에 예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스탁커의 호출을 받고 본격적으로 예거 파일럿 단에 합류하게 된다.

 

영화 초반에 예거와 카이주 간의 맞대결을 보여주고 지나치게 상세한 설명을 곁들였던 이유는 원작 만화나 소설이 없이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상상력과 오마주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거대 로봇과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카이주들간의 맞대결 장면들이다. 놀라운 시각효과가 시각적 쾌감을 거침없이 선사하고, CG촬영의 놀라운 진보에 감탄을 금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철인 28호를 연상하게 하는 거대한 로봇들은 '트랜스포머'의 로봇들에 비할 수 없는 거대함과 웅장함을 안겨주며, 카이주들은 '고질라'의 오리지널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현한 모습이다.

 

하지만 영화 시각효과에 올인해서 그런 것인지 출연 배우들은 블록버스터 영화 치곤 인지도가 떨어지는 편이고 일부러 설정된 듯한 감정과잉 연기가 거슬릴 정도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최대의 약점은 로봇과 괴수들이 나오지 않고 배우들만 나오는 장면에서 영화의 흥미가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트랜스포머'의 경우 주연배우 샤이아 라보프와 매건 폭스, 두 명의 선남선녀 배우들의 로맨스도 로봇들간의 결투장면 못지 않게 양념같은 재미를 선사하였다.

 

그러나 '퍼시픽림'의 남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찰리 헌냄(롤리 베켓 역)과 키쿠치 린코(마코 모리 역)는 감정과잉만 느껴질 뿐 사실상 아무런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여주인공 마코 모리 역을 맡은 키쿠치 린코는 델 토로 감독의 일본 로봇만화에 대한 개인적인 오마주가 지나치게 강렬하게 반영된 결과물로 느껴졌다. 일본 로봇만화에서 흔히 여주인공들은 짧은 단발머리 캐릭터로 나오는 점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배우의 매력포인트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놀라운 시각효과는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로봇이나 괴수 영화에 특별한 감정이 없는 일반관객들을 끌어들이기에는 '퍼시픽 림'은 별다른 매력포인트가 없다. 그것이 현재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흥행에서 고전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작정하고 자신의 오타쿠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한 영화 '퍼시픽 림'은 헐리우드 시각효과에 새로운 진보를 가져온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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