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패로우 선장의 서부 모험담, '론 레인저'

2013. 7. 15. 00:00Entertainment BB/movie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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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영화하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배우를 꼽는다면 70년대 마카로니 웨스턴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꼽을 수 있다. 그 이전 세대 배우를 찾는다면 존 웨인이 단연 손꼽힐 것이다. 존 웨인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잔영이 너무 강한 탓일까. 서부영화하면 어느 정도 결말이 예측되는 공식과 배경이 머릿 속에 그려지게 된다. 약탈을 일삼는 집단,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거나 게릴라 공격을 일삼는 집단으로 그려지는 인디안 부족들, 늘 조용한 마을에 남아 있다가 봉변을 당하게 되는 부녀자와 아이들.

 

흔하디 흔한 서부 영화 공식에 변형을 가하는 것도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SF 영화였지만 서부를 배경으로 삼았던 '빽 투더 퓨처' 시리즈 마지막 3편은 3부작 시리즈 중 유일하게 북미 흥행 1억불을 넘기지 못하였다. 1997년 '맨인블랙'으로 헐리우드에 새로운 천재로 부각되던 베리 소넨필드 감독은 윌 스미스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하여 1999년 여름 야심차게 서부 영화에 SF적 요소를 가미시킨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를 선보였으나 제작비 1억 7천만불에 한참 못미치는 1억 1천여만불의 흥행수익을 벌어 들이면서 흥행에서 참패했음은 물론이거니와 베리 소넨필드 감독의 필모그래피 커리어에 큰 타격을 안겨준다.

 

이처럼 서부영화 장르는 그다지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다. 심지어는 북미에서도 역대 서부영화 중 가장 많은 흥행수익을 벌어들인 작품이 1991년 개봉한 '늑대와 춤을' (케빈 코스트너 감독, 주연)이었다. 하지만 '늑대와 춤을'이 벌어들인 흥행수익은 2억불에도 채 미치지 못하며 정통 서부영화라기 보다는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였다.

 

서부영화는 쉽사리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가 다른 장르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그래서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하여 서부 영화 장르로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부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흥행의 연금술사' 제리 브룩하이머가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렸던 고어 버빈스키 감독과 의기 투합하여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서부영화를 선보인다고 할 때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버리힐스 캅', '탑건', '나쁜 녀석들', '크림슨 타이드', '더 록', '콘에어', '아마겟돈', '진주만', '블랙호크다운', '캐러비안의 해적', '내셔널 트레져' 등 헐리우드 박스오피스를 석권했던 작품들을 붕어빵 찍어내듯이 선보였던 제리 브룩하이머는 헐리우드 제작자들 중 가장 다양한 유형의 흥행작들을 내놓는 '마이더스의 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 잭 스패로우 선장 역할을 통해 시리즈 흥행에 가장 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죠니 뎁이 미스테리한 매력을 지닌 인디언으로 등장하는 점도 설레임과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였다. 론 레인저로 등장하는 아미 해머와의 연기 앙상블도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도 궁금한 부분이었다.

 

 

 

 

일단 영화를 접해보니 죠니 뎁의 캐릭터는 '캐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 선장이 마치 서부 시대로 돌아온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좋게 말하자면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알듯 모를듯한 신비감을 풍기면서 영화의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이전 캐릭터에서 단 한 발짝도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액션장면도 제리 브룩하이머 영화답게 다이나믹하고 파워풀함과 동시에 재치를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서부라는 배경이 액션의 상상력이 만개할 수 있는 공간을 제약시킨 듯한 모습이다. 열차 액션, 승마 액션, 총격전 등 낯익은 설정과 공간에서 펼쳐지는 액션은 그만큼 참신함 보다는 진부함에 가깝기 때문이다. 스토리 라인도 이미 여러 영화에서 봐왔던 복선과 암시가 깔려 있기 때문에 큰 영감을 주지 못한다.

 

물론 모든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그렇다. 뻔한 설정, 스토리 라인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스케일을 점점 넓히고 액션의 강도를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하여 높이게 된다. 그러다보니 '론 레인저' 제작비도 2억불이 넘게 되는 초대형 규모로 상승되었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충분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2억불 이상을 들여 과연 이 영화를 만들어야 했을까라는 의문이 남게 된다. 역대 서부영화 박스오피스에서 흥행수익 2억불을 넘은 영화가 단 한 편도 없었기 때문에 이 영화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높은 위험성이 내포된 것이었다. 물론 그 동안 새로운 흥행공식과 블록버스터 영화에 혁신을 가져온 제리 브룩하이머 였기에 과감한 투자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리 브룩하이머의 참신한 상상력은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 이후 정체 중이다. 새로운 프랜차이즈로 키워 보겠다고 야심차게 기획했던 '페르시안의 왕자','마법사의 제자들'은 흥행에서 참패를 겪으면서 프랜차이즈 시리즈 시도가 좌초된 적이 있다.

 

제리 브룩하이머에게 필요한 것은 '플래시 댄스', '비버리힐스 캅' 등을 내놓던 시절의 초심이 아닐까 싶다. 죠니 뎁도 자신의 배역에 충실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인디언 '톤도'가 아닌 인디언 분장을 한 '잭 스패로우' 선장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처럼 제리 브룩하이머, 죠니 뎁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설레임을 안겨다 준 시절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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