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프로야구 팀별 전반기 결산(1) - '다사다난' 한화 이글스

2013. 7. 19. 06:53Sports BB/야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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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시즌을 앞두고 박찬호, 김태균, 송신영 등 투,타에서 전력을 보강하면서 팬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심지어는 우승이 목표라는 거창하고 야심만만한 청사진을 내세우던 한화 이글스. 그러나 결과는 리그의 맨 아래였고, 결국 한대화 감독이 시즌 도중 경질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2012 시즌이 끝난 직후 한화 이글스는 스토브리그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다. 바로 한국시리즈 10회 우승 경력의 명장 김응용 감독을 영입한 것이다.

 

2004년 삼성 라이온즈 감독 이후 8년 동안 현장을 떠나 있었던 김응용 감독의 복귀는 파격적이었다. 복귀와 동시에 현장을 떠나 있었던 타이거즈 출신 '역전의 용사들'이 대거 코칭스태프로 합류하였다. 2001년 삼성 라이온즈가 타이거즈의 '우승 DNA'를 이식하기 위해 김응용 감독과 그 이하 코칭스태프들을 대거 영입한 것과 같은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2001년의 삼성 라이온즈와 2013년의 한화 이글스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바로 선수단 전력이었다.

 

 

 

 

과연 현장을 오랜 기간 떠나 있었던 김응용 감독이 이글스의 전력을 얼마나 강화시킬 것인가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걱정되는 부분은 김응용 감독의 커리어 중에서 가장 험난했던 시절이 바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해태 타이거즈 시절이었다. IMF 외환위기로 인해 구단 재정이 급격하게 궁핍해진 해태 타이거즈는 임창용, 조계현, 이강철, 홍현우 등 주력 선수들이 대거 이탈하게 되었다. 그 유명한 김응용 감독의 어록이 탄생하던 시절이었다. "동렬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문제는 2013시즌을 앞둔 한화 이글스에서도 똑같은 어록이 적용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진이도 없고, 찬호도 없고." 팀 전력의 사실상 80% 이상을 차지하는 에이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게 되었고, 마운드에서 노련한 맏형 역할을 담당하던 박찬호 마저 은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차세대 에이스로 부각받던 양훈마저 경찰청에 입대하게 되었다. 또한 FA로 영입했던 송신영마저 1년 만에 특별 지명으로 신생팀 NC 다이노스로 이적하고 말았다.

 

투수진의 핵심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이글스의 전력은 시즌 시작 전부터 헐거워지기 시작했다. 류현진, 박찬호, 양훈, 송신영이 마운드에 버티던 2012년에도 한화 이글스는 최하위를 차지했다. 큰 어려움이 이미 예상된 상황에서 그나마 엿볼 수 있었던 희망은 젊은 선수들을 과감히 중용하여 성장시켰던 김응용 감독의 노하우였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려면 노장 선수들의 적절한 호위(?)가 필요하다. 우산이 적절하게 받쳐주면서 새싹들이 자라날 토양이 형성되는 것인데, 한화의 새싹 선수들은 너무 험난한 환경에 직면하고 말았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젊은 선수들의 의지가 과연 김응용 감독이 원하던 그림대로 발휘되었는가에 대한 여부이다. 특히 류현진이 떠난 이후 차세대 좌완 투수로 성장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유창식은 마운드에서 늘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숱한 기회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부응하지 못하였다. 유창식의 급격한 부진은 선발 투수진의 도미노 붕괴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글스는 시즌 시작부터 꼬이고 말았다.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 2연전에서 이글스는 두 경기 모두 경기 중반까지 리드를 지키다가 계투진의 붕괴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이후 역대 최다기록인 개막 13연패를 기록하면서 이글스는 기나긴 암흑에 빠져들고 말았다. 통산 1476승의 김응용 감독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입히는 부진의 연속이었다. 13연패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이글스의 비정상적인 투수진 운용이 시작되었다. 선발투수들은 3이닝 이상 버티는 것마저 버거웠고, 중간계투진 투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호출 대기모드에 돌입하였다. 송창식이 '변강쇠급' 활약 (45.2이닝 2승 5패 10세이브)을 펼쳐준 덕분에 그나마 이글스 투수진은 연명할 수 있었다.

 

바티스타, 이브랜드, 김혁민 등의 1,2,3선발의 평균 자책점은 전부 4점대를 넘어서고 있다. 대부분의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4점대에서 11점대까지 치솟는 '평균자책점 인플레' 현상 속에서 신인 투수 조지훈이 비록 11.1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지만 1.5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부분은 후반기 그나마 엿볼 수 있는 희망이었다. 또한 전반기 막판에 선수단에 합류한 '필승조' 박정진도 후반기 투수진에 큰 힘을 보탤 전망이다.

 

투수진 못지 않게 타선 또한 큰 침체를 겪어야만 했다. 특히 빙그레 이글스 시절부터 전매특허였던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실종되었다. 아무리 대전구장이 펜스를 넓혔다고 하지만 팀내 최다 홈런이 최진행이 기록한 8개에 불과하다는 점은 팀내 결정력 부족의 큰 요인이 되었다. 기동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드문 이글스는 김태균, 최진행, 김태완 등이 버틴 중심타선의 거포 생산 능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김태균과 김태완은 홈런이 각각 4개, 3개에 머물면서 '똑딱이 타자'로 변신(?)하고 말았다.

 

총체적 난국에 시달린 이글스 타선에 유일한 희망은 전반기 막판 메이저리그 '추추 트레인' 추신수 못지 않은 맹타를 휘두른 추승우의 활약이었다. 또한 시즌 중반에 합류한 송광민도 특유의 클러치 능력을 회복하고 있어 후반기에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

 

전반기 22승 1무 51패의 처참한 성적으로 최하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이글스는 이제 4강 경쟁보다는 팀 리빌딩에 더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동안 김응용 감독은 코치진 교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장종훈, 정민철, 강석천 등 프랜차이즈 출신 코치들이 대거 1군에 합류하면서 이글스 선수단은 새로운 변화의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종범 1루 주루코치를 3루 작전코치로 이동시키면서 이글스의 주루 플레이는 한층 과감해질 전망이다.

 

전반기 내내 김응용 감독은 원칙없는 투수교체와 선수기용으로 팬들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일부에서 감 떨어진 김응용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시대착오적 리더십이 선수단과 괴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비난을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전력 활성화를 위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는 노감독의 치열한 몸부림은 오히려 안쓰럽다는 느낌을 전달하기도 한다. 2013시즌 후반기는 한화 이글스에게 있어 팀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노감독 김응용 감독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한 경기 한 경기가 큰 의미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 어느 팀보다 '다사다난'했던 한화 이글스가 리그를 통틀어 가장 인내심이 많은 이글스 팬들에게 의미있는 선물을 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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